인수위-한나라 ‘13부 2처 17청’ 정부개편안 국회 제출

  • 입력 2008년 1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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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왼쪽)가 21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 조직 개편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왼쪽)가 21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 조직 개편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박재완 정부혁신 규제개혁태스크포스팀장(가운데)과 한나라당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왼쪽)가 21일 국회 의안과에 정부조직 개정 법률안을 제출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박재완 정부혁신 규제개혁태스크포스팀장(가운데)과 한나라당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왼쪽)가 21일 국회 의안과에 정부조직 개정 법률안을 제출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한나라 “역지사지 자세로 협조해주길”

신당 “전봇대 뽑듯 처리할수는 없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한나라당은 21일 현행 18부 4처 18청 10위원회의 정부조직을 13부 2처 17청 5위원회로 줄이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 45개를 국회에 제출했다.

통일부 해양수산부 정보통신부 여성가족부 과학기술부는 관련 부처에 통폐합된다.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를 합쳐 인재과학부로 하려던 계획은 교육계 등의 반발을 수렴해 교육과학부로 이름을 바꿨다.

이에 따라 정부조직 개편 작업은 여야 정당의 몫으로 떨어졌다. 한나라당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의 원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대통합민주신당 등이 일부 내용에 반대하고 있어 한나라당의 타임 스케줄대로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이 이날 “농촌진흥청 공무원들이 농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면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일부 부처와 산하기관의 조직적인 저항에 공개 경고를 보낸 것은 조속한 법안 처리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풀이된다.

○ 25일 행정자치위가 첫 관문

갈 길 바쁜 쪽은 한나라당이다. 다음 달 25일 새 정부 출범 이전에 하위 법령 수정과 조각 작업, 각료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하는 데다 2월 초에 설 연휴가 끼어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 첫 관문인 행정자치위원회는 25일 열린다. 대통합민주신당은 행자위에서 공청회를 여는 등 충분한 토론을 하자는 주장이다. 이후 법제사법위원회도 거쳐야 하기 때문에 28일 본회의 처리는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나라당과 인수위에서 “자칫하면 대통령 혼자 취임식을 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은 법안이 2월 초까지 본회의를 통과하면 새 정부 출범에 문제가 없다면서 느긋한 자세다.

양당이 대립하는 부분은 일부 부처의 통폐합과 대통령 권한 강화 문제다.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통일부 폐지는 남북화해와 동북아 평화 조성이라는 시대 흐름에 어긋난다”며 “정부 부처의 수를 줄인다는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정보통신부 등 다른 부처의 폐지도 반대하고 있지만 속내는 통일부를 살리는 데 있는 듯하다. 손 대표는 국가인권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두는 것도 권력 분산이라는 시대정신에 역행한다는 주장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이 시대정신과 충분한 토론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자칫 ‘특정 부처 살리기’나 ‘새 정부 발목잡기’로 비칠까 우려해서다.

한나라당은 특정 부처를 손대면 개편안 전체가 흔들린다는 이유로 법안 수정에 부정적이다. ○ 대통합민주신당 “정부조직 개편은 전봇대 뽑기와 다르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이에 대해 ‘협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손 대표는 “백년대계는 아니더라도 30년을 바라볼 수 있는 법이 되어야 하지 않느냐. 전봇대 뽑듯 하루아침에 통과시키겠다는 것은 오만과 독선”이라고 비판했다. 손 대표는 “인수위가 (1980년대 전두환 신군부의) 국보위인지 (1960년대) 국가재건최고회의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날을 세웠다.

홍재형 최고위원도 “노무현 정부는 위원회와 로드맵만 많이 만들어서 ‘아마추어들이 시간만 끈다’는 비판을 받았다”며 “이명박 정부는 이를 만회한다고 뜸도 안 든 법을 통과시키려고 하는데 노무현 정부나 이명박 정부나 양쪽이 똑같다”고 비판했다.

○ 한나라당 “역지사지(易地思之) 해달라”

한나라당은 대통합민주신당의 비판에 대해 “정도를 벗어난 정치공세”(나경원 대변인)라고 맞받아치는 한편 10년 전을 상기시키면서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국회 다수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의 ‘표’가 아쉽기 때문이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권이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슬기롭게 풀어야 할 것”이라며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현미경이 아닌 망원경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때 한나라당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 후 일주일 만에 통과시켜 새 정부가 원만히 출범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번에도 일주일 내에 통과시켜 달라”고 말했다.

당시 원내 제1당이던 한나라당이 했던 것처럼 지금은 여야가 뒤바뀐 대통합민주신당이 도와달라는 것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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