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회견]수능 등급제 이르면 2009학년도부터 보완

  • 입력 2008년 1월 15일 03시 04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급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주요 사립대들도 등급제 보완을 전제로 논술고사 폐지 의사를 밝혀 주목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급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주요 사립대들도 등급제 보완을 전제로 논술고사 폐지 의사를 밝혀 주목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교육 개혁

표준점수-백분위 함께 제공방안 유력

과목은 현재 7~9개서 4개로 단계 축소

자율형 사립고 설립 필요성 거듭 강조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급제의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함에 따라 이르면 2009학년도 입시부터 수능 등급제를 보완하는 방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나 교육인적자원부 모두 수능 등급제를 당장 완전히 폐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어서 2, 3년 동안은 2007학년도처럼 등급 외에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함께 제공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등급제 때문에 논술 어려워져”=이 당선인은 이날 “내신이 문제가 되니 내신을 살리려 수능 등급제를 했고, 그래서 수능이 변별력이 없어지니 대학이 논술을 하는 것 아니냐”면서 “왜 학생들이 내신과 수능, 논술 3가지 때문에 고통을 받나. 정부가 무리한 정책을 썼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당선인이 등급제의 문제점을 강조함에 따라 인수위가 2월 초 수능 등급제 폐지 여부를 포함해 대입제도 개선안을 확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이 당선인이 등급제의 폐해와 논술의 어려움을 그 정도로 지적한 이상 올해부터 등급제 개선안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지 않았지만 당선인의 뜻이 확고한 만큼 차기 교육부장관이 당연히 등급제 보완을 추진하지 않겠느냐”면서 “2009학년도부터 등급만 표기하는 현행 성적 표기방식 대신 2007학년도처럼 등급에다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함께 제공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이날 수능 과목을 현재의 7∼9개에서 4개로 줄여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는 대선 전부터 공약으로 일관되게 밝혀 온 것이지만 부작용도 우려되는 만큼 단계적으로 신중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선 고교에선 “수능에서 제외된 과목은 학생들이 아예 공부를 하지 않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표시했다.

▽고교 다양화 속도 낼 듯=인수위는 최근 자율형사립고 설립 등 고교 다양화 공약에 대해 “사교육을 부풀리고 귀족학교를 만들 것”이라는 일부의 비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당선인이 이날 자율형사립고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함에 따라 새 정부는 고교 다양화 기조를 적극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당선인은 자율형사립고 100개 설립 공약이 오히려 사교육비를 늘릴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초중고교생 3만5000명이 해외에 유학을 가는 나라는 (우리나라 외에) 없다. 한국 교육이 돈이 많이 들고 교육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현재의 교육제도로는 안 된다는 국민 공감대가 있다”며 교육 시스템을 비판했다.

이 당선인은 “대한민국에 (자율형사립고의) 수요자가 많고 다양한 교육, 수월성 교육을 받겠다는 수요자가 있는데도 정부는 그것을 막았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등은 자율형사립고 도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이미 내부적으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수능 점수 공개땐 정시 논술 폐지”

연세-서강-성균관-한양-이대 등 적극 검토

서울-고려대 “확정안 나오면 신중히 검토”

대학수학능력시험 등급제가 폐지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주요 사립대들이 수능 세부정보를 공개하면 2009학년도 정시모집에서 논술고사를 폐지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혀 대입 전형 방식에 변화가 예상된다.

손병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차기 회장이 총장인 서강대를 중심으로 연세대 성균관대 한양대 경희대 중앙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등은 모두 “수능 등급제가 폐지되고 백분위와 표준점수가 공개되면 정시모집에서 논술고사를 완전 또는 부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강대 김영수 입학처장은 “수능이 백분위와 표준점수를 공개해 충분한 변별력을 제공하면 2009학년도 정시모집부터 논술을 치르지 않을 계획”이라며 “단 수시모집 논술은 그대로 치르겠다”고 밝혔다.

연세대 이재용 입학처장은 “수능에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된다면 인문계열은 글쓰기 능력 위주로 평가하되 자연계열은 굳이 논술을 치르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대와 고려대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서울대 김영정 입학관리본부장은 “일단 예고된 입시안을 바꾸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등급제를 폐지하는 것이 옳은 만큼 확정된 안이 나오면 (논술 폐지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고려대 박유성 입학처장도 “등급제가 확실히 보완되지 않은 상태에서 향후 계획을 밝히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대 고려대 이외의 대학들이 논술을 폐지하려는 배경에는 수험생의 입시부담을 덜어주는 것 외에도 수능 고득점자를 선점하려는 입시 포석이 깔린 것이란 분석도 있다.

2008학년도 정시에서 논술을 보지 않는 연세대 경영학과 정시모집에 전 영역 1등급 학생의 절반인 121명이 대거 지원한 것처럼 논술 부담을 피하려는 우수 학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

대부분의 입학처장들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수능 등급제 때문에 논술이 어려워졌다고 인식하는 것을 보면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한 것 같다”며 “수능은 객관성과 변별력을 함께 갖춘 국가시험으로 등급제만 보완되면 대학이 합리적인 기준을 찾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잠실고 김남형 교감은 “사립대가 논술을 폐지할 경우 수험생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동영상제공=인수위, 편집 : 동아일보 사진부 이종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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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취재 :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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