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당-정-청 일체화’ 논란…총선 겨냥 파워게임 시작

  • 입력 2007년 12월 2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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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10년 야당의 한을 풀자마자 ‘당권 대권 분리’ 논란에 휩싸였다.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당권 및 공천 싸움의 전초전이 시작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원로 측근인 박희태 의원과 강재섭 대표가 21일 불씨를 던졌다.

‘친이’(친이명박) 계열과 당 경선에서 지지 세력을 과시한 박근혜 전 대표 측의 힘겨루기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1라운드’가 예상보다 빨리 가시화되는 형국이다.

박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 실패의 원인 중 하나는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 당은 당대로,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각자 따로따로 나간 것”이라면서 “저희들은 당과 대통령 관계를 재정립하고 국정 수행에 가장 효율적인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천도 과거처럼 청와대가 전부 다 관장해서는 안 되겠지만 청와대와 당이 사전에 충분히 협의해서 결정해야 한다”며 “당이 그냥 할 테니까 대통령은 일절 간섭하지 말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당권 대권 분리는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고 ‘당-정-청 일체화’로 가야 한다는 얘기다. 2006년 개정된 한나라당의 당헌 당규는 당권 대권 분리를 기본 정신으로 ‘대통령의 당직 겸임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 당선자의 측근인 박형준 대변인이 당-청 관계에 대해 “여당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실행하고 국정에 대한 책임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강재섭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권 대권 분리 원칙의 취지는 제왕적 대통령, 제왕적 총재를 만들어서 여당이 거수기 노릇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 대권 분리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논란의 반대쪽 당사자인 박 전 대표 측은 박 의원의 발언에 반발하면서도 이 당선자 측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 의원은 “우발적인 발언이 아니다. ‘당권을 (박근혜 측에) 줄 생각이 없다’는 경고이자 공천 학살을 위한 계획된 수순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측 김무성 의원 등은 9월 경선 직후 ‘승자 독식’ 구조에 반발하며 당헌 당규에 나와 있는 당권과 대권의 분리를 주장한 바 있다.

이 당선자의 한 측근은 “박 의원의 발언 취지가 너무 확대 재생산됐다”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이 당선자 측 핵심 의원들은 오래전부터 “당과 청와대가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고 말해 왔다. 이 당선자 측 관계자들은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당-청의 관계 회복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정무장관 또는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부활이 필요하다는 태도다.

문제는 당-청이 일체화돼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당 운영에 관여할 경우 내년 4월 총선뿐 아니라 2012년 19대 총선 공천권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결국 총선 공천권 행사 주체와 직결되는 당권 대권 분리 논란이 심화될 경우 친이와 친박은 물론 당내 여러 세력 간의 물고 물리는 권력투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한 당직자는 “총선 공천 준비작업이 시작되는 내년 1월 중순부터는 ‘이명박 특검’이나 인수위 활동보다 당권 대권 분리 문제가 당의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될 것”이라며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싸움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당권 대권 분리 논란과 총선 공천을 놓고 당내 갈등이 심각해지면 집단 탈당을 포함한 정계 개편이 촉발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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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 김동주 기자


촬영 : 김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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