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대]<3>경제살리기 해법

  • 입력 2007년 12월 22일 02시 55분


코멘트
경제력 집중 막기보다 기업 북돋워 ‘파이 키우기’

《“지난 10년간 반(反)시장적, 반기업적 분위기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를 꺼려 왔다. 앞으로 기업인이 투자할 수 있도록 경제 환경이 완전히 바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20일 당선 후 첫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발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 경제정책 기조가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이명박 정부가 펼칠 경제정책의 핵심은 과감한 규제 완화와 감세(減稅)다. 이를 통해 기업투자 활성화→일자리 증가→소비자의 가처분소득 확대→내수경기 회복→기업 이익 증가라는 선순환 경제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투자와 소비를 양축으로 삼아 성장률을 높이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한다는 것. 노무현 정부 집권 기간 중 더 심화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산층과 서민 대상의 민생안정 대책도 차례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 시장친화적 정책으로 기업 환경 개선

이 당선자는 20일 회견에서 “경제가 산다는 것은 기업이 투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는 내년 경영 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투자계획을 세우는 데 심리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기업정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규제의 최소화와 세율의 최저화를 통해 세계 최고의 기업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선진국에는 없는 규제를 철폐하고 기업의 성장을 막는 ‘경제력 집중’ 규제에서 벗어나 독과점 규제와 공정경쟁 위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기업의 신규 투자를 가로막는 대표적인 규제로 꼽혀온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기 또는 대규모 손질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행 25%인 법인세율을 경쟁국 가운데 최저 수준인 20%까지 낮추겠다는 감세 정책도 눈길을 끈다. 최근 세계 각국은 자국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법인세를 경쟁적으로 인하하는 추세지만 재정경제부는 감세 정책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 왔다.

이 당선자의 경제 브레인 중 한 명인 장수만 전 부산·진해 경제자유구역청장은 “기업투자 활성화와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해서라도 법인세 인하와 같은 가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세율이 더 낮은 나라들도 있지만 최소한 싱가포르와 같은 20% 수준까지는 낮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육성책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 수준인 창업 환경을 최상위 수준으로 끌어올려 중소기업의 창업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중소기업 법인세를 현행 13∼25%에서 10∼20%로 낮추고 중소기업의 고용촉진을 위해 정규직 인건비 증가액의 5%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등 중소기업만을 위한 세제지원 방안도 추진된다.

○ 수도권 규제 및 금산분리 완화 주목

이 당선자는 그동안 규제 완화에 대한 개인적인 소신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정부의 시장 개입을 줄이고 시장 스스로 뛰게 하자는 것이다.

차기 정부는 이 당선자의 구상대로 규제 체계를 현 정부의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 방식에서 ‘원칙적 허용, 예외적 금지’로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핵심 규제로 꼽혀 왔던 수도권 규제와 금산분리(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소유 제한) 원칙도 일정 부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산업자본이 금융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4% 초과해 보유할 수 없도록 제한한 금산분리 완화 문제가 어떤 결말을 낼지 주목된다.

이 당선자는 그동안 공약집과 선거유세 등을 통해 “금융업과 제조업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금산분리 제도는 점진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금융회사가 대기업의 ‘사(私)금고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로 금산 분리 유지를 주장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금산분리 원칙을 전면 수정하기보다는 산업자본을 제외한 연기금, 사모펀드 등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지 않겠느냐”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 민생 분야 대책에도 역점

이 당선자는 회견에서 “성장의 혜택이 서민과 중산층에 돌아가는 신(新)발전체제를 열어야 한다”며 민생 분야를 꼼꼼히 챙기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이 당선자는 기름값, 통신비, 사교육비, 약값 등 6개 부문의 생활비를 30%가량 줄여 4인 가구 기준 월 44만 원, 연간 530만 원 이상 생활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위해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교통세 등 유류 관련 세금을 10% 인하하고 택시와 장애인용 차량에서 쓰는 액화석유가스(LPG) 특별소비세를 폐지할 계획이다.

또 통신비를 20% 이상 내리고, 출퇴근 시 고속도로 통행료를 50% 인하하는 등 일부 고속도로 통행료도 재점검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이 당선자가 밝힌 경제정책 기조를 살펴보면 서로 상충되는 내용도 발견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법인세 등 각종 세금을 줄인다고 하지만 재정건전성이 악화돼 있어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 의도한 효과를 거두려면 규제 완화로 기업의 활력을 살리고 정부 지출 축소를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필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