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시대<2>공공부문 구조조정

  • 입력 2007년 12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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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감독권’ 축소… 경제부처 대수술 예고

조직 통폐합 극비 논의중… 예산처 공정위 설왕설래

업무중복 피하고 치안 등 민생부서로 역량 재배치

국채발행 자제 ‘빚없는 정부’로… “예산 10% 절감”

《“내가 대통령이 되면 과거 공무원에게 주어졌던 감독 권한은 대폭 줄어들게 될 것이다. 최소한의 감독만 효율적으로 하고 공무원은 모두 민간 서비스를 하는 ‘도우미’가 돼야 한다. 지금은 관(官)이 주도하고 감독하고 처벌하는 시대가 아니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당내 경선을 마친 뒤 9월 1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집권 시 정부 조직 등 공공부문 개혁에 대한 계획을 이렇게 밝혔다. 개발 연대를 주도했던 규제 위주의 관치(官治)는 세계 11위권의 경제력을 갖춘 한국 사회에서 더는 효율적이지 않고,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수십 년간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하며 겪었던, 정부의 각종 규제로 인한 ‘경험적 피해’도 짙게 깔려 있다고 측근들은 전한다. 당선자의 핵심 측근은 “노무현 정부의 실정(失政)은 말만 요란했을 뿐 정작 공무원 조직과 사회를 제대로 개혁하지 못한 데 따른 측면이 크다”고 전했다.》


촬영: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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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명박 정부’는 단지 축소만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불필요한 조직을 걷어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공무원이 적은 조직에는 오히려 인력과 예산을 더 투입하는 등 기업처럼 정부 조직을 주변 환경에 유기적으로 최적화(Optimization)하겠다는 게 더 정확한 방향이다.

이 당선자가 20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밝힌 “효율과 쇄신으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표현은 이런 해석에 더 가깝다. 한 핵심 관계자는 “자동차로 치면 불필요한 짐은 줄이고 엔진을 고쳐 연료소비효율을 올리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 조직 기능 평가 후 재정비

이 당선자는 경선 직후 핵심 측근들에게 “정부가 너무 비대하다”며 집권 시 정부 조직 개편을 위한 외부 연구용역을 지시했다. 핵심 키워드는 ‘효율성’ ‘업무의 적확성’ ‘업무 중첩 여부’ 등이다.

극비로 진행되고 있는 이 작업은 내년 초 대강의 윤곽이 나와 2월 취임 전까지는 정부조직법 개정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 어느 부처와 부서가 존속하거나 통폐합될지는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 단 복수 측근의 말과 분석을 종합하면 △업무가 필요 이상 겹치거나 △한 곳으로 통합되는 게 바람직한데 오히려 분리되어 있거나 △규제권을 지나치게 행사하는 경우는 1차적인 조정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다.

정부 조직 중 핵심인 경제 부처의 경우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 구분된 현 체제를 유지할지를 놓고 치열한 내부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김대중 정부 출범 전까지는 재정경제원이란 거대 부처에서 동거했던 재경부와 예산처(이전에는 기획예산위원회)를 다시 합칠지에 대해서는 찬반이 팽팽하다. “재경원 같은 공룡 부처의 탄생은 ‘작고 효율적인 정부’와 맞지 않는다”는 의견과 “경제 정책 수립과 이를 위한 예산권을 분리해 오히려 업무 효율성만 떨어졌다”는 주장도 있다.

“경제는 시장에 맡기면 된다”는 이 당선자의 경제 철학에 비추어 볼 때 산업자원부가 갖고 있는 대기업 지원 관련 기능 중 일부를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사용하고 산자부는 해외 자원 개발, 성장 동력 발굴 등에 역량을 집중시키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또 이 당선자가 대기업에 대한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대기업 관련 규제 정책의 주무인 공정위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는 “지난 10년간 ‘경제 정의를 실현한다’는 명분하에 권한과 기능이 비대해졌다”는 평가가 당선자 주변에서 더 자주 들린다.

일각에서는 정부 부처 내에서 사사건건 대립해 온 건교부와 환경부를 통합해 국토 개발과 환경 보전이라는 양립 불가능한 업무를 한 곳에서 처리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업무의 이질성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편 교육 복지 치안 재난 등 민생과 직결된 부처는 오히려 규모와 기능을 늘리거나 최소한 현 수준을 유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선자의 한 측근은 “이 당선자가 대입 관련 기능은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떼어 내더라도 사교육비 절감, 특성화 고교 육성 등을 위한 기능은 오히려 늘려야 한다는 견해”라고 소개했다.



○ 정부의 재정 건전성 회복 주력

이와 함께 이 당선자는 노무현 정부 하에서 방만한 예산 운용으로 재정 건전성이 적지 않게 훼손됐다는 판단하에 불필요한 예산 절감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보다 최대 10%(2007년 예산 기준으로 20조 원 안팎)까지 줄이겠다는 것으로 정부 조직의 통합 재편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 당선자는 9월 1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기업에 있었기 때문에 채무에 굉장히 민감하다. 서울시장 재직 시절에도 ‘얼마 이상이면 안 된다’고 정해 놓고 채무를 줄여야 한다고 한 적이 있다”며 “현 정부는 채무가 더 늘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정정책을 써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내년부터 정부가 재해 복구비 등 각종 명목으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위한 국채 발행을 남발해 국가채무가 계속 쌓이는 상황은 막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2002년 133조6000억 원이던 국가채무는 노무현 정부에서 계속 늘어 올해 말에는 3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또 이 당선자는 한 해 평균 13조 원에 달하는 부처 간 사업 예산 중복을 막기 위해 대대적인 감사를 실시하고, 수십 개에 달하는 낭비성 기금을 폐지하거나 규모를 줄이며, 최저가낙찰제(가장 낮은 공사비를 써 낸 곳에 공사를 맡기는 것)를 확대 적용해 정부 예산을 줄일 방침이다.

이와 함께 단계적으로 공무원 사회에도 민간의 경쟁 원리를 도입해 능력보다는 행정고시 기수 순으로 승진하는 식의 관행을 뜯어고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한 관계자는 “가만있으면 언젠가는 승진한다는 공무원 사회의 ‘복지부동’을 혁파하지 못하면 공직사회의 개혁도 물 건너간다”고 강조했다. 이 당선자도 최근 “민간에 봉사하지 못하는 공무원들은 자연스럽게 소외되고 재교육을 통해서만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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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촬영 : 이종승 기자


촬영: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촬영: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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