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영장없는 참고인 동행명령 위헌 소지”

  • 입력 2007년 12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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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계가 지적하는 ‘이명박 특검법’ 문제점

《17일 국회에서 통과된 이른바 ‘이명박 특검법’에 대해 법조계 일부와 한나라당에서는 “입법의 한계를 넘어선 법률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법에 정해진 항고 절차를 생략한 것이나 수사 인원이 너무 비대해 사법권을 침해할 수 있고, 참고인 동행명령제를 도입한 것이 주요 문제점으로 꼽힌다. 》

▽법조계 “특검 도입 대신 항고했어야”=역대 특검은 대부분 검찰이 인지해서 수사한 사건에 대해 실시됐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고발 사건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수사대상에 포함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BBK 주가조작 등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 공금 횡령 등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 공직자윤리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대통합민주신당과 시스템미래당 총재 지만원 씨가 이미 고발한 사건과 내용이 같다.

현행법은 고소·고발 사건에 대해 검사가 불기소 처분을 한 경우 항고·재항고를 할 수 있고, 이에 불복할 경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낼 수 있도록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중견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치주의가 법 절차를 따르는 것이라면 이 사건은 항고라는 법적 절차를 따르는 것이 맞다”며 “민주주의하에서 사법절차를 무시하는 것은 독재이고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수사 대상이 사실상 ‘이 후보와 관련된 모든 의혹’으로 정리된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는 “특검법도 법률이므로 일반성이 적용돼야 한다”며 “특정 사안에 대한 입법은 가능하지만 특정인에 대한 입법은 불가하다”고 말했다.

이어 장 교수는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특검은 곤란하다”며 “검찰이 특별하게 잘못했다는 것을 기초해서 그것에 관해 특검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고 강조했다.

이번 특검법이 특검보 5명, 파견검사 10명 등 ‘매머드급 수사인력’을 구성토록 한 데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강경근 숭실대 법대 교수는 “특검이 비대해지면 결국 사법권이 침해를 받는다”며 “지금은 인력이든, 범위든 국회에서 정하면 그대로 따르게 돼 있는데 지나치면 검찰권이 무력해지면서 특검이 또 하나의 권력기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검찰의 한 중견 간부는 “현 제도에선 만약 특검법에 ‘검사 100명을 파견하라’고 정해도 이의를 제기할 방법이 없다”며 “특검법이 예외적 법률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소한의 기준은 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참고인 동행명령제’를 규정하고 처벌 조항을 넣은 것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는 “이 제도는 엄밀하게 보면 헌법 12조 영장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원도 올해 10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동행명령과 관련한 재판에서 “동행명령장을 발부하는 것은 ‘체포 또는 구속’에 준하는 것으로,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제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촬영 : 전영한 기자


촬영 : 전영한 기자

▽한나라당 “단정적·편파적 특검법”=한나라당은 ‘이번 특검법의 명칭과 수사대상이 너무 단정적이고 편파적’이라며 일부 조항을 개정할 것을 요구했으나 신당과 합의하지 못했다. 결국 신당의 특검법안이 그대로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신당의 특검법은 그야말로 기본도 되지 않은 위헌적인 법률”이라며 △법안 명칭 △수사범위 △특검 추천 주체 △수사기간 △수사 인원 등에 문제를 제기했다.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이명박 특검법 독소조항
법안 명칭‘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이명박의 주가조작 등 범죄혐의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란 명칭은 후보가 마치 주가조작을 주도한 것처럼 오해하게 만듦.
수사 범위―2조 각호에 이명박 후보가 증권거래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공직자윤리법 등을 위반한 사건으로 단정해서 규정. ‘∼의혹’이라고 붙여야.
―2조 4호 공직자윤리법 위반은 이 후보에 대한 당선 무효화 의도.
―2조 5호 검사에 대한 특검 조사는 검찰권의 침해.
특별검사 추천 주체재판의 주체인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하면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담보하려는 입법 취지에 반함. 대한변호사협회가 맡아야.
수사 인원파견검사·특별검사보·파견공무원·특별수사관 등이 기존 특검법보다 과다한 과잉조치.
참고인 동행명령위헌 소지가 있음.

먼저 법안의 명칭이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이명박의 주가조작 등 범죄혐의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어서 이 후보를 범죄인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안 원내대표는 “공직자윤리법 위반은 모든 후보에게 당연히 해당되는 것인데 (특검 수사대상으로 넣은 것은) 명백하게 이 후보를 당선무효 시키기 위한 정략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며 “또 검사가 특검 조사를 받는 것은 검찰권의 침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참고인에 대한 동행명령제도’에 대해서도 위헌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나중에 이 후보가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특검 추천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대법원장에게 맡기는 것은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담보하기 위한 입법 취지에 맞지 않고 △기존 특검법 선례에 비해 수사 인원이 지나치게 많다고 주장했다.

강재섭 대표는 “(특검)법을 핑계로 형사소송법의 모든 이론과 체계를 다 무시하는 법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촬영 : 전영한 기자


촬영 : 전영한 기자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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