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경제장관 17인 “대선 후보들 경제대책 놓고 토론하라”

  • 입력 2007년 12월 11일 03시 01분


경제부총리 출신인 남덕우 전 국무총리(왼쪽에서 두 번째)를 비롯한 전직 경제장관 17명으로 구성된 ‘경제를 걱정하는 모임’이 1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시국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날 “대통령 후보들은 상호비방을 그만두고 경제난국 타개를 위한 처방을 토론하라”고 촉구했다. 사진 제공 문화일보
경제부총리 출신인 남덕우 전 국무총리(왼쪽에서 두 번째)를 비롯한 전직 경제장관 17명으로 구성된 ‘경제를 걱정하는 모임’이 1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시국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날 “대통령 후보들은 상호비방을 그만두고 경제난국 타개를 위한 처방을 토론하라”고 촉구했다. 사진 제공 문화일보
전직 경제장관 17명이 10일 “대통령 후보들은 부질없는 상호비방을 그만두고 경제난국 타개를 위한 처방을 진지하게 토론하라”고 촉구했다.

경제부총리 출신인 남덕우 전 국무총리 등 전직 경제장관들로 구성된 ‘경제를 걱정하는 모임’은 이날 발표한 시국성명에서 “대선 후보들은 진지한 토론을 통해 누가 경륜과 추진력을 갖춘 지도자인지를 국민이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게 해 주기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우리 경제는 또다시 저성장, 고물가, 고금리, 경상수지 악화의 4중고에 직면하게 됐다”면서 “이는 미국의 주택금융 파탄과 금리 인상, 달러 가치 하락, 유가 상승 등 해외 요인과 무관하지 않으나 우리 경제의 체질 약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우리 경제는 지난 5년간 잠재성장률과 세계 평균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그 주요 원인은 세계화에 역행하는 반(反)시장 정책과 노사분규로 기업 의욕이 위축되고 기업 환경 악화로 고급 두뇌 등 성장 요인이 국내로 들어오기보다는 국외로 도피하는 편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직 경제장관들은 “정부는 잘못된 자원배분으로 고용 회복에 실패했고 방만한 재정운용으로 국가채무는 5년 전에 비해 2배가 됐다”면서 “경기 후퇴와 실업 증가로 가계부채가 2002년 카드대란 때와 비슷한 수준의 위험수위에 이르면서 중산층이 몰락하고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소리도 높다”고 덧붙였다.

이 성명서는 “지금의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 환경을 개선해 투자를 진작하고 법치주의를 확립해 교육을 혁신하는 한편 서비스산업의 확대와 질적 도약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면서 “세계화 추세에 역행하는 정책과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를 걱정하는 모임’에는 좌장(座長)인 남 전 총리를 비롯해 이승윤 김만제 나웅배 강경식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 사공일 정영의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 장관, 고병우 서영택 전 건설부 장관, 한봉수 이봉서 전 상공부 장관, 강현욱 한갑수 전 농수산부 장관 등 전직 경제장관 17명이 참여하고 있다.

한편 이날 성명과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들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사실상 지지한다는 뜻을 밝힌 것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용만 전 장관은 “우리는 단지 경제를 침체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능력이 있는 사람이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했던 것”이라며 “남들이 어떻게 해석하는 것까지 이렇다 저렇다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봉서 전 장관은 “특정 후보를 지지한 것이 아니라 새 정부가 경제정책을 제대로 해 달라는 것이었으며 특정 후보 지지 발언은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남 전 총리는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으며 이봉서 전 장관은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사돈이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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