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Ke인감대장 확보…검찰, 도장 진위 조사

  • 입력 2007년 11월 26일 03시 03분


코멘트
굳게 닫힌 검찰 문서감정실2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12층에 있는 문서감정실 문이 굳게 닫혀 있다. 대검 문서감정실은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경준 씨 측이 제출한 한글계약서의 진위를 가리고 있다. 김재명 기자
굳게 닫힌 검찰 문서감정실
2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12층에 있는 문서감정실 문이 굳게 닫혀 있다. 대검 문서감정실은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경준 씨 측이 제출한 한글계약서의 진위를 가리고 있다. 김재명 기자
김씨측 “李후보와 둘이서 계약서 작성”

홍준표 의원 “위조 밝혀… 사건 종결 선언”

■ 김경준씨 구속 10일 연장… 수사팀 보강 방침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최재경 특수1부장)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최대한 신속히 규명하기 위해 수사 검사 2, 3명을 추가로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이로써 부장검사를 포함해 검사 7명으로 구성된 특별수사팀은 검사 9, 10명으로 확대된다.

검찰은 또 김 씨의 1차 구속 기한이 25일 만료됨에 따라 구속 기한을 한 차례 연장했으며, 2차 구속 기한이 만료되는 다음 달 5일까지 김 씨를 기소할 계획이다.

또한 검찰은 김 씨가 이 후보와 2000년 2월 18일 함께 설립한 LKe뱅크 ‘인감 관리대장’을 확보해 한글계약서에 찍힌 이 후보 인감의 진위를 확인 중이다.

김 씨 측은 검찰에서 “LKe뱅크 근무 당시 이 후보가 도장을 맡긴 적이 있다”면서 “한글계약서 작성 당시에는 나와 이 후보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 측은 “EBK증권중개 설립 과정에서 이 후보가 김 씨에게 포괄적 위임을 해 해당 도장은 2000년 4월 24일 이후 김 씨가 임의로 만든 막도장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또한 검찰은 김 씨를 직접 조사하는 과정에서 계좌 추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던 돈이 추가로 김 씨 측에 흘러간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1년 11월 김 씨 측이 ㈜다스에 반환한 11억 원과 같은 해 12월 심텍 측에 반환한 돈 가운데 영장 범죄 사실에서 제외된 24억 원, 2002년 3월 미국인 전 대표의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된 56억 원 등이 횡령액에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이 후보의 맏형과 처남이 대주주인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의 김모 사장과 권모 전무 등을 25일까지 두 차례씩 자진출석 형식으로 소환해 다스가 2000년 3∼12월 BBK에 190억 원을 투자한 경위 등을 조사했다.

하지만 이날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이번 사건의 ‘화룡점정’은 한글 이면계약서인데 우리는 그것이 위조된 것임을 소상히 밝힌 바 있다”면서 “더는 범죄자 가족의 거짓말에 춤추지 않을 것이며 이제 BBK 사건의 종결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 동영상 촬영 : 김재명 기자


촬영 : 이종승 기자

▼BBK 1주 가격=8196.713…원

소수점 이하 매매 계약 이례적▼

김경준 씨 측이 최근 공개한 한글계약서에는 2000년 2월 21일 BBK의 주식 61만 주를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김 씨에게 49억9999만5000원에 팔았다고 적혀 있다.

이를 주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8196.713…원으로 소수점 아래로 끊어지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주식 매매계약서는 주당 5000원, 500원 등으로 주당 가격을 먼저 정한 뒤 이를 전체 보유주식 수로 곱해 매매대금을 계산한다. 전문가들은 1주의 가격이 소수점 이하로 내려가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주당 가격이 소수점 이하로 내려간 것은 처음 본다”면서 “주당 가격이 몇 원 단위로 나오지 않는데 어떻게 전체 매매대금을 정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금융 전문가는 “이런 계약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 측은 “김 씨의 한글계약서에 있는 이상한 주당 가격은 이 후보와 김 씨가 동업할 때 이뤄졌던 단 한 차례의 주식 거래에 실제 있지도 않았던 주식 매매 부분을 끼워 넣으면서 만들어진 숫자”라고 말했다.

이 후보와 김 씨는 2001년 2월 21일 LKe뱅크의 지분을 각각 33만3333주와 33만3334주씩 서류상 회사인 AM파파스에 파는 주식매매계약서를 작성했다.

LKe뱅크는 이 후보와 김 씨가 공동 설립한 회사다. 이 주식 매매대금을 통해 EBK증권중개라는 증권회사를 설립할 자본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후보는 이 계약의 대가로 같은 해 2월 28일 AM파파스 측으로부터 주당 1만5000원씩 모두 49억9999만5000원을 LKe뱅크 계좌를 통해 전달 받았다. 공교롭게도 김 씨의 한글계약서에 등장하는 매매대금과 일치하는 숫자이다.

김 씨도 같은 해 3월 2일 같은 50억1만 원을 받았다. 그러나 계약 당시 6개월 이내에 증권중개회사 설립이 중단되면 주식매매대금을 모두 반환하기로 했다.

결국 금융감독원의 증권중개사 설립 유보 결정으로 EBK 설립은 철회됐고, 같은 해 6월 23일 환차손과 법인설립 비용을 제외한 96억 원이 EBK의 자본금이 보관됐던 삼성증권 계좌에서 모두 AM파파스로 반환됐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임채진 신임총장 “신속-공정하게 수사”▼

주말도 출근 현안 파악

“‘BBK 주가조작 사건’은 최대한 신속하고 공정하게 마무리 짓겠다.”

임채진(55·사진) 신임 검찰총장은 2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BBK 주가조작 사건’ 수사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신속’과 ‘공정’ 두 단어에 무게가 실린 발언이었다.

또 ‘삼성 비자금 의혹’ 수사에 대해 임 총장은 “원칙적으로 검찰이 수사하는 것이 맞지만 국민의 뜻에 따라 특검이 도입된다면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23일 임명장을 받은 임 총장이 공식 취임식(26일)을 하기도 전인 24일 오후 4시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출근했다.

그는 휴일인 이날 오후 약 2시간 동안 집무실에서 ‘BBK 주가조작 사건’ 및 대선 후보 관련 고소·고발 사건 등 주요 현안을 파악했다. 권재진 신임 대검 차장과 차동민 기획조정부장, 김경수 홍보기획관 등 주요 간부들도 함께 나와 업무를 도왔다.

대검 관계자는 25일 “당초 이날 출근 계획이 없었지만 업무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임 총장이 잠시 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감한 사건들이 진행되고 있는 중요한 시기인 만큼 단 하루라도 업무에 공백을 둘 수 없다는 생각 때문으로 그의 임기 초반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시련의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김경준(41·수감 중) 씨의 구속 만기일인 다음 달 5일까지 검찰은 ‘BBK 주가조작 사건’의 결론을 내놓아야 한다.

그가 임명장을 받은 당일 국회는 ‘삼성 비자금 특검법’을 통과시켜 임 총장을 압박했다. 김용철 변호사에 의해 임 총장 자신도 이른바 ‘삼성 떡값’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삼성 특본 8명 인선 마무리▼

검찰은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 특별수사·감찰본부(특본)에 참여할 검사 8명의 인선을 마무리 짓고 이번 주부터 본격 수사에 착수한다고 25일 밝혔다.

특본에 합류한 검사 중 대검 중수부의 윤석렬(47·사법시험 33회) 윤대진(39·35회), 인천지검 특수부 이원곤(43·34회), 대검 감찰부 박찬호(41·36회), 청주지검 조재빈(37·39회) 검사 등 5명은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에 투입된다.

또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사건’을 수사한 경험이 있는 이원석(37회·수원지검 특수부), 이주형(41회·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검사와 현재 에버랜드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의 부부장인 이경훈(44·33회) 검사 등 3명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의혹을 수사하게 된다.

김수남 특본 차장은 “모두 특수부나 금융 분야 수사에 능력이 있는 검사들이며 지방검찰청과 인력 조정이 끝나는 대로 2명 정도가 추가로 합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