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근거 못댄 채 ‘곁가지공방’

  • 입력 2007년 11월 23일 04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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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씨 가족 BBK핵심 벗어난 주장 되풀이

계약서 진위 - 첫만남 시점 등에 논쟁 초점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준 씨를 둘러싼 ‘BBK 공방’이 의혹의 본질인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의 주가조작 개입 여부는 뒷전으로 밀린 채 본말이 전도된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온데간데없는 이 후보의 주가조작 개입 여부=김 씨와 누나인 에리카 김, 아내 이보라 씨는 그동안 각종 인터뷰와 기자회견을 많이 했지만 정작 ‘이 후보가 주가조작에 개입했고 근거가 이거다’라는 구체적인 주장은 하지 않았다. 단지 ‘BBK가 이 후보의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것이 입증되면 이 후보가 주가조작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다.

현재 김 씨 측이 결정적인 입증 자료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면계약서’가 전부다. 이면계약서 자체의 진위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데 그나마 이 계약서가 사실이라고 해도 이 후보의 주가조작 개입 여부에 대해선 전혀 언급돼 있지 않다는 후문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은 22일 “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 실무진조차 주가조작 개입이라는 본질과 상관없는 계약서들을 왜 제출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에리카 김 씨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면계약서 3개를 정리해 보면 이명박 씨가 이번 일에 관계돼 있음을 알 수 있다”고만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에 어떻게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면계약서’와 곁가지 진실게임=양측 공방만을 보면 ‘이면계약서’ 4개의 존재와 그 진위를 밝히는 것이 ‘BBK 사건’의 결론이 될 것 같은 분위기다. 이보라 씨는 21일 “영문 계약서 3개와 국문 계약서 1개 등 모두 4개의 이면계약서가 있다”면서도 원본 공개는 거부했다.

이 후보가 김 씨를 처음 만난 시점에 대한 양측의 진실 공방도 ‘BBK 공방’의 한 축이 되어가는 모양새다. 이 후보 측은 2000년 1월 두 사람이 처음 만나 업무상 거래를 시작했다고 한 반면, 에리카 김 씨는 BBK가 설립되기 전인 1999년 초 두 사람이 만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촬영 : 이종승 기자

▼이장춘씨 “이명박 BBK 명함 받아”▼

한나라당 “김씨가 임의로 만든 것”

보수 인사인 이장춘 전 주 필리핀 대사는 22일 인터넷 사이트인 ‘조갑제 닷컴’을 통해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에게서 2001년 5월 ‘BBK투자자문회사 회장/대표이사’라고 적힌 명함을 직접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사는 이날 조갑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2001년 5월 30일 오후 2시 반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에서 이명박 씨를 만나 명함을 받았다”며 “당시 이 씨는 ‘인터넷 시대여서 인터넷 금융업을 한다’면서 명함을 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이 후보가 아니라 김경준 씨가 임의적으로 만든 것이다. 이 후보가 김 씨와 사이가 벌어져 사업을 청산한 이후 명함을 사용한 사실이 전혀 없다. BBK 사무실이 삼성생명 빌딩(명함에 나온 주소)에 있지도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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