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는 안 내놓고…” 김경준 수사 검찰도 ‘답답’

  • 입력 2007년 11월 22일 03시 03분


코멘트



검찰은 21일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41·수감 중) 씨를 6일째 조사하고 있지만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의 연루 의혹 등 진상을 밝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가 “이 후보가 BBK의 진짜 주인”이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연루 여부를 파헤치기 위해 검사 7명 등 30여 명으로 매머드급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검찰로서는 갑갑한 상황이다.

▽갑갑한 검찰, 기자회견에도 실망=김 씨의 아내 이보라 씨가 이날(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기자회견을 했지만 그동안의 주장을 입증할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지 않자 검찰은 실망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특히 이 씨가 “이면계약서를 나눠 주려고 했으나 검찰이 ‘이 후보의 친필 서명을 요구한다’는 얘기를 듣고 생각을 바꿨다”고 말한 대목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재경지검의 한 중견 간부는 “서명 대조를 하기 위해선 본인의 필체 1개가 아닌 여러 개를 요구하는데 공개된 서명대로 쓰지 않을 것에 대비해 이면계약서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씨의 누나 에리카 김 씨가 예고와 달리 기자회견장에 나오지 않은 데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한 검찰 관계자는 “에리카 김 씨 본인도 미국에서 돈세탁 등 혐의로 유죄를 인정한 것으로 안다. 그런 처지에서 기자회견에 나타난다면 기자회견 자체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걸 스스로 의식한 것 아니겠나”라고 해석했다.

▽수사 지연 불가피=이 씨가 “한글과 영문 이면계약서 원본을 23일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밝힌 만큼 검찰의 수사도 다소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계약서 원본을 확보하는 대로 대검찰청 문서감정반이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에 보내 진위를 가리기로 했다. 통상 서류의 진위 확인에만 빨라도 2, 3일 걸리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면 자연스럽게 대선 후보 등록일(25, 26일)을 넘기게 된다.

검찰 일각에선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가 김 씨의 2차 구속기간 만기일(12월 5일)도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계약서의 진위를 한 곳에서만 검증할 경우 객관성 논란을 피할 수 없어 여러 기관에 중복해서 확인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계약서가 가짜로 판명나면 이 후보를 소환조사할 필요성이 없어진다. 반대로 문서가 진짜로 밝혀지면 이 후보의 소환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의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의 소환이 없다면 중간수사 결과 발표는 없다”고 단언했다.

만약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면 올 8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 수사 결과 발표 때처럼 ‘제3자 소유’라는 애매한 표현 대신 “이 후보가 연루됐다”거나 “전혀 무관하다”는 식으로 분명하게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한편 선임 닷새 만인 20일 사임한 박수종(사법시험 36회) 변호사 대신 오재원(44·사시 33회) 변호사가 김 씨의 변호를 맡기로 했다.

오 변호사는 21일 “(박 변호사에게서 에리카 김 씨가 보낸) 박스를 인계받긴 했지만 아직 내용물은 잘 모르고 김경준 씨가 직접 열어 보고 싶어한다”며 “단순한 형사사건으로 생각하고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2002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이 후보와 맞섰던 김민석 전 민주당 의원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