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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1월 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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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관급 고위 공직자가 현직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한 것은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또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던 전 국세청장의 혐의가 드러날 경우 검찰 출두 전까지 ‘오리발’로 일관했던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 사건의 재탕이 된다.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고 본인의 말만 믿더니”라는 비난 여론에 또다시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검찰이 전 국세청장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고, 전 국세청장이 이병대 부산지방국세청장을 통해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의 진술 번복을 시도한 정황도 포착됐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현직으로서 검찰에 출두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시각도 있지만 개인의 법적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청와대가 사의 표명을 요구하는 것이야말로 원칙에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청와대가 전 국세청장이 죄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청와대가 검찰 수사를 지켜본 후 전 국세청장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기존 견해를 재확인했지만 전 국세청장이 구속되면 사표를 받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전 국세청장이 스스로 사의를 표명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청와대가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이 연루된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이 청장의 기자회견 내용 때문이다. 이 청장은 “전 국세청장이 8월 ‘정 비서관 큰일 났구먼. 이 사람 이름이 (언론에) 안 나와 다행이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 전 청장은 8월 9일 구속됐고, 정 전 비서관이 문제의 자리에 동석했다는 연루 사실이 처음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은 8월 28일이다.
이 청장의 말만 놓고 보면 전 국세청장은 정 전 비서관의 연루 사실이 드러나기 이전에 알고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전 국세청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정 전 비서관과 함께 근무했다. 따라서 전 국세청장이 일찌감치 청와대에 보고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천 대변인은 “이 청장의 발언 자체가 사실인지 아닌지 전제를 갖고 말할 수는 없다. 국세청이 어느 시점에서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청와대에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정 전 비서관의 연루 사실은 정 전 청장 구속 무렵 알게 됐다”고 밝혀 왔다.
천 대변인은 “만약 이 청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국세청이 우리한테 그런 사실을 알려주는 게 좋았겠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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