昌 출마설…정동영 후보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 입력 2007년 11월 2일 03시 03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출마를 가정한 1일 MBC, SBS 여론조사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가 이 전 총재에 비해 지지율이 낮게 나오는 것으로 나타나자 정 후보 측은 당혹감 속에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이 전 총재의 출마가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의 지지율을 흔들면서 정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며 반색하던 기류와는 확연히 달랐다.

대통합민주신당의 핵심 당직자는 “이 전 총재가 10∼15%를 얻어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내리면 우리에게 유리하지만 오히려 이명박 대 이회창의 무대가 형성되면 우리로선 국민의 관심권에서 아예 멀어질 것”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관계자는 “창피한 결과”라고 말했다.

충남 예산 출신의 이 전 총재가 충청권에서 일정 수준의 지지를 얻을 경우 호남과 충청, 수도권의 ‘서부벨트’를 기반으로 대선을 치르겠다는 범여권의 대선 전략에도 차질이 올 수 있다는 게 정 후보 측의 또 다른 고민이다.

충청권에 기반을 둔 국민중심당 심대평 대선 후보는 한나라당과의 연대에는 주저하면서도 이 전 총재에게는 비교적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의원은 “판이 흔들린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나쁘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민병두 의원은 “이 전 총재의 표는 한나라당 중심 세력이 이탈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명박 후보는 1, 2주 안에 30%대까지 빠질 것이다”고 말했다.

정 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총재가 생각보다 세다. 저쪽 진영의 후보가 이 전 총재로 단일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일대일 구도의 상대로는 이명박 후보보다는 이 전 총재가 더 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후보는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회의를 통해 의견을 정리해 말하겠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한편 ‘정 후보 지지자들이 이 전 총재의 출마를 부추기기 위해 여론조사에서 이 전 총재를 역(逆)선택했다’는 한나라당 이방호 사무총장 등의 주장에 대해 MBC 여론조사를 실시한 코리아리서치의 김정혜 상무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역선택이 일어났다면 범여권 지지층에서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높아야 할 텐데 실제로는 고연령층과 대구 경북 지역에서 높게 나타나고 호남 지역에서는 낮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다만 범여권 지지층에서는 이 전 총재의 출마가 범여권에 유리하다는 판단 아래 출마에는 찬성 의견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촬영 : 김동주 기자


촬영 : 김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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