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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1월 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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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능화’란 말 그대로 시설이나 장비를 못 쓰게 한다는 뜻. 핵 시설이나 핵심 장비를 아예 못 쓰게 만들거나, 다시 복구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도록 장비나 시설을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영변 5MW급 원자로의 경우 북한 핵 개발의 중심 연구시설로, 이번 불능화 작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이다. 원자력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원자로 내 핵연료봉 구동 장치나 냉각 펌프, 제어봉을 포함한 제어 계통을 제거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냉각 펌프는 원자로에 냉각수를 공급하는 핵심 시설로, 이를 다시 제작해 재가동하려면 1년 정도가 걸린다. 핵분열이 순식간에 일어나지 않도록 중성자 수를 조절하는 제어 계통 역시 한번 떼어 내면 복구하는 데 몇 달이 걸린다.
방사화학실험실은 사용 후 연료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재처리하는 시설. 로봇 팔이 달려 있는 방사능 차폐 시설인 ‘핫셀’에서 주로 작업이 이뤄진다. 따라서 핫셀을 폐쇄하거나 방사능 물질 처리에 사용되는 용기인 ‘글로브박스’를 제거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연료봉 제조 시설은 3곳 중 불능화 작업을 하기에 비교적 쉬운 편에 속한다. 보통 우라늄은 피복제를 입혀 원자로에 넣는데, 이 공정에 사용하는 장비를 들어내는 방법이 있다.
미국 기술팀의 불능화 완료 시점은 올해 12월로 잡혀 있다. 이에 대해 기간이 너무 짧아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진짜 핵심 시설과 장비라면 제거하고 봉인하는 데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핵심 장비나 시설은 대부분 여러 가지 방사성 핵종에 오염돼 있어 제염(除染) 처리에 최소 1년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한국도 서울 노원구 공릉동 옛 원자력연구소에 있던 연구용 원자로의 제염 처리에 5년여를 끌었다.
이번 불능화 조치가 근원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핵심 장비를 딴 데로 옮긴다고 해도 북한이 ‘제3의 장소’에 재고 부품을 보유하고 있다면 언제든 핵 프로그램을 재가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국내 대학의 한 관련학과 교수는 “북한에 고급 핵 과학기술자가 100명이 넘는다”며 “이들을 향후 어떻게 관리할지도 불능화 논의에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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