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주먹구구식 자산관리-운용

  • 입력 2007년 10월 2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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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자금 받은 운용사 회식비까지 결제

국회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국민연금공단의 자산운용사 관리 및 운용 실태는 한마디로 주먹구구와 부실운용 자체였다.

공단 출자 기금을 회식비로 사용해 공단 감사에서 적발된 회사가 또다시 공단과 재계약을 하는가 하면 공단 스스로 평가한 회사 등급을 무시하고 수년간 국채 응찰액을 배분한 것.

국채 응찰액 배분의 경우 수년간 이런 관행이 지속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단 출자금이 룸살롱 회식비=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국민연금 기금운용 업무에 관한 내부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연금공단은 2005년 11월 말과 2006년 7월 말경 A 자산운용사와 B 자산운용사를 국민연금 SOC 투자를 위한 위탁운용사로 선정하고 이 운용사들이 설립한 사모펀드 2곳에 각각 1500억 원과 750억 원을 출자키로 했다.

문제는 이들 자산운용사가 사모펀드 설립 과정에서 룸살롱과 단란주점 등에서 이뤄진 회식비용까지 펀드설립비용으로 처리해 국민연금공단에서 비용을 결제받았다는 것.

공단에서 지급되는 펀드설립비용은 통상 법률자문비용, 행정처리비용, 인쇄비용 등 사무용 비용 지출에 대해서만 인정된다.

B사는 지난해 1월 서울 S 단란주점에서 100만 원가량을, A사는 지난해 6월 서울 W룸살롱에서 50만 원가량을 회식비로 사용한 뒤 이를 펀드설립비용으로 처리했다.

일본식 주점과 횟집 등에서 지출한 회식비와 기념품 구입비, 연회비까지 포함하면 이들 두 회사가 사용한 비용은 모두 4199만 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관리공단 측은 “펀드설립비용 지불 명세를 사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된 회식비 등을 회수 조치했다”며 “앞으로 펀드설립기금의 집행과 정산체계를 보완하는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등급도 무시한 국채 배분=국민연금공단은 매년 분기별로 은행 및 증권사를 평가해 1∼4그룹으로 나눈 뒤 이중 3그룹까지 국채 입찰 대행회사로 선정해 국채를 배분한다.

배분 비율은 총 배정액 중 1그룹 50%, 2그룹 30%, 3그룹 20%를 배분하며 4그룹에는 국채 입찰권을 주지 않는다.

문제는 수년간 이 등급을 무시하고 하위 등급에 속한 회사가 상위 등급보다 더 많은 국채 응찰액을 배정받았다는 점.

한나라당 문희 의원이 23일 공개한 공단의 연도별 응찰액 배분 현황에 따르면 2004년 3분기 2그룹에 속한 E은행은 3300억 원을 배정받았다. 그러나 같은 기간 1그룹에 속한 F증권은 이보다 적은 2700억 원을 배정받았다.

또 G증권은 지난해 1분기 1그룹에 속해 900억 원을 배정받았으나 같은 기간 3그룹에 속한 H증권은 3배가 넘는 2900억 원을 배정받았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문 의원실에 보낸 답변서에서 “그룹별 배정액은 정해져 있지만 그룹 내 배정액은 그동안 기준이 없었다”며 “앞으로 기준을 마련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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