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직전 ‘임기제 공직’ 임명 논란

  • 입력 2007년 10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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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더…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11월 10일 청와대에서 전윤철 신임 감사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걸어가고 있다. 11월 9일 임기가 끝나는 전 감사원장은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한번 더…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11월 10일 청와대에서 전윤철 신임 감사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함께 걸어가고 있다. 11월 9일 임기가 끝나는 전 감사원장은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靑, 검찰총장-감사원장 인사 강행 방침

《노무현 대통령이 다음 달 9일 임기가 끝나는 전윤철 감사원장의 중임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한편 다음 달 23일 임기가 만료되는 정상명 검찰총장 후임을 임명할 방침이라고 청와대가 9일 밝혔다. ‘법으로 주어진 권한은 법대로 한다’는 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헌법에는 대통령의 공무원 임면(任免)권이 명시돼 있기 때문에 법대로 한다면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날까지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맞다. 노 대통령은 8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할 일을 책임 있게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임기가 4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임기제 공직자를 임명하면 차기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의 임기는 각각 2년과 4년으로 새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은 임기 대부분을 차기 정권에서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청와대가 후임 검찰총장 임명을 강행하는 데에 대해서는 ‘이중 잣대’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이 새 검찰총장을 지명하겠다는 것은 ‘임기제’가 근거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임기제 총장인 만큼 임기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취임 초기 김대중 정권 때 임명된 김각영 검찰총장을 불신임한 적이 있다. 정부 출범 후 12일 만인 2003년 3월 9일 ‘평검사와의 대화’에서 “김대중 정권에서 구성된 검찰 지휘부를 신뢰하지 못하겠다”고 김 총장에게 공개적으로 불신임을 통고했다. 김 총장은 곧바로 “인사권을 통해 검찰권을 통제하겠다는 새 정부의 의사가 확인됐다”며 사표를 냈다.

또 노 대통령이 2005년 4월 임명했던 김종빈 전 검찰총장도 강정구 동국대 교수 사건을 둘러싼 마찰로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6개월 만에 물러났다.

이에 따라 사실상 ‘검찰총장 임기제’를 무시했던 노 대통령이 검찰총장 임기제를 이유로 차기 정부에 부담을 주는 인사권을 행사하려는 것은 정치 도의상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검찰총장, 감사원장 인선을 차기 대통령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한나라당의 견해와 배치돼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 동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과 정치적 논란이 예상된다.

또 국회의 임명 동의를 받아야 하는 감사원장의 경우, 임명 동의가 여의치 않을 것 같자 전윤철 원장의 중임을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대행체제로 하고 차기 정부에 임명권을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근(헌법학) 숭실대 법대 교수는 “임기제 공직자는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법이 정한 임기를 보장해 주는 것이 좋지만 우리 정치문화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법이 아닌 정치 도의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강 교수는 “선거법 등 공익과 관련된 법에 대해서는 ‘위헌적’이라며 반발하던 노 대통령이 자신의 고유 권한에 대해서는 법조문을 그대로 해석해 법을 지켜야 한다고 밀어붙이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형근(정치학)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국회 일정이 11월 끝나는 만큼 정치적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며 “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이후 국정 지지도가 50%를 넘었다고 해서 타협을 하지 않는다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영수(헌법학) 고려대 법대 교수는 “대통령 임기가 4개월이나 남았는데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것은 애매하다”며 “인사권 행사 여부는 대통령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 정권말 임명된 검찰총장 수난사

노태우때 김두희 - DJ때 김각영

불과 3, 4개월 만에 모두 물러나

역대 정권 말에 임명된 검찰총장은 줄줄이 수난을 겪었다. 새 정권이 정권 출범에 맞춰 ‘입에 맞는’ 검찰 총수로 교체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검찰총장 임기제’는 임명권자가 바뀌는 정권교체기에는 요동치는 일이 잦았다.

가장 상징적 사건은 김대중 정부의 임기를 3개월 남겨둔 2002년 11월 임명된 김각영 전 총장이 현 정부 출범 후 전격 교체된 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에 “검찰총장의 임기를 존중한다”고 말해 김 총장의 유임설이 힘을 얻는 듯했다. 그러나 취임 직후인 3월 9일 열린 대통령과 평검사 간 대화에서 노 대통령은 “현 검찰 수뇌부를 믿지 못하겠다”며 검찰 수뇌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당시 김 총장은 즉각 사표를 냈다. 총장 재임은 4개월에 그쳤다.

김영삼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이었던 김태정 전 총장은 대선을 2개월 앞둔 1997년 10월 당시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의 비자금 의혹에 대해 수사 유보 결정을 내렸다. 정치권에선 김 전 총장이 김 후보를 위해 승부수를 띄웠다는 관측이 무성했다.

승부수가 주효했는지 김 전 총장은 정권이 바뀐 뒤에도 총장직 유지에 성공했다. 총장 임기를 3개월 남겨둔 1999년 5월엔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했다. 하지만 ‘옷 로비 사건’에 휘말려 보름 만에 장관직을 떠나야 했다.

이에 앞서 노태우 정부가 끝날 무렵인 1992년 12월 임명됐던 김두희 전 총장은 김영삼 정부 출범 직후인 1993년 3월 법무부 장관으로 옮겨 총장 임기를 못 채웠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집권세력이 김 전 총장을 ‘영전’시키는 방식으로 총장에서 중도하차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 후임 검찰총장 거론 사시19회 3인

안영욱 연수원때 단기사병 복무 논란

임채진 靑안팎서 “코드 불일치” 우려

정진호 이해찬 전총리와 절친한 동창

청와대는 후임 검찰총장 후보로 사법시험 19회 출신인 안영욱(52) 서울중앙지검장, 임채진(55) 법무연수원장, 정진호(53) 법무부 차관 등 세 사람으로 압축하고 막바지 검증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지검장과 임 원장은 경남 밀양과 남해 출신으로 부산고를 나왔다. 임 원장이 안 지검장의 2년 선배다.

정 차관은 전북 익산 출신이다. 그래서 새 검찰총장 인선을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과 범여권의 텃밭인 호남의 대결로 보는 시각도 있다.

노 대통령의 퇴임 후 정치 행보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청와대로서는 다음 정권에서 임기의 대부분을 보낼 검찰총장 인선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안 지검장은 공안통으로 2006년 부산지검장으로 있다가 올해 3월 인사 때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도곡동 땅 보유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

하지만 사법연수원생 시설 단기사병 복무를 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1977년 6월 방위병으로 입대해 야간 근무를 하며 그해 9월 사법연수원에 들어간 것. 1980년 겸직 금지규정이 생기기 전까지 사법연수원생 신분으로 방위병 복무를 한 것은 당시 관행이었다는 게 법조계 인사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여론은 군 문제에 유독 민감하다. 청와대가 8일 사법연수원에 안 지검장의 군 복무 기록을 요청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임 원장은 기획통으로 법무부 검찰1과장과 검찰국장을 지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일심회 간첩단 사건’을 처리했다. 그러나 청와대 안팎에선 임 원장의 ‘코드’ 불일치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 직후 검찰국장이던 임 원장을 교체하려 했던 것은 청와대 386들과의 ‘교감’에 따른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정 차관은 형사 분야와 행정 업무에 밝다는 평가다. 호남 출신이어서 정권이 바뀌어도 검찰총장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용산고 동창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절친한 사이여서 특정 계파의 지원을 받는 듯한 모습이 청와대로서는 오히려 부담스럽다는 얘기도 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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