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 합의 구체적… 南측 재원 부담 커

입력 2007-10-05 03:01수정 2009-09-2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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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방문 노무현 대통령이 4일 남북 정상회담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던 도중 개성공단 내 한 의류업체 공장에 들러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개성=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이번 평양 회담을 통해 다양한 경제협력 방안을 내놓았다.

남북 정상은 △해주경제특구를 포함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조선(造船)협력단지 건설 △개성공단 건설 가속화 △백두산 관광 등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또 원활한 경협 추진을 위해 현재의 차관급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부총리급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로 격상시키기로 했다.

경제 분야 합의사항은 다른 분야에 비해 상당히 구체적인 편이며 제대로 진행될 경우 적잖은 성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이런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남측으로서는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따를 가능성이 높다. 또 경협 분야 합의사항에 명시된 ‘유무상통(有無相通·있는 것과 없는 것을 서로 융통함)’이란 표현이 시사하듯 경제성 측면에서 논란이 될 수도 있다.

이화여대 조동호(북한학) 교수는 “사업성 조사도 하지 않고 정상 간에 합의했으니 무조건 해당 사업을 추진해야 할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며 “이 과정에서 정부 지원이 이뤄져 결국 국민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북한이 그동안 남북 경협의 결정적 걸림돌로 꼽혀 온 제도적 관행적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이번 합의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자칫 그동안 자주 논란이 돼 온 ‘퍼 주기 논란’이 재연될 소지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 해주경제특구 개발

남북은 황해도 해주 지역과 주변 해역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로 개발하기로 했다. 육지에서는 ‘해주경제특구’를 개발하고 바다에서는 공동어로수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남북의 군사력이 집중돼 긴장 관계가 높은 서해에서 경협을 추진해 긴장 완화와 경제협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해주경제특구는 남측과 인접해 기존 개성공단 및 수도권과의 연계로 삼각 축을 이뤄 경제협력을 가속할 수 있다는 지리적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만약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고 남북 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질 경우 이번 합의는 무용지물로 전락할 수도 있다.

특히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이 불거질 경우 해주경제특구와 공동어로수역 합의가 반드시 긍정적 결과로 이어질지 속단하기는 힘들다.

○ 북한 SOC 확충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경의선 남북철도 연결구간 개통 △개성∼신의주 철도 및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등 SOC 확충 문제도 논의됐다.

남북은 경의선 남북철도 연결구간 개통을 통해 개성공단 물자 및 북측 근로자 통근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북측이 남북 경협 물자의 개성∼평양 육로 운송을 허용함에 따라 남북 간 물류비가 대폭 감소하고 수송기간도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고 이 가운데 상당부분을 남측이 부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는 개성∼평양 고속도로만 하더라도 기존 포장을 제거하고 아스팔트로 재포장하는 사업에 최대 44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조선협력단지 건설

남북은 함경남도 안변군과 평안남도 남포시에 남북 합작으로 조선협력단지를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북한에 남북의 협력으로 조선소가 건설되면 세계적인 조선사업의 호황으로 크게 증가한 수주량을 처리해 한국 조선업체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중국은 면세 혜택 폐지와 인건비 상승으로 투자 유인이 감소되고 있어 국내 조선업체들이 북한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며 “조선 산업은 남측의 자본·기술과 북측의 우수한 인력이 결합해 보완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분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영남 배수리공장이 있는 남포시와 수심이 깊고 안보 리스크가 적은 안변군을 협력사업 후보지로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북한의 열악한 기술 수준으로는 조선 시설이나 기자재를 공급하는 데 한계가 있어 합작 조선소를 건립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개성공단 건설 가속화

남북 정상은 개성공단이 남북 경협의 상징적 존재라는 것에 인식을 같이하고 이를 내실화하는 한편 제2, 제3의 개성공단 조성도 추진하기로 했다.

개성공단은 총 66km²(2000만 평) 규모로 3단계에 걸쳐 개발할 계획이었지만 아직 전체의 20분의 1인 3.3km² 규모의 1단계 사업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양측은 현재 1단계 공단의 건설을 되도록 빨리 완공하고 2단계 개발에 착수하기로 했다. 또 남측에서 개성공단 사업의 걸림돌로 지적해온 통신 통행 통관 등 이른바 ‘3통(通)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가 제대로 시행된다면 개성공단 사업이 상당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북한이 보여 온 행태를 감안할 때 실제로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 백두산 관광

남북 정상은 4일 공동선언에서 “남과 북은 백두산 관광을 실시하며, 이를 위해 백두산∼서울 직항로를 개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아산과 한국관광공사가 2005년 7월 북측과 합의한 이후 답보 상태를 보여 온 백두산 관광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하지만 백두산으로 가는 하늘길이 순조롭게 열릴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 2005년에도 현대아산, 한국관광공사가 북쪽과 백두산 관광에 합의했지만 시범 사업조차 성사시키지 못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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