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10·4 선언 항목별 점검(1-8항)

입력 2007-10-05 03:01수정 2009-09-26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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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선언문 서명 노무현 대통령(왼쪽)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4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 평양=연합뉴스
무슨 이야기 나눌까 4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환송 오찬에서 노무현 대통령(왼쪽)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고 있다. 평양=연합뉴스
남으로… 2박 3일간의 북한 방문 일정을 마친 노무현 대통령 일행이 4일 오후 평양 시민들의 배웅을 받으며 시내를 떠나고 있다. 평양=연합뉴스
◆1항 《남과 북은 6·15공동선언을 고수하고 적극 구현해 나간다. 우리민족끼리 정신에 따라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간다.》

“6·15 정신에 바탕 둔 통일 접근”

연방제 부적절 논란 재연될 수도

이번 정상선언에서 남북은 2000년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6·15공동선언’의 정신에 바탕을 둔 ‘우리 민족끼리’ 정신에 따라 통일문제에 접근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이번 선언에 따라 양측은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제안한 6·15공동선언을 기념하는 방안도 실무 차원에서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그동안 정부는 통일방안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상호 신뢰를 키워 평화와 공동번영을 실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12월 대선후보 시절 합동토론회에 나와 “통일은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평화의 축적과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4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로 돌아와 연 정상회담 보고회에서 “통일문제는 6·15공동선언에 잘 정리돼 있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독일과 같은 급작스러운 통일을 바라지 않으며 상호 공존 공영하는 통일을 바란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6·15공동선언의 통일방안에 대해서는 그동안 사회적 논란이 적지 않았다. 6·15공동선언에 담긴 남북한의 통일방안은 본질적으로 함께 갈 수 없는 서로 다른 방안이라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6·15공동선언 2항은 “남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해 나가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따라 ‘1민족 1국가 1체제 1정부’를 이루는 하나의 통일국가를 목표로 하는 과도적인 단계인 남한의 연합제와 달리 북한의 연방제는 ‘1민족 1국가 2제도 2정부’의 연방국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남북이 서로 정치 외교 군사 등에 대해 독자적인 권한을 가진 상태로 ‘한 지붕 두 가족’의 통일을 하는 방식이다.

특히 북한의 낮은 단계 연방제가 주체사상을 통일철학으로 하는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것도 주요 논란거리가 돼 왔다.

또 남북이 ‘우리민족끼리’와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을 강조하는 것에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들이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또다시 이를 내세운 것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두 정상은 6·15공동선언을 기념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합의했지만 이것도 남측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남북은 2001년부터 해마다 6·15공동선언 기념행사를 하고 있으나 남북 간의 견해차로 파행을 겪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2항 《남북은 내부문제에 간섭하지 않으며 남북관계를 통일 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각자 법률 제도적 장치들을 정비해 나간다.》

‘내정 불간섭’ 인권문제 눈감는 셈

‘법률 정비’ 국보법 개폐 논란 소지

북한의 대표적인 ‘내부문제’인 인권문제에 대해 더는 언급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지적해 왔고, 일각에선 이를 대북 지원과 연계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때마다 북한은 ‘주권 침해’라면서 기존 협력사업도 재검토하겠다며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인권문제를 다루지 않겠다는 의사 표명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황을 반영하듯 이번 회담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비롯해 납북자와 국군 포로문제에 대해 언급한 대목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런 합의는 정상회담 개최 전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방북 며칠 전의 정례 브리핑에서 ‘아리랑’ 공연이 아동 인권 침해라는 지적에 대해 “인권문제는 지역의 환경과 특성에 따라 다르게 해석돼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북한 평양방송도 지난달 11일 “모든 나라에 똑같이 적용되는 인권 기준이란 있을 수 없다. 미국이 ‘인권 유린의 주범’이라는 게 우리의 시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 인권문제는 향후 남북관계의 ‘뜨거운 감자’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남한은 북한의 인권문제에 눈을 감기로 작정했다는 국제적 비난에 직면할 수 있고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도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

실제로 지난달 18일 개막한 제62차 유엔총회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이 여전히 위험한 수준이라는 ‘북한 인권보고서’가 제출된 바 있다.

한편 남북관계의 통일 지향적 발전을 위한 법률 제도적 장치의 정비는 국가보안법의 개폐에 대한 이면 보장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국가보안법이 남북관계 발전의 주요 장애물이라며 철폐를 요구했던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또다시 이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책기관의 한 전문가는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는 대남적화전략이 명시된 노동당 규약의 전면 수정 등 북한의 신뢰할 만한 조치가 선행된 뒤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3항 《남북은 서해 충돌 방지를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하고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기 위 해 11월 국방장관 회담을 열어 협의한다.》

“공동어로 허용해 서해 충돌 방지”

해주 직항로땐 軍해상경계 부담

남북 정상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이하 서해특별지대)의 설치를 위한 남북 협력사업의 군사적 보장 원칙에 합의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4일 귀환 직후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열린 보고회에서 “서해특별지대 제의는 이번 남북공동선언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가장 진전된 합의가 이뤄진 부분”이라며 “해주공단 개발, 한강하구 공동 이용 등을 엮어 포괄적으로 군사적 대결상태를 해결하는 데 큰 몫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핵심 사안인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는 NLL 문제는 수도권 안보와 직결되는 중대 안보 현안인 만큼 정치적 협상의제로 다뤄져선 안 된다는 남측의 강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로 북한 민간 선박들이 해주 직항로로 운항하게 되면 NLL의 군사적 실효성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용옥 전 국방부 차관은 “남북 간 군사 신뢰 구축이 미진한 상황에서 NLL에 미칠 군사적 영향을 검토하지 않고 섣불리 합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군의 안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장정길 전 해군참모총장(예비역 대장)은 “해주 직항로를 따라 NLL을 가로지르는 북한 선박들을 검색하느라 해군의 경계 부담이 높아지고, 북한이 직항로를 오가며 우리 군의 서해 경비태세를 손쉽게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공동어로수역::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남북한의 우발적인 충돌을 막기 위해 NLL 인근 해역 가운데 남북 어민들이 함께 고기잡이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지정한 수역. 제3국 어선의 불법 조업을 막는 효과도 있다. 하지만 서해 5도 주민의 생업 공간이어서 수역의 설정 범위와 조업 허용 수준에 따라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북방한계선(NLL)::

1953년 7월 27일 남북 간 육상경계선을 설정한 정전협정 직후 마크 클라크 유엔군사령관이 북한과 협의 없이 설정해 북한에 통보한 해상한계선. 영문(Northern Limit Line) 머리글자를 따서 ‘NLL’로도 부른다. 북한이 1973년 NLL 남쪽을 북한 수역이라고 주장한 이후 수시로 NLL을 넘어와 남한과 잦은 충돌을 빚고 있다.

◆4항 《정전체제를 종식하고 평화체제 구축 필요성에 공감하며 이를 위해 3자 또는 4자 정상의 종전선언을 추진한다.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의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한다.》

핵폐기 문제는 6자회담에 떠넘겨

北, 종전선언 주체로 남한 인정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최우선 과제인 북핵 문제에 관한 남북 정상의 합의는 미흡한 수준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의 지적이다. 최소한 ‘2007 남북 정상선언’에 나타난 문구에는 핵문제 해결의 적극적인 의지가 읽히지 않는다.

6자회담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상징적 수준의 언급만 했기 때문이다. 원론적인 차원에서의 비핵화 의지조차 밝히지 않은 채 현재 진행 중인 6자회담에 맡긴다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간 셈이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4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귀환한 뒤 도라산역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가진 보고회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최고지도자로서 북핵 폐기의 분명한 의지를 밝힌 만큼 이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쉽게 말해 핵 폐기는 하는데 6자회담에서 하자는 식으로 정리가 됐다”고 말했다.

▽“전후가 바뀌었다”=이번 남북 정상선언 4항의 논리구조는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간다는 내용이 먼저 나오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 회담의 합의문이 이행되도록 노력한다고 돼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정도의 언급도 없다. 2005년 6월 김 위원장이 대통령 특사로 방북했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유효하며 김일성 주석의 유훈(遺訓)”이라고 밝힌 것에 비해서도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럼에도 남북은 정전체제 종식과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한반도 지역에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만나 종전 선언을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는 전형적인 본말전도의 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남북이 핵문제 해결을 위한 ‘기본틀’이라고 합의한 6자회담에서도 평화체제의 논의는 북한 핵이 폐쇄·봉인과 불능화 단계를 거쳐 궁극적인 핵 폐기 과정에 접어들 때 비로소 평화체제 논의가 본격화한다고 밝히고 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비핵화 의지를 읽어낼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기를 기대했는데 그 부분의 논의가 부족하다”며 “이번 선언의 우선순위도 평화체제 언급이 먼저 나오고 핵 문제가 나온 것은 선후가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6자회담에선 북핵 폐기 후 평화체제 논의=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초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핵 프로그램을 검증 가능하도록 폐기한다면 한국에서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말해 핵 폐기가 평화 논의의 전제임을 분명히 했다.

김태효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반도 비핵화에 이어 군사적 신뢰구축 단계를 거쳐 진행시켜야 할 평화체제 구축을 아무런 방법론 제시 없이 선언한 것은 스스로 실현 가능성이 결여돼 있음을 증명한 셈”이라며 “공허한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 도중에 김 위원장이 6자회담 북한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회담장에 들어오게 했다는 사실을 소개한 뒤 “10월 3일 (6자 회담) 합의 경과를 보고토록 해 소상한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종전선언 당사국 지위를 공인받기는 했지만…=‘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선언을 한다는 대목은 그나마 남측이 종전선언의 당사자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공인받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동안 학계 및 국제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종전선언의 주체를 놓고 전쟁 당사국 또는 유엔군 참전국까지 모두 포함해야 한다는 해석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정전협정의 서명자는 아니지만 6·25전쟁의 실질적 당사자인 남북한의 정상이 종전선언의 주체를 남북한과 미국 또는 남북한과 미국, 중국으로 압축해 사실상 주체 논란에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노 대통령은 도라산 보고회에서 “김 위원장에게 부시 미국 대통령이 (시드니 한미 정상회담에서) 제안한 종전선언 방안을 설명했고, 김 위원장도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한편 종전선언의 주체를 ‘3자 또는 4자’로 명시한 것은 정전협정의 당사자이긴 하지만 한반도에 병력을 주둔시키지 않고 있는 중국은 평화체제 협상의 당사국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북한 견해가 반영됐을 개연성이 있으며 논란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있다.

6자회담에서 평화체제 협상의 당사자가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라는 공감대가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을 배제한 3자간 협상을 주장할 경우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5항 《남북 경제협력 사업을 확대 발전시키고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수역과 평화수역 설정 등을 적극 추진한다.》

정부는 “쌍방향 투자, 상호 이익”

결국은 대규모 대북 투자에 집중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 경제의 ‘동반 성장’을 추진하기 위해 개성공단에 대한 자유로운 출입과 경의선 철도 및 개성∼평양 고속도로를 남북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북한의 군사적 보장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4일 정상회담 보고회에서 “남북 경협과 관련된 여러 문제를 해결해 가기 위해서 부총리급인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를 운영하기로 했다”며 “실무선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고 새로운 사업의 제안과 합의를 이뤄 나가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정상선언이 남북 경협을 지속적인 쌍방향 투자 협력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내비쳤다.

하지만 ‘쌍방향 투자’와 ‘남북한 상호 이익 추구’라는 정부의 설명과는 달리 이번 선언에 포함된 남북 경협 방안은 대북 지원과 투자에 집중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안변과 남포에 조선(造船)협력단지를 건설하는 방안이나 농업 보건의료 등에 대한 협력, 개성공단 확대 및 철도와 도로 개보수 문제 모두 남한의 전폭적인 투자를 전제로 한 것이다. 정부는 경의선 철도 보수에 2900억 원, 개성∼평양 고속도로 재포장에 최대 4400억 원이 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북 투자 비용은 모두 국민과 남한 기업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평화협정::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나라나 지역에서 군사행동을 중지하고 평화상태를 회복하거나 우호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맺는 협정. 정전상태를 평화상태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법적인 절차다. 6자회담 ‘9·19 공동성명’(2005년)에서는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별도의 포럼’에서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키로 했다.

::정전협정::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유엔군 총사령관 마크 클라크, 북한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가 서명함으로써 체결된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 영어, 한국어, 중국어로 작성됐다. 이 협정으로 남북 간에는 비무장지대와 군사분계선이 설치되고 6·25전쟁이 사실상 끝났다. 그러나 국제법적으로는 지금도 정전 상태다.

◆6항 《남북은 백두산 관광을 위해 백두산∼서울 직항로를 개설하고, 2008 베이징 올림픽에 남북응원단이 경의선 열차를 타고 참가한다.》

답보상태 백두산 관광사업에 ‘날개’

경의선 열차 이용은 北군부가 변수

남북 정상이 백두산 관광 추진에 합의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2005년 7월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거쳐 세 차례의 백두산 관광 시범 실시에 합의했지만 북한 핵실험 등 국제정세 불안으로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백두산관광 사업을 위해 그동안 4회에 걸쳐 백두산 삼지연 공항으로 가는 도로 포장용 물자와 활주로 포장용 피치 약 8000t(50억 원 상당)을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하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백두산∼서울 직항로 개설에 합의함으로써 백두산 관광 실현 가능성에 기대를 높였다.

현재 남측 관광객들이 백두산을 관광하려면 중국 옌지(延吉)를 거쳐 백두산 정상까지 올라가야 하지만 직항로가 개통되면 비행기로 한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게 된다.

백두산 관광이 이뤄지더라도 ‘관광료’ 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2008 베이징(北京) 올림픽 남북 응원단이 경의선 열차로 방문하기로 했는데, 성사된다면 사회문화 교류의 한 획을 그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관건은 경의선이 5월 시험운행을 마친 뒤 정상 개통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 군부가 아직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 변수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7항 《남북은 이산가족과 친척들의 상봉을 확대하며 영상편지 교환사업을 추진 하고, 금강산면회소가 완공되는 데 따라 쌍방 대표를 상주시키고 이산가 족과 친척의 상봉을 상시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납북자-국군포로 송환 언급 없어

盧대통령 “성과 거두지 못해 죄송”

이번 정상선언에 따라 내년 초 금강산면회소가 완공되면 이산가족 상시 상봉 등 남과 북에 흩어져 있는 가족들의 직접 상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산가족 상봉 확대 및 상시화 문제는 남측이 2000년 6·15공동선언에 따른 제1차 이산가족 상봉 이래 줄곧 북측에 요구해 온 사안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4일 귀환 후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열린 정상회담 보고회에서 “이산가족,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 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자는 제의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납북자와 국군포로의 송환 혹은 생사 확인, 그리고 비전향장기수 문제는 선언문에 언급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양측의 의견 차이로 납북자 문제 등은 국민의 기대만큼 성과를 못 거두었다. 해결하지 못해 국민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열린 제7차 적십자회담에서 ‘전쟁 이후 시기 행방불명자 문제에 대한 협의·해결’에 합의하면서 납북자 문제에 조금 진전된 태도를 보이는 듯했지만 여전히 이산가족 상봉 때 일반 이산가족 속에 2, 3명씩 포함시키는 데 그치고 있다.

정부는 현재 북측에 생존한 국군포로는 500여 명, 6·25전쟁 이후에 돌아오지 못한 납북자는 480여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측은 ‘납북자’나 ‘국군포로’라는 표현 자체를 사용하지 않고, 일본인 납치 문제가 꼬이면서 북일 수교가 어려워졌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공식적인 선언문에 그러한 내용을 담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금강산면회소::

북측 강원 고성군 온정리 조포마을 입구에 건설되는 면회소로 5만 m²(1만5000평) 터에 연면적 1만9835m²(6000평) 규모다. 2005년 말 공사를 시작했지만 지난해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한때 공사가 중단됐다. 내년 초 완공 예정이다.

◆8항 《남북은 국제무대에서 협력을 강화한다.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정상들이 수시로 만나 현안 문제들을 협의한다.》

‘정례화’ 관철땐 답방 의무 생겨

‘김정일 부담 덜어주기용’ 추측

남북 정상이 ‘수시로 만나’라는 표현에 대해 청와대는 “사실상 정상회담의 정례화에 합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의 주장처럼 남북 정상의 만남이 정례화된다면 과거 ‘말’로만 끝나는 경우가 많았던 남북 간 합의들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남북 간 신뢰 구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러한 선언이 실제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청와대의 주장과는 달리 북측은 필요에 따라 ‘만난다’는 의미를 ‘핫라인’을 통한 통화나 특사 파견 등을 통한 접촉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해석할 가능성도 있다.

2000년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과 ‘서울 답방’에 합의했지만 아직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선언을 ‘정상회담의 정례화’로 해석한 청와대의 기대와는 달리 ‘선언적’ 문구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무현 대통령은 4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열린 정상회담 보고회에서 “김 위원장에게 서울 답방을 요청했지만 (김 위원장은) 우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제안하면서 본인의 방문은 여건이 성숙할 때까지로 미루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6·15공동선언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정상회담에 관한 항목은 별항으로 처리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김 위원장의 방한’ 관련 항목은 아예 빠져 2000년 합의보다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는 “남북관계가 국가 간 관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정례화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다는 북측 의견을 받아들여 수시로 만나자는 용어로 합의했다”고 했지만 사실상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자신할 수 없어 포기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상회담은 양국 상호 간에 교차 방문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국제적 관례다. 그래서 다음 정상회담은 서울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보는 것이 논리적이다.

남북이 ‘정례화’라는 표현을 피해 굳이 ‘수시로’라는 표현으로 합의를 한 것은 서울 방문을 꺼리는 김 위원장을 의식해 북측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례화’로 명문화하면 국제관례에 따라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은 회담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정상 간의 상호 방문을 통해 남북한 주민들이 각 사회의 진면목을 아는 계기가 된다는 점도 중요하다”며 “이번 합의는 정부가 한국 사회의 모습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 주고 이를 통해 북한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지렛대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도움말을 준 전문가 명단(가나다순)▽

고유환 교수(동국대 북한학과), 김성한 교수(고려대 국제대학원), 김태효 교수(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김희상 전 대통령국방보좌관, 남성욱 교수(고려대 북한학과), 남주홍 교수(경기대 국제정치학과), 박용옥 전 국방부 차관, 백승주 박사(한국국방연구원), 서주석 박사(한국국방연구원), 신언상 전 통일부 차관, 유호열 교수(고려대 북한학과), 이기동 책임연구위원(국가안보전략연구소), 장정길 전 해군 참모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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