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金위원장 모습에서 열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 입력 2007년 10월 3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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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표정노무현 대통령(뒷줄 왼쪽)이 2일 평양 4·25문화회관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뒷줄 오른쪽)의 안내를 받으며 도열한 북측 주요 인사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평양=연합뉴스
엇갈린 표정
노무현 대통령(뒷줄 왼쪽)이 2일 평양 4·25문화회관 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뒷줄 오른쪽)의 안내를 받으며 도열한 북측 주요 인사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평양=연합뉴스
세계 주요 외신들은 2일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만나는 장면을 긴급 뉴스로 보도하며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을 보도하는 외신들의 행간에는 2000년 정상회담 때에 비해 분명한 온도차가 드러났다. 남북 정상의 행보에 깊은 관심을 나타내면서도 회담 성과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내는 신중한 태도였다.

▽“김 위원장 이번에도 깜짝 출현”=외신들은 이날 김 위원장이 4·25문화회관 환영 행사장에 깜짝 출현한 사실을 일제히 긴급기사로 타전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김 위원장의 모습이 확인되자마자 ‘김 위원장, 평양서 노 대통령 영접’이라는 제목만으로 1보를 내보냈다. AP, AFP통신도 김 위원장의 영접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CNN은 노 대통령이 이날 오전 청와대를 떠나 군사분계선(MDL)을 걸어서 넘는 순간과 두 정상의 만남을 생방송으로 중계했다. 중국 관영 CCTV는 노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통해 육로로 방북한 데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회담 성과는 미지수”=외신들은 이번 회담의 성과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레임덕에 빠진 노 대통령이 예측할 수 없는 북한 지도자 김정일을 만나기 위해 방북했다”며 “인기가 낮고 임기가 제한돼 있는 노 대통령에게 여론의 변화는 그의 집권당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이라며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활짝 웃음을 짓는 노 대통령과 입을 다문 채 무표정한 김 위원장이 함께 서 있는 사진을 싣고 “이번 회담의 유용성에 대해 회의론과 낙관론이 모두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특히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이판사판의 도박사(high-stakes gambler) 2명이 한 자리에 앉았다”고 평하기도 했다. 5개월밖에 임기가 남지 않은 노 대통령은 대선을 겨냥하고 있으며, 핵 위기의 장본인 김 위원장은 워싱턴의 태도 변화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2000년 정상회담과 분위기 차이 있다”=이날 공식 환영행사에 모습을 나타낸 김 위원장의 굳은 표정 때문에 외신들은 두 정상의 첫 만남 분위기가 1차 회담 때와 달랐다고 분석했다.

AP통신은 “한국 대통령을 맞는 김 위원장의 모습에서는 열정이 느껴지지 않았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을 환한 미소와 박수로 맞이해 한국과 세계에 자신의 강경한 이미지를 부드럽게 했던 (2000년 정상회담의) 감격적인 순간과는 완벽한 대조를 보였다”고 전했다.

일본 신문들은 이날 대부분 1면 머리기사로 크게 보도했지만 호외까지 발행했던 2000년 정상회담 때와 비교하면 상당히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그만큼 적어졌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일 정부, 비핵화 강조=미국과 일본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비핵화 문제가 핵심적으로 논의되기를 기대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남북 정상회담을 지지하며, 이번 정상회담이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제거하는 데 진전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일본 외상도 “이번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지역 전체의 평화 안정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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