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정한 ‘직무’ 벗어나… 안보 내세운 월권”

  • 입력 2007년 7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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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한나라당 이사철 법률지원단장(가운데)과 김연호 부단장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민원실에서 김만복 국가정보원장 등 전현직 국정원 관계자 6명에 대한 수사의뢰서를 내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후 한나라당 이사철 법률지원단장(가운데)과 김연호 부단장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민원실에서 김만복 국가정보원장 등 전현직 국정원 관계자 6명에 대한 수사의뢰서를 내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 “검찰 - 감사원이 할 일 왜 국정원이 나서나”

검찰 일각 “불법감청 때처럼 압수수색 불가피” 강경

국가정보원의 ‘이명박 태스크포스(TF) 가동 및 X파일 작성’ 여부는 한나라당과 국정원 간의 의혹제기와 부인이 팽팽히 맞서 결국 검찰 수사로 결론이 나게 됐다. ‘부패척결 TF’ 소속인 5급 직원이 첩보를 입수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처남 김재정 씨의 부동산 보유 현황 자료를 열람했으나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해 자체 폐기한 게 전부라고 국정원은 해명했다.

그러나 해명의 진위를 떠나 국정원이 부패 비리 정보 수집 활동을 벌이는 게 법적으로 타당한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도 수사를 앞두고 이에 대한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

▽부패 척결도 국정원 고유 업무?= 국정원은 부패척결 TF의 설치 근거를 ‘현대적 안보 개념의 합목적적 해석’(13일) ‘부패 예방 정보활동은 정보기관의 고유 업무’(17일)라고 설명해 왔다. 안보 개념은 산업기술 유출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부패는 국력 증진을 저해하므로 부패척결 활동은 국정원의 ‘고유 업무’라는 주장이다.

청와대도 “국정원이 부패 정보를 수집해 수사기관에 넘기는 행위는 문제될 게 없다”며 “정당하고 유익한 활동으로 보고 있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많은 법조인은 “정부조직법, 국정원법, 국가안전보장회의법을 검토해 봤으나 국정원의 직무 확대해석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정원법에는 ‘대공 방첩 테러 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수집’으로 국정원의 고유 업무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정부조직법과 국가안전보장회의법도 마찬가지로 ‘국가 안보와 관련된∼’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정원이 성과로 내세운 사기사건, 불법건강식품 유통, 카드깡, 조직폭력과 같은 민생범죄와 부패 정보 수집이 국가안보와 무슨 관련이 있느냐는 게 다수 법조인의 견해다. 정치 개입 시비만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한 중견 법관은 “국정원이 ‘국정원장은 반부패기관협의회에 배석할 수 있다’는 훈령까지 근거로 든 것을 보고 쓴웃음이 나왔다. 직무를 확대하려면 국정원법을 개정하든지…”라고 꼬집었다.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 역시 “검찰이나 감사원에서 해야 할 일을 국정원이 하고 있으니 이건 결국 민간사찰을 하기 위한 명목이다. 부패척결 TF 자체가 불법이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이 “청와대가 ‘정권재창출 TF’를 운용하고 있다”는 발언을 한 데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강도 높은 수사 예고=검찰은 행정자치부 전산망을 통해 김재정 씨의 부동산 소유현황 자료를 조회한 국정원 5급 직원 K 씨가 어떤 이유로 조회했는지, 자료가 상부에 보고됐거나 외부로 유출됐는지, 정당한 업무 행위였는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어 부패척결 TF를 구성한 배경과 구체적인 활동 내용, X파일을 만들었는지, 청와대를 포함해 어느 선까지 보고했는지 조사한 뒤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 및 직권 남용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한나라당이 18일 수사의뢰한 이상업 전 국정원 2차장과 김승규 전 국정원장 등 당시 국정원 수뇌부는 검찰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의 국정원 조사 수위도 관심을 끈다. 검찰 일각에서는 “수사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행하려면 2005년 국정원 불법감청 수사 때처럼 압수수색 등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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