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근혜 캠프의 탈선

  • 입력 2007년 7월 16일 23시 24분


코멘트
한나라당 박근혜 경선후보 캠프의 ‘탈선’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간부가 불법 유출한 ‘대운하보고서’가 박 후보 측 인사에게 건네진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밝혀진 지 며칠 안 돼 이번엔 이명박 후보 주변 인물들의 주민등록초본 부정 발급 및 유출에 캠프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 사람은 이미 검찰에 구속됐고 다른 한 사람은 어제 체포됐다. 두 사람 다 캠프 외곽에서 경선 선거운동을 해 왔다. 박 후보는 보고를 받고 “어떻게 그런 일이 있느냐”고 경악했다지만,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민주주의를 구현하려면 목표의 정당성 이상으로 절차의 정당성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목적이라도 불법이나 부적절한 수단으로 이루려고 해선 안 된다. ‘정도(正道) 정치’ ‘원칙이 지켜지는 경선’을 강조해 온 박 후보 캠프에서 ‘일탈’이 거듭됐으니 “박 후보는 검증을 얘기할 자격이 없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다.

선거 때만 되면 이런저런 보고서를 들고 각 후보 캠프를 기웃거리거나 줄을 대려는 사람이 속출한다. 캠프 안에서도 공(功)을 세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과잉 충성분자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경선 승리가 아무리 다급해도 인물이건 전략이건 가려서 써야 한다. 캠프 안이건, 외곽이건 결국 모든 책임은 후보에게 돌아간다. 캠프 관리도 대선주자로서의 능력을 검증받는 시험 항목이다.

경선은 기본적으로 당이 마련한 링 위에서, 룰에 따라 공정하게 치러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는 행위는 다 반칙이다. 박 후보 측은 지지도 조사에서 이 후보 측을 추격하는 처지이니 초조감 때문에 이런 유혹에 더 쉽게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어려울수록 바른 길을 찾아가야 한다. 국민은 이, 박 양측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

이 후보 측이 이번 사건을 놓고 “한 건 잡았다”는 식으로 공세에 열을 올리는 모습도 고와 보이지 않는다. 이 후보 측도 등잔 밑을 살펴볼 일이다. 박 후보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릴 게 아니라 스스로 진상을 밝히고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이 당당한 태도다. 그것이 진정 자신과 당을 위하는 길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