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서만 최소 8개 관공서에서 발급 확인

  • 입력 2007년 7월 16일 1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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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서울시장 본인과 가족, 친인척의 주민등록 초본이 서울 시내에서만 최소한 8개 관공서에서 발급된 사실이 16일 확인됐다.

초본 발급을 의뢰한 쪽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캠프의 외곽조직에서 활동해온 전직 경찰간부 권오한(64·수감 중) 씨를 비롯한 박 전 대표 지지자나 정치권 인사가 대부분이어서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시장과 관련한 초본 발급 경위와 유출 여부를 수사하는 한편 이 초본이 정치권 인사에게 전달됐는지 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이 전 시장 초본은 또 발급돼=박 전 대표 지지자라고 밝힌 한나라당 당원 최모(55) 씨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4일 박 전 대표 캠프가 이 전 시장의 위장전입 의혹을 입증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서울 강북구 수유6동사무소에 근무하는 중학교 동창 김모 계장에게 이 전 시장의 초본발급을 의뢰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초본 발급에 필요한 이 전 시장의 주민등록번호는 한나라당 검증위원회에서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나 최 씨는 "친구에게 사업상 필요하다며 초본 발급을 부탁할 때 이 전 시장의 이름을 빼고, 주민등록 번호만 알려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계장은 "주민등록번호로 조회한 뒤 초본을 출력해 보니 이 전 시장의 것으로 확인돼 '이 전 시장 것 아니냐. 이러면 큰일 난다'면서 그 자리에서 파기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최 씨가 이 전 시장의 초본을 실제로는 건네받았는지, 최 씨가 의뢰한 초본이 정치권 인사에게까지 흘러들어갔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다.

▽광범위한 초본발급 경위 밝혀낼까=이 전 시장과 관련한 주민등록 초본은 지난달 서울 시내 여러 관공서에서 집중적으로 발급됐다.

지난달 12일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이 이 전 시장의 위장전입 의혹을 폭로하기 직전인 같은 달 7일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 사무소 등에서 이 전 시장의 친인척 3명의 초본이 발급됐으며, 그 이후에는 변호사 사무장 출신인 박모(수배중) 씨의 의뢰로 은평구 녹번동과 서초구 방배3동에서 이 전 시장 가족 6명의 초본을 발급받았다.

검찰은 이미 행정자치부와 건설교통부, 국세청, 경찰청 등 4개 국가기관의 행정전산망에 최근 3년치 접속내역을 확인 중이어서 이 전 시장의 초본을 열람 또는 발급한 사람은 앞으로 상당수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초본이 이처럼 광범위하게 발급된 경위를 밝혀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초본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주민등록번호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이 전 시장 본인은 서울시장에도 출마해 주민등록번호가 일반에 널리 알려져 있는 상황이지만, 이 전 시장의 가족과 친인척의 주민등록번호는 호적등본 등을 따로 발급받지 않으면 쉽게 구할 수 없는 개인정보들이다. 초본 발급에 앞서 또 다른 경로를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초본 1통이 발급되면 사본을 통해 널리 유포될 수도 있기 때문에 어떤 인물이나 기관이 개입돼있느냐에 따라 '초본 부정발급'의 불똥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형국이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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