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씨 “누구 초본인지 모르고 넘겨” 홍씨 “권씨가 먼저 접근”

  • 입력 2007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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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잠긴 ‘마포팀’홍모 씨가 정기적으로 출근하며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지원하는 조직인 ‘마포팀’ 사무실. 서울 마포구의 한 주상복합건물에 자리 잡고 있다. 김동주  기자
문 잠긴 ‘마포팀’
홍모 씨가 정기적으로 출근하며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지원하는 조직인 ‘마포팀’ 사무실. 서울 마포구의 한 주상복합건물에 자리 잡고 있다. 김동주 기자
■ 엇갈리는 주장

이명박 전 서울시장 친인척의 주민등록초본 발급을 의뢰한 혐의로 15일 검찰에 구속된 전직 경찰간부 권오한(64) 씨와 권 씨가 자신에게 초본 발급을 부탁한 사람으로 지목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캠프 인사 홍모 씨의 주장은 크게 엇갈린다.

권 씨는 “홍 씨가 먼저 초본 발급을 부탁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반면, 홍 씨는 “권 씨가 초본을 갖고 제 발로 먼저 찾아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주장 모두 믿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먼저 권 씨는 “지인이 사업상의 이유로 남자 2명과 여자 1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적힌 쪽지를 건네주면서 초본을 좀 떼 달라고 해 별 생각 없이 부탁을 들어준 것”이라며 “초본을 봉투째로 넘겨줘 누구의 초본인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보 보안 분야에서 오래 근무한 37년 경력의 전직 경찰간부가 지인의 부탁 한 마디에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고 초본을 그냥 떼서 갖다 줬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권 씨가 초본을 갖고 먼저 접근해 왔다”는 홍 씨의 주장 또한 신빙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홍 씨는 “2, 3개월 전 권 씨가 박 전 대표를 돕겠다고 찾아와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 씨는 이미 지난해 10월경부터 박 전 대표 지원조직인 일명 ‘마포팀’에서 활동했고, 마포팀이 한강포럼 출범의 산파역을 하면서 한강포럼에서도 일한 점에 비춰볼 때 2, 3개월 전에 권 씨를 처음 알았다는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또한 “권 씨가 가져다 준 이 전 시장 친인척의 주민등록초본을 보긴 봤으나, 별 볼일이 없어 책상에 던져두고 잊어버렸다. 1주일 쯤 뒤 돌려줬다”는 주장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 측은 권 씨가 홍 씨에게 전달했다는 것과 같은 이 전 시장의 부인 김윤옥 씨의 주민등록초본을 근거로 이 전 시장의 위장전입 의혹을 제기했고, 이 의혹은 사실로 드러나 이 전 시장이 공개 사과까지 했다.

이런 초본을 보고도 “별 볼일이 없어 그냥 넘겼다”는 홍 씨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는 게 정치권과 검찰의 시각이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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