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대통령한테도 이렇게 했습니까.”
노무현 대통령이 12일 역정을 냈다. 참여정부 핵심 정책과제의 하나로 추진 중인 ‘주민생활서비스 전달체계 혁신사업’에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연 국정보고회에서였다. 청와대에서 열린 이 자리엔 전국 시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안상수 인천시장의 발언이 발단이 됐다. 안 시장은 “지방세인 거래세(취득세, 등록세)를 2%로 인하하고 종합부동산세를 국세에 포함시키면서 지자체의 세수(稅收)가 줄었다”며 다소 장황하게 감소분에 대한 보전을 건의했다.
대통령이 마무리 발언을 할 순서가 됐는데도 안 시장이 “한 말씀 더 드리겠다”고 하자 노 대통령은 “그만두시죠”라고 제지했다. 하지만 안 시장이 “20초, 30초만…”이라며 버티자 노 대통령은 굳은 얼굴로 “제가 토론을 중단시키진 않는데요. 오늘 지방재정 토론하는 것은 본질이 좀 그렇지(이상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런데도 안 시장이 “아, 그렇긴 한데요”라고 말을 계속하려 하자 노 대통령은 드디어 폭발했다.
“제가 지금까지 토론을 주재하면서 말을 막은 적이 없는데요. 오늘은 기분이 안 좋습니다. 고만 합시다. 제 차례니까 제가 발언하게 해 주십시오. 대통령, 옛날 대통령한테도 이렇게 했습니까.”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