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고 있는 당내 대선 예비후보 관련 의혹의 막후에 국정원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차제에 연말 대선에서 권력기관의 개입 가능성을 막겠다며 차단막을 치고 나선 것.
당 공작정치저지 범국민투쟁위원회(위원장 안상수 의원)는 6일 국정원을 방문, 김만복 원장을 면담하고 당내 대선 예비후보들과 관련된 일련의 '정보 유출'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투쟁위원회는 이 자리에서 최근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홈페이지에 올랐던 고(故) 최태민 목사 수사보고서와 한 언론에 보도된 박 전 대표의 개인 신상 관련 보고서가 모두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 유출 경위를 집중 추궁했다.
특히 이들 '존안(存案)' 파일은 국정원 내에서도 최고위층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해당 자료의 열람기록을 요청하고 직접 열람을 신청했다.
위원회는 또 이 전 시장의 과거 부동산 관련 기록들도 정부나 정보기관에 의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확보가 불가능하다며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들에 대한 정권 차원의 '음해공작'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김 원장은 이 같은 요구들을 모두 거부하는 것은 물론 사실 확인 요청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없다"는 말로 일관했다고 심재철 투쟁위 대변인은 전했다.
특히 김 원장이 "국정원 방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 달라", "국회의원 개인자격 방문에 원장이 답할 의무가 없다" 등의 발언을 해 양측은 초반부터 '설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장은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을 비롯한 정치인들에 대한 '존안 자료'의 존재 여부에 대해 "(지금은) 정치인에 대해서는 존안 자료를 안 만들고 비정치인에 대해서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의 모든 자료는 열어보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강조했으며, 과거에 만들어놓은 정치인 관련 존안자료에 대해서도 "모두 폐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정치적으로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 존안자료를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고 열람도 불가능하도록 했지만 존안 자료의 유출 여부에 대해 내부 감사를 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최태민 목사 존안자료의 존재 여부와 관련, 김 원장은 "알지 못한다"면서 "자료가 있는 지 알아봐서도 안 된다. 과거 자료를 알아보면 중립이 훼손되고 휘둘릴 수 있으므로 확인해볼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한나라당 대선주자들과 관련된 자료들이 정부기관이 아니면 알 수없는 자료라는데 동의하느냐'는 등의 민감한 질문에는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고 심 대변인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나경원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국정원장은 안기부의 조사보고서가 돌아다니는데도 감사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서 "이는 국정원장이 스스로 정치적 중립을 포기한다는 얘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국정원장이 이런 식의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정치적 중립을 포기한 듯한 발언을 계속함으로써 정권 정치공작의 전위대, 선봉장을 자처한 게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안 위원장을 비롯한 투쟁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저녁까지 존안자료 보관 장소 공개를 요구하며 국정원 건물 안에서 농성을 벌였으며, 조만간 다시 국정원을 방문해 재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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