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 “6·15틀 내 남북관계 진전 한계 상황”

  • 입력 2007년 7월 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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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핵심 당국자는 “2000년 6·15공동선언이 마련한 틀 내에서의 남북관계 진전은 한계상황에 이른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좀 더 큰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새 옷’으로 갈아입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최근 ‘상반기 남북관계 평가 및 하반기 정책추진방향’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지금까지는 6·15의 해석을 갖고 모자란 부분을 확장해 왔지만 앞으로는 좀 더 큰 과제에 응전(應戰)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 당국자가 ‘남북관계 한계론’을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 2000년 정상회담 이후 비(非)군사적 분야의 경제협력 등을 중심으로 추진해 온 남북관계의 발전이 추동력을 잃었다는 것을 인정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왜 한계상황인가?=김대중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6월 정상회담을 열고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분야 △경협을 통한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 △사회 문화 체육 보건 환경 등 제반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력에 합의했지만 정치·군사 분야에 대한 약속은 없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대화를 통해 북한의 핵문제나 군사적 신뢰구축을 통한 한반도 평화정착이란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려 해도 북한은 ‘공동선언의 범위를 벗어난다’며 소극적인 태도로 임해 왔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정부가 ‘새 틀’을 짜고 싶어 하는 것은 북핵 ‘2·13합의’에 따른 초기조치 이행이 실천단계에 들어섰으며, 향후 핵 불능화(disablement) 단계에서 북-미 관계 정상화는 물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서울대 통일연구소 주최로 열린 학술심포지엄 축사에서 “북핵 문제, 북-미관계, 남북관계라는 변수가 있지만 남북관계가 그 기본이고 기초다. 남북관계 진전 없이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는 불가능하다”며 남북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계상황의 돌파 방법은?=당장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남북 정상회담이다. 현재 남북관계의 진전도 2000년 정상회담의 결과물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2차 정상회담이 군사적 신뢰 구축이나 긴장 완화 노력을 위한 돌파구 마련에 성공한다면 남북관계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최근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서해상 북방한계선(NLL) 재획정 등은 장성급 군사회담이나 국방장관회담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제도적 평화체제 구축 노력과 한반도의 냉전 종식을 위해서는 정상 차원에서 매듭을 풀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 핵심 당국자는 “북한이 제기하는 ‘근본 문제’를 터무니없는 것으로 치부하면 북한으로서도 내부적인 한계를 돌파하기 어렵다”고 말해 적절한 시점에 △국가보안법 철폐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서해 NLL 재획정 등 법적, 제도적 장벽을 없애기 위한 논의를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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