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운하 보고서’ 작성 주체, 수자원기획관실서 TF로 바뀌어

  • 입력 2007년 6월 20일 03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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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주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한 재검토 보고서 변조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건설교통부가 청와대에 보고했던 9쪽짜리 ‘경부운하 재검토 중간보고’ 문건(위)을 19일 공개했다. 아래는 이달 초 언론에 유출돼 건교부 보고서로 알려져 왔던 37쪽짜리 ‘경부운하 재검토 결과보고’ 문건. 박영대 기자
한나라당 대선주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한 재검토 보고서 변조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건설교통부가 청와대에 보고했던 9쪽짜리 ‘경부운하 재검토 중간보고’ 문건(위)을 19일 공개했다. 아래는 이달 초 언론에 유출돼 건교부 보고서로 알려져 왔던 37쪽짜리 ‘경부운하 재검토 결과보고’ 문건. 박영대 기자
“결과공개 신중 필요”→37쪽짜리에선 빠져

중간보고 → 결과보고로 보고서 제목 달라져

이명박을 MB로 표기… 공문서에선 이례적

보고양식-내용 비슷… 통째로 복사 가능성

언론에 보도됐던 37쪽짜리 경부운 하 재검토 보고서와 건설교통부가 19 일 공개한 9쪽짜리 보고서는 형식과 내용이 대부분 비슷하지만 차이점도 꽤 있다. 이 때문에 건교부가 작성한 보고서를 누군가가 왜곡 또는 변조했 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이용 섭 건설교통부 장관은 18일 국회 건설 교통위원회에 출석해 “37쪽짜리 보고 서에는 ‘VIP(대통령을 지칭)’라는 용 어가 나오지만 건교부에서는 이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건교부가 만든 9쪽짜리 보고서에는 VIP라는 말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교부가 이날 국회에 제출한 9쪽짜리 보고서에 도 VIP라는 표현이 있는 것으로 확인 됐다. 또 공문서에서는 이례적으로 이 명박 전 시장을 ‘MB’라고 표기했다. 이에 따라 이 장관이 국회에서 허위로 증언했거나 이날 국회에 제출된 보고 서가 원래 건교부에서 만든 것이 아니 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 차이점 ①표지=건교부가 청와대에 보고 했다는 9쪽 보고서에는 자료 작성 주 체가 ‘수자원기획관실’로 되어 있지만 37쪽 보고서에는 ‘TF’라고 쓰여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은 “정부 산 하 3개 기관이 TF를 만들어 작성한 보 고서를 ‘수자원공사’ 명의로 제출하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자료 제목도 9쪽 보고서는 ‘경부 운하 재검토 중간보고’라고 되어 있 지만 37쪽 보고서에는 ‘경부운하 재 검토 결과보고’라고 돼 있다.

이 장관은 18일 건설교통위 전체 회의에 출석해 “직원으로부터 중간 보고서는 보고받았지만 최종보고서 는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답변했 다. 누군가가 TF의 중간보고를 최종 결과 보고인 것처럼 재가공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37쪽 보고서에는 표지 다음 장에 ‘경부운하 재검토 결과’(요약)가 있 지만 9쪽 보고서에는 없다.

②차례=9쪽 보고서와 37쪽 보고 서는 ‘차례’에서 둘 다 최근 동향을 1쪽, 재검토 중간결과를 2쪽에서 볼 수 있다고 쓰여 있다.

9쪽 보고서는 차례대로 2쪽에 재 검토 중간결과 내용이 있지만 37쪽 보고서에는 재검토 중간결과 내용이 3쪽에 있어 차례가 다르다. 즉 누군 가가 9쪽 보고서를 바탕으로 37쪽 보고서를 만들 때 잘못 베낄 만큼 그 대로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③최근 동향=37쪽 보고서에는 ‘MB(이 전 시장) 동향’ 항목에서 9 쪽 보고서에는 없는 ‘5월 21일 한반 도 대운하 심포지엄 개최’ 부분이 포 함되어 있다.

9쪽 보고서가 5월 9일 청와대에 보 고된 것이기 때문에 37쪽 보고서가 그 이후에 작성됐다는 것을 보여 주 는 대목이다. 37쪽 보고서에는 정치, 언론 동향도 더 자세히 적혀 있다.

④서로 다른 수치=9쪽 보고서 7쪽 에는 운하 사업비가 16조8235억 원 이 소요된다고 돼 있지만 37쪽 보고 서에는 18조3180억 원으로 더 많이 소요된다고 적혀 있다.

또 9쪽 보고서에는 이 전 시장 측이 제안한 경부운하 수송시간을 48시간 으로 적었지만 37쪽 보고서에는 46 시간으로 줄었다.

수질 영향 부분도 9쪽 보고서에는 낙동강의 BOD가 39% 악화될 것으 로 예상했지만 37쪽 보고서에는 27%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 보고서의 수치를 보면 37쪽 보고 서가 9쪽 보고서보다 경부운하의 타 당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⑤결론 부분=두 보고서의 결론 중 ‘경부운하는 경제성, 환경성 등을 고려할 때 타당성이 부족’이라는 표 현은 같다.

하지만 9쪽 보고서 4쪽에는 재검 토 결과로 “우리 부 입장은 재검토 결과가 1998년 조사한 결과와 유사 하므로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되 TF 재검토는 제한 적이므로 결과 공개는 신중이 필요 하다”고 적혀 있지만 37쪽 보고서에 는 그 내용이 빠져 있다.



● 그래도 남는 의혹 ▽누가 작성했나=누가 37쪽짜리 보고서를 작성했느냐는 의혹은 여전 히 풀리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은 “37쪽 보고 서가 9쪽 보고서와 거의 흡사한 것으 로 미뤄 볼 때 단지 베껴 쓴 정도가 아 니라 컴퓨터 파일 자체가 작성자에게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건교부는 37쪽 보고서 작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장관은 18일 정부 문서에 ‘VIP’ 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 장했으나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 린 국무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서는 “(VIP란 용어는) 중요한 게 아 니다. 필요할 때는 한다”고 한발 물 러서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왜 공개 안 했나=한나라 당 의원들은 또 지난해 7월 국토연 구원이 운하와 관련해 ‘물류체계 구 축방안 연구 최종보고서’를 발간하 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고, 건교부가 올해 2월 다시 TF를 구성한 이유가 무엇인지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재경 의원은 “국토연구원 보고 서는 ‘논리적으로 경부운하의 타당 성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화물 물동 량을 정확히 산출하는 것이 필요하 지만 공신력을 갖춘 명확한 근거자 료가 구축되지 않아 정확한 산출은 불가능하다’고 유보적인 결론을 냈 다”고 전했다.

이 밖에 △9쪽 보고서에 나오는 일부 수치들이 한 달도 채 안 되는 사이 바뀐 이유 △대통령이 오전 국 무회의에서 자료 제출을 지시했지만 건교부가 오후 9시가 다 되어 국회 에 제출한 이유 등도 규명해야 할 사 안들이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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