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이 최대변수… 7월말 지지도 경선까지 이어질 것”

  • 입력 2007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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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로 없는 승부’ 돌입한나라당의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11일 당의 대선 경선 후보로 공식 등록했다. 이 전 시장의 대리인인 주호영 의원(왼쪽)과 박 전 대표의 대리인인 유정복 의원(오른쪽)이 서울 강서구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후보등록 접수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퇴로 없는 승부’ 돌입
한나라당의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11일 당의 대선 경선 후보로 공식 등록했다. 이 전 시장의 대리인인 주호영 의원(왼쪽)과 박 전 대표의 대리인인 유정복 의원(오른쪽)이 서울 강서구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에서 후보등록 접수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11일 드디어 외나무다리에서 마주 섰다. 지난 반 년간 ‘탈당설’ ‘경선 불참설’ 등의 논란 속에서 혈투를 벌여 온 두 대선주자는 이제 물러설 수 없는 최종 한판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가 결정되는 8월 20일까지는 불과 70일이 남았다. 그러나 이 짧은 기간에도 경선레이스는 당 안팎의 각종 변수에 의해 요동칠 가능성이 많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경선 변수들을 짚어 본다.



① 혈전의 경선 후 한마음 될까

선거법상 경선에서 지면 탈당해도 출마하지 못한다. 하지만 경선 후 패자가 어떻게 처신하느냐가 한나라당 본선 경쟁력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승자와 패자의 역할 분담을 통한 공조, 패자의 백의종군, 패자의 비협조 등 벌써부터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당내에선 패자가 일정한 지분을 챙기고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대선후보와 선거를 ‘쌍끌이’하는 방안이 최고의 대안으로 거론된다. 실제로 정권교체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네거티브 공방’으로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측의 반목이 이미 심해진 상황이어서 패자가 경선 결과는 수용하면서도 대선 과정에서 ‘옆집 불구경’ 하는 식의 비협조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패배한 주자 진영의 주요 ‘저격수’들에 대한 살생부 논란이 불거지고 곳곳에서 빅2 조직책들의 마찰과 갈등이 증폭되면 정권교체를 위한 쌍끌이 전략이 큰 암초에 부닥칠 수도 있다.

그러나 내년 총선 지분 보장 등을 통해 후보와 패자가 윈윈 전략을 택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11일 기자회견에서 경선 승복 및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② 이-박 지지율 함정이냐 약점이냐

최근 ‘8000억 원 재산설’과 자산관리회사 BBK 연루설 등 검증 공세로 45% 안팎의 고공행진을 해 온 이 전 시장의 지지율이 40%가 넘긴 하지만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이 전 시장 측의 과제는 하락세를 어느 선에서 멈추게 하느냐는 점이다.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박 전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지거나 역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 측은 “50%에 가까운 지지율에는 어느 정도 거품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30%대 후반에서 견고한 안정세를 구축할 것이며 그 이상의 하락세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박 전 대표는 반년 넘게 20% 초반에 머물던 20% 안팎의 지지도가 최근 다소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장기간 비슷한 지지율을 유지해 왔다는 것은 박 전 대표 지지자의 충성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하지만 20%대의 지지율을 유지했던 고건 전 국무총리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에도 박 전 대표의 지지율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박 전 대표 처지에서는 지지율 상승세에 어느 정도 탄력을 붙여서 얼마나 빨리 이 전 시장을 따라잡느냐가 관건이다.

당내에선 7월 말경의 지지도가 사실상 경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③ 당심과 민심 함께 갈까

선거인단 23만1652명 가운데 50%는 투표율이 매우 높은 대의원과 당원인 만큼 당심의 향배가 선거의 주요 변수임에 틀림없다. 대의원과 당원의 표심은 빅2 진영 모두 자신들이 ‘우세’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민심을 반영하는 여론조사에서는 이 전 시장이 앞서는 데 반해 충성도와 투표율이 높은 대의원과 당원에게서는 두 주자의 지지도가 엇비슷하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결국 당심과 민심이 함께 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한 당직자는 “두 번의 대선에서 막판에 정권교체에 실패한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될 사람으로 몰아주는 전략적인 투표를 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런 추세는 작년 서울시장 경선에서도 입증됐다”며 “경선 막판의 여론조사 지지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30%를 차지하는 비당원 투표율이 현격히 낮을 경우 당심에 의해 후보가 결정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빅2 캠프가 지역조직과 ‘사조직’ 확대에 집중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원내외 당원협의회위원장 세력 분포는 이 전 시장 측이 다소 우세하다는 평가다.

④ 예상되는 변곡점들은

경선 과정에서 몇 차례 판세를 좌우할 만한 중요한 변곡점이 있다. 우선 19일(대전) 통일·외교·안보 분야 정책토론회, 28일(서울)의 종합토론회가 눈에 띈다. 특히 6월 말은 박 전 대표에 대한 이 전 시장 측의 ‘X파일’ 공세까지 겹쳐 빅2 간의 검증 공방이 매우 격렬해질 시점이어서 두 대선주자의 지지도 추이에 매우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어 내달 10∼12일에 있을 대선후보 검증청문회도 주목해야 할 무대다. 당 차원의 네거티브 검증 공방이 공식으로 마무리되는 시점인 데다 범여권의 후보 가시화가 지금보다 훨씬 명확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시점이 지나면 상대 주자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가 해당 행위라는 비판과 함께 역풍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또 7월 23일 시작되는 전국 순회 합동유세 및 개별유세, 8월 초로 예상되는 TV토론 등도 판세를 좌우할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⑤ 검증위 검증 결과 ‘핵폭탄’ 될까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사이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벌어지고 있는 검증 공방이 어떻게 결론을 맺게 되느냐는 것도 경선 레이스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당 검증위원회가 어떤 내용을 검증 대상으로 정하고 어떤 방식으로 검증청문회를 진행하느냐에 따라 양측의 유불리가 크게 엇갈릴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검증위는 각 주자 진영에서 제기하는 의혹뿐 아니라 실명으로 제보된 모든 내용을 검증해서 결과보고서를 내겠다고 예고했다. 당 일각에는 “검증이 비당원은 몰라도 대의원과 당원의 표심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검증위의 검증과는 별개로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캠프는 검증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이 전 시장의 재산과 도덕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박 전 대표가 “사실을 밝혀라”며 해명을 요구하는 형국.

하지만 이 전 시장 측에서도 “계속 이런 식이라면 ‘중대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상황에 따라서는 박 전 대표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할 태세여서 검증 국면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⑥ 범여권의 움직임과 노무현 변수

노무현 대통령이 연일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를 공격하며 대선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려는 움직임도 한나라당 경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집권 저지를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경쟁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전현직 대통령의 공조 여부도 변수다.

또 범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범여권의 통합 움직임이 한나라당 경선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범여권 대선후보의 윤곽이 드러날 경우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에 맞설 적임자가 누구인지’가 대선후보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범여권이 광복절 전후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한나라당이 주도하는 대선 판세를 바꾸려 하는 것도 변수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고, 열린다 하더라도 한나라당의 경선 분위기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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