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전략이 없다” 범여권 ‘마음은 대선’… 25일 재보선

  • 입력 2007년 4월 2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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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선택은 2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파리공원에서 시민들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연설을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이날 박 전 대표는 이 지역 구청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같은 당 오경훈 후보에 대한 지원 유세에 나섰다. 김동주  기자
유권자 선택은 2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파리공원에서 시민들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연설을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이날 박 전 대표는 이 지역 구청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같은 당 오경훈 후보에 대한 지원 유세에 나섰다. 김동주 기자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등 지도부와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는 4·25 재·보궐선거를 이틀 앞둔 23일 막판 지원 유세에 총력을 기울였다.

당 내부에서는 당의 지지도가 50%를 육박하는 데다 대선주자들까지 지원 유세에 나서고도 공천 잡음 등으로 일부 선거구에서 접전 양상을 보이자 벌써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강 대표는 이날 전남 무안-신안의 강성만 후보 지원 유세에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는 호남에서 한나라당 의원을 만들어 달라”며 “호남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지지해 민주혁명을 완성시켰다면 이제는 한나라당 후보를 뽑아 선거혁명을 이뤄 달라”고 호소했다.

이 전 시장은 기초단체장 재선거 등이 치러지는 충남 서산, 경기 양평 등을 찾아 “유독 한국만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지도자를 잘못 만났기 때문”이라며 “일하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대전 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서 “곧 문 닫을 시한부 여당이 미는 후보로 행복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추진이 가능하겠느냐”며 “여당이 뒤에서 지원하는 후보가 있는데, 여러분이 절대 속지 않을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의 충청권 대선 민심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전 서을 지역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재선 후보와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의 표심 향배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아 온 서울 양천구청장 보궐선거에서도 한나라당 오경훈 후보가 무소속 추재엽 후보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게 한나라당의 분석이다.

공천 잡음이 있었던 경북 봉화군수 재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우종철 후보가 무소속 엄태항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추격 중이며, 경기 가평군수 재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조영욱 후보가 무소속 이진용 후보보다 다소 앞서지만 승리를 장담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한나라당의 자체 판단이다.

이번 재·보선을 앞두고 경기 화성, 서울 양천, 경북 봉화 등 곳곳에서 공천 잡음이 있었던 데다 접전 선거구 일부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고전하고 있다는 판세가 알려지자 당 내부에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전여옥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 당에 장기적 전략은 물론 단기적인 전략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초식공룡’처럼 몸뚱이는 큰데 싸우려는 의지조차 없어 보인다”며 “대선 승리를 위해 일하고 싸울 생각은 하지 않고 더 많이 뜯어 먹을 풀밭만 찾아다니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한 당직자는 “선거가 끝나면 이번 공천 잡음과 관련 있는 국회의원 등에 대한 문책론이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범여권 ‘몸은 재보선… 마음은 대선’

4·25 재·보궐선거가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열린우리당, 민주당, 국민중심당 등 범여권 진영의 선거 유세도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23일 유일하게 후보를 낸 경기 화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화력을 집중했다. 장영달 원내대표와 강성종 의원 등이 이날 오후 화성을 찾아 지원 유세를 펼쳤다.

전남 신안군 지도읍 5일장 터에서 열린 민주당 김홍업 후보 유세에는 이희호 여사, 민주당 이낙연 중앙선거대책지원단장, 최인기 채일병 의원,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거리 유세에는 개그맨 엄용수, 가수 현미, 탤런트 민욱 씨 등도 가세했다.

이 여사는 지원 유세에서 “아버지가 못 다한 일, 남긴 일을 마무리하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믿어 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중심당은 심대평 후보가 한나라당 이재선 후보를 따돌렸다는 자체 판단 하에 정진석 원내대표, 류근찬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가 대전을 찾아 막판 굳히기에 들어갔다.

범여권 인사들의 발은 선거 현장에 있지만 눈은 포스트 4·25 재·보선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재·보선 결과에 따라 비(非)한나라당 세력의 통합 성사 가능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민주당 국민중심당 의원들이 한나라당과 대결을 벌이는 후보의 지원에 공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

재·보선 후 상황과 관련해서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추가 집단 탈당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열린우리당이 화성에서 패배할 경우 내년 총선을 고려해야 하는 소속 의원들로서는 ‘대통합’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각자 살길을 찾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민주당과 통합신당모임의 신당 창당 여부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일단 통합신당모임의 독자 창당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양측 모두 궁극적으로 ‘합쳐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기 때문.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현재의 협상 결렬은 당 원외 위원장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통합신당모임의 한 의원도 “현재 시도당을 창당하고 있지만 추후 민주당과의 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강한 곳에서는 충돌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대선주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계열로 알려진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와 열린우리당 탈당파인 민생정치모임 소속 의원들은 크게 김 전 의장, 천정배 의원에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시민사회 세력이 포함되는 ‘김-천-정’의 대선 구도를 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열린우리당 안에서는 정 전 총장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지지율이 오를 경우 여기에 정동영 전 의장을 묶는 ‘정-정-손’ 조합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정 전 총장 측이 아직까지 다른 후보와의 연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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