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의 동향이 유가 등 글로벌 투자 시장의 초미의 관심사가 된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에 직접 전문가를 잠입시켜 작성한 시트리니 리서치의 보고서가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뉴욕의 투자 리서치 업체인 시트리니 리서치는 현장 기반의 직관적 보고서로 자주 화제가 되는 업체로, 최근 인공지능(AI)이 촉발할 일자리 위기를 시나리오 형태로 제시해 크게 주목받은 바 있다.
6일(현지 시간) 시트리니 리서치는 ‘호르무즈 해협: 시트리니 현장 실습’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잠입기 및 그 과정에서 본 투자 시사점을 공개했다. 보고서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의 상황은 혼란 그 자체지만 바로 이런 곳이 위대한 투자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곳”이라며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현장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애널리스트 3호’라는 4개 국어에 능통한 현장 분석가를 호르무즈로 파견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분석가는 호르무즈 해협에 도착한 뒤 현지 보트 선장에게 현금 다발을 건네주고 3시 간 뒤 스피드 보트를 탄 채 해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오만 국경을 넘을 때 촬영과 기록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했고, 해안경비대에 붙잡혀 구금돼 휴대전화를 압수당하기도 했지만 천신만고 끝에 뉴욕에 돌아와 보고서를 발간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의 상황을 “누가 통과할 수 있고 없는지를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결정하는 ‘새로운 규칙’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개방 혹은 폐쇄’라는 이분법적 관점은 더 이상 통하지 않으며 그 과정에 투자 기회가 널려 있다”고 진단했다.
지금까지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막혀 있거나, 간신히 뚫렸다는 식으로 이해했지만 실제로는 혁명수비대의 감독 아래 선박 통행이 질서정연하게 유지되고 있었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보고서는 “혁명수비대의 허가를 받은 선박은 지금까지 단 한 척도 공격받지 않았다”며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폐쇄를 원치 않으며 자체 규정에 따라 일부 선박에 대한 통행을 허용함으로써 미국을 제외한 해협의 주권을 확보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또 그간 호르무즈 해협의 동향 파악 지표로 쓰이며 글로벌 투자 시장을 좌지우지해 온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 데이터도 믿을 게 못 된다고 지적했다. 하루 4~5척의 유조선이 AIS를 완전히 끈 채 해협을 통과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선박 이동량은 데이터의 2배에 이르며 최근 며칠 새 더욱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일명 ‘이란 톨게이트’로 불리는 케슘섬과 라락섬을 통과하는 ‘우회 항로’도 주목했다. 보고서는 “이곳을 통과하기 우해서는 중개인을 통해 선박의 자세한 정보를 제출해야 하고, 현금과 가상화폐 외에도 해외 은행 계좌에 있는 이란 자산을 동결 해제하는 것처럼 외교적인 방식으로 결제를 해야한다”고 전했다. 인도와 프랑스도 현금 결제 대신 외교적 합의로 통행권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는 “전 세계가 이란과 거래하는 외교적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자국 에너지 공급을 확보하는 것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면 거래 국가는 늘어날 것”이라며 글로벌 에너지 체제가 미국 중심이 아닌, 다극화 체제로 변모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지금까지 초대형 유조선(VLCC)의 통행은 거의 이뤄지지 않아 계속해서 LPG 운반선이나 소형 유조선 위주의 통행만 이뤄진다면 세계 에너지 수급과 글로벌 경제가 파국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CNBC는 이날 보고서에 대해 “시트리니의 보고서는 애널리스트 1명의 한 차례 현장 방문과 교차검증이 어려운 인터뷰 증언에 기반한 것임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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