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차떼기 추억’ 되살리게 하는 한나라당의 돈거래 악취

  • 입력 2007년 4월 23일 23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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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후원회 사무국장 노모(45) 씨가 지난해 5·31 지방선거 때 시의원 출마 예정자에게서 불법 선물을 받은 당원 12명의 과태료 3540만 원을 대납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수사에 넘겨졌다. 다른 당원 1명에게는 “과태료를 (당신 돈으로) 먼저 내면 나중에 갚겠다”고까지 했다고 한다. ‘차떼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악취가 난다.

2004년 개정된 선거법은 선거 출마예정자들에게서 선물이나 금품을 받는 유권자들에게 50배의 과태료를 물리도록 돼 있다. 금품수수의 관행을 끊기 위해서다. 다른 사람도 아닌, 제1당 대표의 후원회 책임자가 법을 무시하고 과태료를 대신 내줬으니 돈 문제에는 아예 감각이 마비된 듯한 한나라당의 체질을 잘 보여 준다.

더욱이 후원회 사무국장이라면 자신의 ‘금고지기’나 다름없는데도 강 대표는 “전혀 알지 못하고 관계도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우리 정당정치와 지구당 운영의 오랜 관행에 비춰 그 말을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그런 대표가 어떻게 당내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고 정권을 되찾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지난주에는 경기 안산 단원갑 도의원 재선거에 출마하려던 예비후보가 공천을 받기 위해 당원협의회장에게 1억3000만 원이 든 돈 보따리를 전달했다가 돌려받은 사실이 적발돼 경찰에 입건됐다. 한나라당의 돈 공천 비리는 지난해 5·31 지방선거 때도 무수히 불거졌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지방선거 출마 및 당선자들에게서 ‘상납성 후원금’을 받은 49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40명이 한나라당 소속이었다. 3년 전 천막당사로 옮길 때의 각오는 어디로 갔는지 모를 일이다.

한나라당은 어제 안산 단원갑 당원협의회장을 제명했지만 이 정도로 미봉할 일이 아니다. 과태료 대납 사건부터 자체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 이명박, 박근혜 두 대선주자부터 당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갖고 이 사건에 정면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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