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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4월 1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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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전날 언급하지 않았던 시한까지 못 박으며 강경한 자세를 보였지만 개헌안을 발의해도 국회 통과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사그라지는 개헌의 불씨를 되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청와대, 왜 강경으로 돌아섰나=청와대 대변인인 윤승용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가 개헌안 발의를 완전히 접은 것으로 보는 것은 오판”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또 6개 정당 및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전날 노무현 대통령에게 개헌 발의 유보를 요청한 것에 대해 “원내대표들 합의 내용은 의사일정 합의를 위해서 만났다가 급조된 것 아니냐. 그 정도로는 미흡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17일 국무회의에서 개헌안을 의결하고 18일 관보 게재를 통해 발의하기 위한 행정절차는 다 준비돼 있고 대통령의 국회 연설문도 작성이 끝났다”고 강조했다.
문 실장은 전날 기자들에게 “각 당이 당론으로 결정하고 국민에게 책임 있게 약속하려는 의지를 보인다면 대통령은 정당 대표들과 개헌의 내용과 추진 일정 등에 대해 대화하고 협상할 용의가 있다”며 17일 개헌안 의결을 연기하겠다고 했었다.
청와대의 태도 변화는 노 대통령이 12일 정무관계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언론 보도에 불만을 토로하고 강경 대응을 지시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수석이 “일부 언론에서 청와대 방침을 ‘어차피 안 될 개헌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맞바꾸기’ ‘결국 거둬들인 정략 개헌’ 식으로 썼는데 이는 청와대의 흐름을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헌 발의를 무조건 철회하라”며 청와대의 제안을 일축한 것이 노 대통령을 자극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국회가 노 대통령에게 ‘명예로운 퇴로’를 열어준 마당에 열린우리당만이 아닌 각 정당에까지 시한을 걸어 당론 채택을 강요하는 것은 ‘당정 분리’ 원칙은 물론 3권분립의 기본이념까지 무시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역사에 ‘개헌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거부당했다’는 기록을 남기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헌법에 개헌은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이 최종 결정하도록 돼 있는데도 국회와 국민이 모두 거부하는 ‘임기 내 개헌’을 강행하려는 것은 ‘노무현식 오기정치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나라당, “답변할 필요 없다”=청와대는 “정치권에서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이라며 한나라당이 청와대 제안을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이미 강 대표가 지난달 8일 ‘차기 국회에서 4년 연임제를 포함한 개헌 문제를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이것은 당론으로 채택돼 있다”며 “청와대의 제안에 대해 별도로 답변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유 대변인은 또 “청와대가 6개 정당 및 교섭단체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시한을 정하고 당론 채택까지 요구하는 것은 권한을 남용하는 것이며 아직도 제왕적인 시각에서 국회를 바라보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뒤통수 맞은 열린우리당=열린우리당은 청와대의 당론 추인 요구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당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에게 개헌 발의 철회의 퇴로를 열어 주기 위해 원내대표 합의문을 발표한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이를 무시한 것은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직언을 못하기 때문”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장영달 원내대표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원내대표 간 합의를 대통령이 수용해줘 감사하다”고 말한 직후에 청와대가 개헌 발의 강행 의사를 밝히자 “청와대에 뒤통수를 맞은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당직자는 “장 원내대표가 황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내부적으로 청와대의 발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겉으로는 한나라당을 압박했다. 최재성 대변인은 논평에서 “다 된 밥에 재 뿌릴 일이 뭐 있느냐. (한나라당이) 그다지 어렵지 않은 당론 추인 절차를 밟으면 상황은 종료된다”고 말했다.
그래도 열린우리당은 “청와대가 끝내 개헌 발의를 강행하는 무리수를 두겠느냐”며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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