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측 “배후 밝혀라” vs 박근혜측 “물타기 말라”

  • 입력 2007년 2월 21일 02시 58분


윤리위 출석한 정인봉 변호사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선거법 위반사건에 관한 자료를 당에 제출하고 이 전 시장에 대한 검증을 요구해 파문을 일으켰던 정인봉 변호사(왼쪽)가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윤리위원회에 출석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이종승 기자
윤리위 출석한 정인봉 변호사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선거법 위반사건에 관한 자료를 당에 제출하고 이 전 시장에 대한 검증을 요구해 파문을 일으켰던 정인봉 변호사(왼쪽)가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윤리위원회에 출석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이종승 기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해외 도피자금 제공 및 위증교사 혐의’ 폭로에 대한 ‘배후설’을 놓고 한나라당 대선주자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이 전 시장 측은 박근혜 전 대표의 법률특보였던 정인봉 변호사와 이 전 시장의 비서를 지낸 김유찬 씨의 폭로의 배후에 박 전 대표 측이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박 전 대표 측은 “터무니없는 억지”라며 발끈하고 있다.

김 씨는 당 지도부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2차 기자회견을 열어 증거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김 씨는 20일 통화에서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나에게 돈을 줬던 J, K 씨의 이름과 최근 받은 자필 진술서를 공개하겠다”며 “내 주장과 관련된 자료를 발췌해 당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후설’ 놓고 양측 감정 대립 격화=이 전 시장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 씨의 폭로는 한마디로 구태고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정치공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 변호사를 포함한 (박 전 대표 캠프의) 15명이 대책회의를 한 뒤 정 변호사와 김 씨가 잇달아 기자회견을 했다”며 ‘배후설’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최경환 의원은 “김 씨는 이 전 시장과의 구원(舊怨) 때문에 저러는 것인데 캠프 차원에서 이번 폭로를 기획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형적인 물 타기 수법”이라며 “이런 주장이 계속되면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 시민단체, 법조계 등 중립적 인사들로 별도의 검증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지율 영향…“미미” vs “커질 것”=이 전 시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시각장애인 체험전시회 관람에 앞서 기자들에게 “웬만한 것은 웃음으로 대신하겠다. (검증 논란에)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전 시장 측은 정 변호사와 김 씨의 폭로 이후 실시된 일부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와의 지지율 차가 여전히 25%포인트 안팎을 유지하자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 전 시장 측의 박찬숙 의원은 “‘김대업 효과’에 학습된 국민이 이번 검증 공세를 네거티브(비방·폭로)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반면 박 전 대표 측은 검증 공방을 통해 ‘이 전 시장과 관련한 문제들이 계속 불거져 나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당 안팎에 확산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의 한 의원은 “이 전 시장과 관련한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박 전 대표가 좀 더 국민 속으로 파고들면 4월 이후에는 지지율이 역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 “검증위에서 다루겠다”=강재섭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이 만든 기구의 공정성을 의심하거나 상대주자를 지나치게 헐뜯는 일이 생기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한나라당 경선준비위원회는 이날 김유찬 씨의 주장을 산하 검증위원회에서 다루기로 결정했다. 경선준비위는 김 씨가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이 전 시장 위증교사 및 살해 위협’ 주장을 새로운 의혹으로 보고 김 씨에게 관련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 윤리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어 정 변호사의 소명을 들었으며 23일 회의를 한 번 더 열어 정 변호사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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