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명박 '후보검증' 논란 확산

  • 입력 2007년 2월 12일 15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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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후보간 '후보검증' 논란이 본격 확산되고 있다.

지도부의 거듭된 '자제령'에도 불구,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1일 자신에 대한 각종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응전' 입장을 밝히고, 이에 검증론의 첨병에 선 박근혜 전 대표 캠프의 법률특보인 정인봉 변호사가 12일 반박 기자회견을 하면서 검증공방은 점점 가열되는 양상이다.

설 연휴를 전후한 지지율의 추이가 향후 경선국면의 중대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판단하에 쫓는 쪽과 쫓기는 쪽의 양보할 수 없는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그동안 '휘말려 봤자 득이 될 게 없다'며 무(無)대응으로 일관했던 이 전 시장 측이 '공세모드'로 전환할 태세여서 논란은 갈수록 증폭될 전망이다.

정 변호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전 시장의 전날 검증론 비판 발언에 대해 "흠집을 낸다는 것은 멀쩡한 물건을 긁어서 만드는 것인데 제가 하려는 검증은 그저 눈가림으로 자신의 흠을 감추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흠집을 내는 것이 아니라 실상을 밝힌다고 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기자회견을 하려던 내용이 만일 거짓이거나 근거가 없는 것이라면 정치의 한 구석에 몸담고 있는 제가 스스로 자살하려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느냐"면서 "저는 확실한 근거가 있다. 누가 봐도 확신할 수 있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 지도부와 박 전 대표가) 내용을 밝히지 말라고 해서 기자회견을 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그러나 제 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잠시 쉬라는 음표에 따라 쉬고 있을 뿐"이라며 추후 공개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 변호사의 기자회견에 대해 미국을 방문 중인 박 전 대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박 전 대표를 수행 중인 김무성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정 변호사의 기자회견을 전혀 몰랐고, 아마 이 전 시장이 어제 당원들에게 보낸 편지가 정 변호사를 자극한 것 같다"면서 "정 변호사는 캠프에서도 통제가 안 되는 사람이다. 그래도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으니까 약속은 지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 측 주호영 비서실장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뭔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검증하네 마네 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문제가 있다면 예정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그에 대한 모든 법적, 정치적 책임을 지라"고 반박했다.

주 비서실장은 특히 "정 변호사가 캠프 법률특보인 만큼 그의 주장이 근거 없는 흑색선전이나 네거티브로 밝혀질 경우 박 전 대표도 공동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박 전 대표 책임론을 제기했다.

캠프 관계자도 "박 전 대표 캠프에서 누구는 때리고 누구는 말리고 하면서 '치고 빠지기'식의 치졸한 수법을 쓰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특히 이 전 시장 측은 박 전 대표 진영이 최근 회의에서 이 전 시장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퍼뜨리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조직적 네거티브다.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며 당 차원의 조사를 촉구했다. 이 전 시장이 전날 "당내에서 조직적으로 나를 음해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린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보도와 당내 소식통들에 따르면 5일 열린 박 전 대표 캠프의 한 회의에서 이 전 시장이 말 실수를 자주하고 지나치게 학연을 중시하며, 개발·독재적 이미지가 있다는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구전을 통해 퍼뜨리는 방안에 대한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열세지역에서는 박 전 대표에 우호적인 새마을단체를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사실 자체가 왜곡됐다"면서 "하루에도 수많은 회의가 열리는데 설령 회의에서 누군가 그런 아이디어를 냈다고 해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그쪽에서도 박 전 대표에 대해 좋은 얘기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일축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검증론을 놓고 최고위원 간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 전 시장 캠프의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설 제사상이나 밥상에 한나라당에 대한 희망과 정권교체에 대한 확신을 올려 놓아야 한다"면서 "내부에서 서로 싸우면서 분열과 갈등, 혼란을 주제로 올려 놓으면 이는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을 배신하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우리가 우리 후보들을 비난하는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선관위 고발을 검토하듯 이런 (검증) 문제에 대해선 당 대표 의지대로 당이 통제하고 규제해야 한다"며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다.

사실상 박 전 대표 진영의 '검증론'을 우회 비판한 것이다.

이에 대해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박 전 대표 측 전여옥 최고위원은 "지도부의 중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어떤 말을 할 때 진정성을 주려면 후보가 아니라 당을, 당이 아니라 국민을, 국민을 넘어 이 나라를 생각한다는 진정성이 전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최고위원의 이 발언은 지도부의 중립을 강조하는 형식을 빌려 이재오 최고위원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검증공방이 확산되자 지도부는 거듭 자제를 당부하고 나섰다.

강재섭 대표는 "공정 정책 상생이라는 3대 경선원칙을 해칠 경우 해당행위로 간주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고, 정형근 최고위원은 "검증 운운하면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해 놓고 취소하는 것은 당사자에게 치명적 상처를 주는 것이므로 절대 있어서는 안 되며, 이에 대한 적절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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