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군축협회 텅젠췬 부비서장 “6자 통한 북핵 해결 비관적”

  • 입력 2007년 2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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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현재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북한 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전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텅젠췬(등建群·45) 중국 군비통제 군축협회 부(副)비서장은 7일 오전 베이징(北京) 중국 신원다샤(新聞大廈·기자협회 빌딩)에서 열린 외신기자와의 좌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텅 부비서장은 중국의 군축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자이자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지도부의 신임이 매우 두터운 군사전문가다.

그는 “중국은 현재 경제발전을 위해 강대국끼리의 충돌이나 주변 국가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북핵 문제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중국은 어쩔 수 없이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최근 100년간 한반도를 둘러싸고 4차례의 전쟁이 터졌으며 중국은 어쩔 수 없이 전쟁에 모두 연루됐다”며 “북핵의 가장 위험한 상황은 이 문제로 인해 미국과 중국이 정면으로 맞붙게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텅 부비서장이 말한 4차례의 전쟁은 청일전쟁(1894∼1895년), 러-일전쟁(1904∼1905년), 중-일전쟁(1937∼1945년), 6·25전쟁(1950∼1953년)이다.

그는 “현재 강대국 간 전면전은 어느 국가도 견디기 어렵다”며 “설령 미국이 10만 t급 배를 갖고 있고 중국은 1만 t급 배를 갖고 있다고 가정한다 할지라도 양국이 충돌하면 중국 또는 미국이 망할지, 두 나라가 모두 망할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 유고의 중국대사관을 폭격했을 때나, 남중국해에서 양국의 전투기가 충돌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중국은 최근 20여 년간 미국과의 충돌을 피해 왔다”며 “이는 중국의 지도자들이 결코 미국을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현명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핵 비확산 원칙에 관한 미국의 이중적인 태도가 북한 핵 문제를 푸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인도에는 연간 50개 이상의 핵무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130kg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8개의 핵 시설을 허용하면서 북한과 이란에는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라고 ‘이중 잣대’ 정책을 쓰고 있다”고 미국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는 북한이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왜 인도와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텅 부비서장은 “북핵 문제는 단순히 핵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경제 군사 국가안전 이데올로기가 모두 연관된 복잡한 문제”라며 “따라서 이 문제를 푸는 것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북한이 지난해 10월 핵실험을 실시한 것이나 미국이 2005년 9월 금융제재를 가한 것은 모두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양국이 진실로 북핵 문제를 풀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는 좌담회가 끝난 후 본보 기자와 만나 “6자회담을 어떻게 전망하느냐”는 질문에 “이전에는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낙관했으나 지금은 시각이 비관적으로 변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텅 부비서장은 “북핵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만약 북한을 제재와 압력 등을 통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거나 군사력을 동원해 해결하려 하면 문제가 풀리기는커녕 되레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텅 부비서장이 6자회담을 하루 앞두고 강경 발언을 쏟아놓은 데 대해 베이징의 외교가는 중국 지도부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텅젠췬은▽

산둥(山東)에서 1962년 출생해 중국 군사과학원과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5년간 현역 군인으로 복무하다 2004년 9월 외교부 중국군비통제군축협회로 자리를 옮겼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 안전과 군사 이론, 군비 통제와 군축으로 1986년 이후 1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저서로는 ‘세계저명대해전’, ‘전쟁이 끝나고 바다를 바라보며’가 있다. 편저로는 ‘세기군사결(結)’, 역서로는 ‘미국과 아시아’, ‘적을 떨게 하는 법’이 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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