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탈당이상 대가 치르고라도 개헌"

  • 입력 2007년 1월 17일 21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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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17일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 간담회를 갖고 4년 연임제 개헌 제안의 취지를 설명하며 이번 제안의 진정성을 설파하는 데 주력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번에 이 개헌을 하지 않으면 그 이후에 어떤 의제이든 개헌의 기회를 잡지 못할 것"이라며 여론을 이끄는 언론인들을 향해 '언론의 책임'을 다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 "'탈당 이상의 것'은 개헌 강조 표현" =

0...노 대통령은 '개헌이 이뤄진다면 탈당 이상의 것도 가능하다'는 최근 이병완(李炳浣)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언에 대해 "구체적 내용이 있다기보다는 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쓴 용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비서실장한테 자세하게 물어보진 않았다"며 "조금 논란이 있는 걸가지고 '그거 무슨 말이오' 자꾸 물어보면 참모들도 피곤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짐작만 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이 실장은 지난 15일 한국언론재단 포럼에서 "한나라당이 개헌수용을 전제로 탈당 이상의 또 다른 조건을 제시한다면 이를 진지하게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해 노 대통령의 '다음 수'가 뭐냐는 관측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그(탈당) 이상 내놓을 게, 가진 게 없다"면서 "내놓을 것도 없지만 가진 것만 있다면 그 이상의 것의 대가를 치르고라도 이건 꼭 해야 된다,이런 취지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 "중미 순방 때 개헌 문제의식 느껴" =

0...노 대통령은 2005년 9월 중미 순방을 계기로 여소야대 및 다당제의 폐해를 목도하면서 개헌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당시 노 대통령은 대연정 제안이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와의 청와대 담판 결렬로 끝내 무산된 직후 멕시코와 코스타리카를 순방하고 귀로에 뉴욕에 들러 유엔총회에서 연설했었다.

이번 개헌 제안이 정국 주도권을 겨냥한 정략적 의도가 아니라 다당제 하 국정운영 과정에서 하게 된 고민의 결과라는 얘기다.

노 대통령은 "지난번 중미 방문하고 오면서 '정말 문제 있는 제도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중미 지역에 갈 때 보고서는 전부다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되고 전부 안 되는 것밖에 없다. 사실이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행정부의 집행권력이 의회권력보다 소수인 나라로 미국과 중미 국가들을 꼽으면서 "(한국처럼) 다당제 나라에서 야권 연합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나라치고 국정개혁 과제가 그 대통령 임기 중에 성공적으로 끝나는 사례가 거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국제외교에 말씨름 있을 수 없다" =

0...노 대통령은 지난 14일 필리핀 세부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신경전'을 벌였고, 이로 인한 컨디션 난조로 아세안+3정상 만찬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직접 해명했다.

노 대통령은 "국제외교 하는 마당에 무슨 말씨름한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고, 말씨름 있을 수 없고, 또 심기 불편해서 자리에 가지 않는다, 이런 것 전혀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이번 논란은 정부 고위 관계자가 노 대통령 순방에 동행한 일부 기자들에게 한일 정상간 '신경전'을 운운한 게 발단이 됐다. 문제가 커지자 청와대는 보도자료를 내고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내가 그 문제에 대해서 민감했던 것은 그와 같은 보도가 일본 사람들이 볼 때 국가의 품격이 안 깎이겠는가 싶어서 제발 좀 거론하지 말아달라고 통 사정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제가 민감했던 것은 사실이 아닌데 일본 사람이 보기에 한국 대통령이 우스운 사람처럼 비치기 때문"이라며 "사실이면 할 수 없지만 (사실이) 그렇다"고 했다.

= "개헌은 지금이 적기" =

0...노 대통령은 개헌제안이 정략적 의도라는 의심을 사게 하는 제안시기 문제에 대해 상황논리를 들어 반박을 가했다.

'그동안 뭐 했다가 지금 와서 개헌을 말하는가'라는 의문에 "지금이 제일 좋은 시기"라고 일축한 것.

노 대통령은 "저는 오래 전부터 2006년 말 2007년 초라고 했다"고 전제한 뒤 먼저 작년 연말은 "정기국회 때문에 이런 정치적으로 큰 파장이 있는 제안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국방개혁법을 비롯해서 몇 가지 주요한 개혁 법안들이 다 지금까지 표류했을 것이고, 예산도 아마 다 통과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노 대통령의 판단이다.

노 대통령은 또 "2005년도에 개헌 꺼내가지고 안 되면 저만 망하는 게 아니고 대한민국 정치 전체가 대단히 큰 손실을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여론은 바뀐다" =

0...노 대통령은 '현 정부하의 개헌 추진'에 대한 부정적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여론을 거스르면서도 성공해온 자신의 정치역정을 소개하며 "여론은 변하게 돼 있다", "여론은 바뀐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20년 전 재야 운동 당시 여론은 제 편에 있지 않았다. 몇달뒤 4.13 호헌조치 나왔을때 많은 언론은 우리를 과격 불순 세력으로 보도했다. 90년 3당합당때 여론을 거역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여론은 그 뒤에 바뀌더라"고 전하면서 "전달되는 사실이 달라지니까 숨겨졌던 사실이 터져 나오고, 사실이 달라지니까, 인식이 달라지고, 여론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 "개헌 공약 하면 가만 안 둘 것" =

0...노 대통령은 차기 정부에서 개헌을 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며 대선주자들을 향해 "가만 안 있고 공격할 것"이라며 압박을 가했다.

노 대통령은 먼저 대선주자들이 개헌에 관한 공약을 저마다 내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지금까지 선거 때 나왔던 게 다 있으니까 몇 년 몇 월에 발의하겠다까지 얘기해야 되지 않겠는가"라고 예상했다.

동시에 노 대통령은 "해 놓고 뒷감당 할 수 있겠는가. (공약) 해놓고, 대통령이됐다, 개헌 논의가 바로 시작될 때는 이때는 원포인트 개헌이 아니고 이것저것 해야되는데 국정 운영이 되겠는가"라고 물었다.

차기 정부에서 개헌논의가 이뤄지면 이념적 문제가 끼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인 데다, "내각제냐 대통령제냐를 놓고 이해관계가 첨예한 싸움을 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나아가 "그 다음에 자신들의 임기 문제를 가지고 또 이해관계 셈을해야 되는데, 논의가 되겠는가. 다 부도내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부도가) 뻔한 거, 뻔하게 보이는데, 지금 그런 공약하면요, 내가 그냥 안 둘것"이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노 대통령은 "가만..."이라며 잠시 숨을 고른 뒤 "그냥 안 둘 방법은 없고 가만 안 있을 것이다. 공격해야죠"라며 한나라당의 대선주자들이 과거 한결같이 4년 연임제를 지지하다 이번에 '정략'을 이유로 내세워 입장을 달리한 것을 겨냥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정치를 원칙대로 해야 된다"며 "어떻게 그때 그때 이해관계를 셈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말을 바꿀 수 있느냐. 지금 그 말 바꾸는 사람이 한두 사람이냐"고 했다.

반면 노 대통령은 자신에 대해 "2002년 10월에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개헌에대해 제 의견을 소상하게 말했다"며 "(대선직후) 승리의 기쁨에 들떠 있었던 시점에서도 눈치도 없이 당원들 앞에서 2004년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되면 이런 가정을 가지고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 "이제는 혁명이 아니라 제도개선 관점에서 개헌해야" =

0...노 대통령은 "69년 (3선) 개헌도 국민들은 다 흔쾌히 동의했다"며 "72년 유신헌법도 아주 국민들이 흔쾌히 동의했다"고 말했다. '4.19 후 내각제 개헌과 6.29 후 5년 단임제 개헌을 빼고는 개헌에 국민이 흔쾌히 동의한 적이 없다'는 한 참석자주장에 "옳지 않은 개헌에 내가 찬성 안 했던 것이지 다른 국민들은 동의를 참 많이했다. 흔쾌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사후적 평가"라며 이같이 밝힌 것.

노 대통령은 "옛날에 국민들이 흔쾌하게 동의하지 않았던 것은 다 집권 연장이라는 나쁜 방향으로 개헌을 하니까 동의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지지율은 아주 높았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4.19나 87년 개헌은 혁명적 상황의 마무리 절차로 일상적인 개헌과는 다른 것이며 한국엔 이와 같은 사태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는 혁명이 아니라 제도 개선이라는 관점에서 헌법을 손질할 때가 된 것이고, 이러한 상황에서 이것을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 "여당내서 대통령 겁내는 사람 없다" =

0...노 대통령은 '대통령 눈치 보고 여당이 겉으로 개헌에 찬성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대통령 힘이 세서 그런 것이 아니고 명분과 조직의 윤리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여당내에서) 대통령 겁내는 사람 있는 것이 아니고 당론을 거역할 만큼 그렇게 신념에 찬 반대 논리를 갖고 있지 않거나, 조직 윤리를 거역할 만큼그런 신념을 가진 사람이 없는 거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물론 이해득실을 따져 보고 '아, 이거 손해인데' 하는사람이 여당 안에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계산법이 다들 다르고 복잡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 "들어오는 소통은 막힘없지만, 나가는 소통 문제가 많다" =

0...노 대통령은 정부 라인 보고에 의존하고, 언론을 불신하는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참모에게 정보를 의지하는 수준이 낮다"고 강조하면서 언론의 비판적 지적을 수렴하는 시스템으로서 마련한 '정책기사 점검시스템'을 설명했다.

언론의 합리적 지적, 대안 제시는 시스템적으로 수용토록 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들어오는 방향에 있어서의 소통은 그렇게 막힘이 없을 것이다. 저는 나가는 방향에서의 소통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이 국민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이다.

= "10, 20년뒤 언론 자료, 정부 자료 대조해보자" =

0...노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역사 기록의 노력도 상기시켰다. "지금 참여정부 그동안의 정책의 역사를 다 써라 해서 기록하고 있다"며 "여러분이 쓰고 있는 기사는 전부 다 역사의 기록이 되고, 많은 사람들이 그 기록을 인용할 것"이라고 기록의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그 기사의 정확성이 인용의 가치를 좌우하게 될텐데, 그것과 대조하기 위해서 우리의 주장을 가지고, 기사, 중요한 기사에 대해 다 논평하고 사실적 근거를 만들고 해서 대응자료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10년 뒤에, 20년 뒤에 가서 언론자료와 정부 자료을 갖고 어느 쪽이 더 가치있는 기사가 자료가 되나, 역사적 자료가 되는 것인지를 대조해보자"라며 국정 브리핑 등을 예로 들면서 "그 점이 선의의 경쟁 아니냐"고 반문했다.

= "정책발표 후 담뱃값 올려 재원마련" =

0...노무현 대통령은 `기자실 기사담합' 발언 파문의 진원지였던 정부의 `국민건강 증진계획' 언론보도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발표 배경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노 대통령은 해당 발표를 `예산대책도 없는 발표는 선심성, 대선용 아니냐'고 지적한 언론보도에 "모든 정책이 예산 대책을 세워 발표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며 "정책은 큰 방향을 정한 뒤 예산을 맞춰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재원 마련과 직결되는 담뱃값 인상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국회에서 지체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정책을 발표, 국민 관심을 끌어내 담뱃값 인상안을 국회에서 관철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도 있다"며 "보고받을 때그렇게 이해했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복지부장관이 보고시) `담뱃값 인상안이 지금 국회에 올라있는데잘 안되고 있지만 통과되도록 노력해보겠다'는 얘기를 했고, 발표과정에서 그 부분을 노골적으로 말하기 어려웠는지..`담뱃값 올려주면 이거 합니다' 이렇게 말했으면좋았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담뱃값은 당신이 책임지고 나머지는 내가 책임진다'..그렇게 해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 "정상회담은 대통령이 추진하는 것" =

0...노 대통령은 북핵문제 교착시 특사교환 등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통일부 내부 문건에 대해 "통일부 문서가 개인 차원의 구상 문서인지 통일부 정책 방향으로 채택된 문건인지는 모른다"며 "조사해보라고만 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통일부 제안이라 하더라도 그 제안이 정상회담을 기정사실화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정상회담은 대통령이 추진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추진 여부에 대해 "대통령이 여러차례 부인했다"고 말한 뒤 "그건(정상회담을 추진한다고 보도하는 것은) 판단 차이로 생각하고 판단을 서로 달리하기 때문에 (언론에서는 그렇게) 쓰시고 또 대통령은 반론하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별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5년 내내 스트레스" =

0...노 대통령은 "5년 내내 스트레스다. 스트레스 없는 게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스트레스라고 하면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고,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는 보람이라고 생각하면 또 보람일 수 있다"며 "되는 것만이 보람이 아니라 되지 않는 일이라도 옳다고 생각하고 추진하고..당장 결과가 나오진 않지만 작은 토대, 디딤돌 하나라도 놓게 되고 그런 것이 사는 가치 아니겠느냐"고 개헌 추진의 당위성을 우회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스트레스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고 건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에 대해서는 "제가 더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박선홍기자 su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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