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로자 피랍]“50여명 다이너마이트 터뜨리며 난입”

  • 입력 2007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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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대우건설 근로자 9명이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10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우건설 본사에 마련된 대책반에서 직원들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대우건설 근로자 9명이 무장단체에 의해 납치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10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우건설 본사에 마련된 대책반에서 직원들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대우건설 직원 9명이 피랍된 나이지리아 남부의 오구 현장은 무장단체가 종종 출몰하는 곳이다. 지난해 6월에도 이곳에서 동쪽으로 146km 떨어진 하코트 항(港)에서 대우건설 직원 3명과 한국가스공사 직원 2명이 무장단체에 납치됐다가 41시간 만에 풀려난 바 있다.

이번 납치사건의 주도세력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대우건설은 사태 수습을 위해 정부와 별도로 현지 민간 외교채널을 총동원하고 있다.

○ 쾌속정 나눠 타고 새벽 기습

현지 시간 10일 오전 4시 50분 소형 쾌속정 3대에 나눠 탄 무장괴한 50여 명이 현장에 접근했다. 이들은 총을 쏘고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리며 임시숙소 3개동 가운데 1개동에 난입해 5시 30분경 대우건설 직원 9명과 현지인 가정부 1명을 끌고 갔다.

이 과정에서 대우건설이 고용한 무장요원들이 대응했지만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 있는 한상호 대우건설 부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는 긴박한 상황이어서 이를 파악할 여유조차 없었다”고 전했다.

납치된 홍종택 차장이 오전 6시 30분경 자신의 휴대전화로 현지 사무소에 “지금 어디론가 가고 있다. 우리는 모두 무사하다”고 짤막하게 알려 왔다. 그러나 홍 차장은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 외국인 상대 납치 빈번

아직까지 납치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작년 6월 납치 때처럼 이번에도 정치적 명분을 내세워 몸값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당시 한국인 근로자들을 납치했던 니제르델타 해방운동(MEND)은 이들을 풀어주는 조건으로 조직 지도자의 석방을 내걸었다.

무장단체들은 그간 석유와 관련한 이권을 보장하고 자신들의 근거지를 분리 독립시켜 달라며 외국인들을 공격하거나 납치해 왔다. 작년 11월에는 하코트 항에 정박한 이탈리아 석유회사의 배에 무장괴한들이 난입해 외국인 7명을 납치했으며 이달 5일에는 중국인 5명이 피랍됐다.

○ 대우건설 현장은 어떤 곳

나이지리아 남부 바옐사 주 오구 지역에 있는 늪지대로 대우건설은 이곳에 길이 56km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 중이다.

나이지리아에서도 오지여서 현장마다 20여 명의 무장 경비원을 두고 있지만 파이프라인 공사처럼 현장이 넓게 분산돼 있으면 경호가 쉽지 않다. 최근에는 무장단체들이 박격포까지 동원해 공격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1980년대 초부터 현지에 진출해 지역 숙원시설을 기증하는 등 부족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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