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예정 연설 70분간 진행…연단 내려치고 원색적 용어

  • 입력 2006년 12월 22일 03시 01분


노무현 대통령의 21일 발언에서는 대통령의 연설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격한 표현과 감정적 언사가 쏟아졌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50차 상임위원회에 참석했다. 당초 20분 정도 인사말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20분이 지날 때쯤 “시간이 좀 괜찮나? 좀 더 말씀을 드릴까요?”라고 운을 뗀 뒤 분노한 표정으로 언성을 높여 가면서 1시간 10분 동안 격한 발언을 계속했다. 노 대통령은 준비한 원고도 없이 간단한 메모만 들고 연단에 올랐다.

착잡한 표정으로 “지금 국민들한테 원칙 없는 정부로 인식되고 있다. 슬프지만 어쩔 수 없다”고 탄식하던 노 대통령은 안보문제에 들어가면서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에 이르자 막말을 쏟아 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욕만 바가지로 먹고 산다’, ‘박살이 나는 것’, ‘터질 때는 터지더라도 할 건 하겠다’, ‘(미국) 바지가랑이 매달려 가지고, 미국 엉덩이 뒤에 숨어서 형님, 형님, 형님 백만 믿겠다’, ‘난데없이 굴러 들어온 놈’ 등 거친 말을 이어갔다. 때로 손으로 연단을 내려치기도 했고 안보 문제를 말할 때는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넣는 제스처를 취하며 ‘손놓고 있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청와대 참모들조차 “깜짝 놀랐다”고 말할 정도로 발언 수위가 높았다.

손을 앞으로 내저으며 “모든 것이 노무현이를 반대하면 다 정의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흔들어라 이거지요. 흔들어라. 난데없이 굴러 들어온 놈”이라며 목청을 돋울 때 노 대통령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350여 명의 참석자들은 이에 박수를 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중간 중간에 웃으며 “저는 제정신입니다” “국민 여러분 미사일을 쐈습니다. 라면 사십시오” 등 농담조로 말할 때 참석자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행사에 참석한 한 인사는 “노 대통령의 연설은 마치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대중 유세를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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