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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2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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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노 대통령이 직접 거명한 고건 전 국무총리와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 정동영 전 의장은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하며 발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고 전 총리는 대통령의 발언을 상세히 보고받은 뒤 참모진과 대책을 논의했지만 직접 대응은 자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참여정부에서 고 전 총리의 재임 기간에 국정 운영이 가장 안정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 국민의 평가”라며 “사상 초유의 탄핵사태를 맞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위기를 원만하게 수습한 것에 대한 평가는 국민의 몫”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고 전 총리를 비판하는 것이 오히려 고 전 총리의 지지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포용 인사’ 차원에서 장관을 시켜줬는데도 대통령이 욕만 먹고 있다는 맥락에서 언급된 김 의장과 정 전 의장 측도 ‘무시 전략’을 선택한 듯 직접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 측근 인사는 “노 대통령 발언의 문제점은 국민이 다 알 것”이라면서 “우리가 노 대통령의 술수에 말려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민주당 및 고 전 총리와의 통합을 주장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격한 반발이 나타났다. 박기춘 의원은 “임기 초 검사와의 대화에서 ‘막가자는 거냐’고 했던 때가 생각났다”고 말했다. 김성곤 의원은 “범여권이 모두 연대를 해도 모자란 지경에 서로 폄훼하는 것은 공멸의 길”이라고 말했다.
정봉주 의원은 “대통령이 말 한마디를 할 때마다 국민은 경기 차원을 넘어 죽음의 고통을 느낀다”며 “5% 미만의 지지자를 빼놓고는 전 국민이 고통스러워진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개구즉착(開口卽錯·말하는 순간 참모습과 어긋남)이라더니 노 대통령은 입만 열면 설화를 일으키는 개구즉화(開口卽禍)다”라고 논평했다. 나 대변인은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너나 잘 하세요’가 생각난다”며 “더는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언급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인사권 실패는 결국 노 대통령의 책임이지 남을 탓할 문제가 아니다”고 했고, 민주노동당 정호진 부대변인은 구두논평으로 “기왕 반성할 바에는 남 탓을 하기보다 본인의 과오에 대한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와 관련해 예비역 장성들을 비판한 것을 두고 국방부 장관 출신인 조성태 의원은 “참…. 대답할 능력이 없다. 허허”라고 했고, 장성 출신인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도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안보체제가 어떻게 돼 있는지, 전시작전권이 뭔지도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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