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진로 당헌 따라 정해야”…盧대통령, 전당대회 요구

  • 입력 2006년 12월 5일 03시 05분


노무현 대통령이 4일 민주당 등과의 통합을 전제로 신당을 추진하려는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공개 비판하며 당헌에 따라 결정하자는 통첩을 보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노 대통령의 외국 순방(3∼13일) 기간 중 당내 의원을 대상으로 당의 진로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통합신당 대세를 잡겠다고 나선 데 대한 반격이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열린우리당 당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당의 진로 문제에 대해 “당 지도부나 대통령 후보 희망자, 의원 여러분만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며 “당헌에 명시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정통적이고 합법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현재 인도네시아를 국빈방문 중이다. 3일 출국에 앞서 이 글을 작성했고, 청와대는 4일 오후 3시 이를 청와대브리핑에 올렸다.

노 대통령이 언급한 ‘당헌에 명시된 민주적 절차’란 전당대회를 말한다. 당의 진로를 전당대회에서 결판 짓자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당헌에 따르면 통합(합당) 등 주요 사안은 전당대회에서 결정하도록 돼 있다. 전당대회는 내년 2월에 예정돼 있다.

노 대통령은 편지에서 “‘통합신당’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어떤 세력이 새롭게 참여하는지 들어 보지 못했다”며 “다만 민주당이나 특정 인물이 통합의 대상으로 거론될 뿐이며 결국 구(舊)민주당으로의 회귀에 다름 아니다. 영남당도 호남당도 지역당은 안 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통합신당론을 ‘도로민주당’ ‘지역당 회귀’로 규정지은 셈이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 “당의 진로와 방향은 정책과 노선을 어떻게 변화 발전시킬 것인지를 중심으로 논의되어야 한다”며 “저도 당원으로서 당의 진로와 방향, 당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노선에 대해 당 지도부 및 당원들과 책임 있게 토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을 배제하고 통합신당을 추진하려던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허를 찔린 형국이다. 김근태 의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1일 “당이 나갈 길은 당이 정할 것”이라며 신당 논의 과정에서의 청와대 배제를 강조하며 소속 의원 대상 설문조사를 추진하던 중이었다.

당 지도부와 통합신당파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김 의장은 “별로 할 얘기가 없다”고 했으며 김한길 원내대표는 “지금은 민생법안과 예산안 처리에 노력을 집중할 뿐”이라고 했다.

통합신당파는 대체로 전당대회를 열어 당의 진로를 결정하는 방안에 부정적이다. 통합신당파 일각에선 “대통령의 편지는 통합신당을 포기하든 나가든 하라는 통첩이다. 이제 행동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어 일부 의원이 선도 탈당을 감행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자카르타=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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