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규 국정원장 ‘김만복 不可’ 우회 표명 왜?

  • 입력 2006년 10월 3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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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은 사의를 표명한 다음 날인 27일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가정보원의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후임자가 굉장히 중요한데 참으로 걱정”이라며 “대통령이 신중에 신중을 기해 후임자 인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9일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일부 인사가 열심히 뛰고 있는데 이들이 되면 절대 안 된다. 국정원의 정치 중립에 도움이 되지 않고 코드를 맞출 우려가 있다”면서 “국정원 내부(인사) 발탁은 국정원 개혁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또다시 후임 걱정을 했다. 현재 거론되는 차기 국정원장 후보는 윤광웅 국방부 장관, 이종백 서울고검장, 김만복 국정원 1차장(해외담당) 3명이다.

모두가 부산 출신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야당의 비판이다. 이 중 국정원 내부인사는 김 차장 한 명이다.

결국 김 원장은 구체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김 차장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말을 한 것. 전임자가 후임자를 두고 사실상 특정인을 찍어서 ‘곤란하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김 원장은 왜 이렇게 후임 걱정을 하는 것인지, 무슨 연유로 내부 발탁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인지, 386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연루된 ‘간첩 사건’ 수사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 김만복 국정원 1차장은 누구

김 차장은 현 정부 들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정보관리실장으로 발탁됐다가 이라크 정부합동조사단장을 거쳐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으로 복귀해 1차장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과 세종연구소에서 함께 근무했고, 이 장관이 NSC 사무차장으로 있을 때 같이 일했던 인연도 있어 일부에선 그를 ‘이종석 사람’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김 차장은 노 대통령이 직접 지목해 임명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얘기다. 김 차장이 NSC 정보관리실장으로 있을 때 노 대통령에게 보고를 잘해 대통령 눈에 들었다는 얘기도 있다.

국정원 내에서는 그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한 관계자는 “능력 자체를 문제 삼기는 힘들다. 워낙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을 한다”고 했다.

그러나 첫 내부 승진 케이스로 국정원 수장이 될 만큼 실력과 신망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도 있다.

실제 국정원 관계자들은 김 차장이 차기 국정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데 대해 내부 승진이라며 반기는 기류는 아니다. 한 직원은 “김 원장이 김 차장의 인물 됨됨이를 정확히 판단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김 차장이 비토당할 만하다는 얘기다.

다른 직원은 아예 “김 차장은 정권과 코드 맞추고 여권 인사들에게 ‘친절하게’ 하는 것 외엔 한 일이 없다. 전형적인 ‘해바라기’ 스타일이다”며 노골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김승규, 왜 김만복 비토하나

국정원 직원들은 상당수가 “원장과 차장 사이가 껄끄럽다”고 말한다. 김 원장은 김 차장이 유력하게 국정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데 대해 요로에 “직원들의 걱정이 많다”며 우회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김 차장이 인사운동을 하고 다닌다고 생각한다. 국정원장은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돼야 하는 자리인데 인사운동을 하면 인사권자와 거래를 할 수밖에 없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중립이 훼손된다는 판단이라는 것.

이번 386 간첩단 의혹 사건 수사를 둘러싼 알력설도 나온다.

국정원의 한 고위 간부는 “간첩사건 수사에 대한 김 원장의 의지는 엄청나다. 대공 분야가 이렇게까지 무너질 수 있느냐고 한탄하고, 여러 차례 독려했다. 이런 처지이니 지금 청와대와 코드가 맞겠는가”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코드가 맞는다는 김 차장이 간첩사건을 둘러싸고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김 원장 측에서는 그동안 “간첩 등에 대해 청와대와 시각이 딴판인데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식으로 자리보전 더 해서 뭐하겠느냐. 때려치우는 게 낫다”라는 얘기들이 나왔다는 것이 국정원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편 “코드형 인사는 곤란하다”는 김 원장의 언급이 윤광웅 장관 등 나머지 후보들을 싸잡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 장관은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1년 선배로 현 정권에 코드를 맞춰 왔다는 게 야당의 비판이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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