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서 춤춘 김근태 “실수한 것 같다”

  • 입력 2006년 10월 2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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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열린우리당의장 개성공단 방문 오찬 건 20일 열린우리당 김근태당의장이 개성공단을 방문, 오찬장에서 식사 도중 북측 접대원의 요구에 사양을 했으나 마지못해 함께 단상에 올라 춤에 응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근태 열린우리당의장 개성공단 방문 오찬 건 20일 열린우리당 김근태당의장이 개성공단을 방문, 오찬장에서 식사 도중 북측 접대원의 요구에 사양을 했으나 마지못해 함께 단상에 올라 춤에 응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열린우리당 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0일 개성공단 방문을 강행한 김근태 의장이 현지에서 오찬을 하다가 북한 식당의 여자 종업원과 함께 무대에 올라 한동안 춤을 췄다.

북측 종업원의 권유였다고는 하지만 집권 여당의 대표가 핵실험으로 위기상황을 초래한 당사자인 북한을 찾아 춤까지 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창설 2주년 축하행사 참석을 명분으로 개성에 간 김 의장은 행사장에서 축사를 한 뒤 낮 12시 30분부터 개성공단 내 북측 식당 ‘봉동관’에서 원혜영 사무총장과 우상호 대변인, 이계안 의장비서실장, 천정배 이미경 이목희 의원 등 방북 일행 40여 명, 공단 남북 관계자 30여 명과 한식으로 오찬을 했다.

식사를 하는 동안 한복을 입은 북측 여성 종업원들이 간이 무대에서 음악에 맞춰 ‘반갑습니다’ 등 북한 노래를 부르고 부채춤 등을 추며 흥을 돋웠다. 그러다가 한 여성 종업원이 원혜영 총장을 이끌고 무대 위로 올라갔으며 원 총장은 여성 종업원 1명과 1, 2분 동안 춤을 추다가 내려왔다.

여성 종업원은 5분쯤 후 김 의장과 이미경 의원에게 무대에 오를 것을 권유했다. 이 의원이 먼저 무대로 나가 박수를 치거나 종업원과 손을 맞잡고 올렸다 내렸다는 하는 동작을 한동안 계속했다. 김 의장은 “춤 못 춘다”면서 한동안 손사래를 쳤으나 결국은 무대에 올라 여성 종업원과 손을 잡고 1, 2분간 함께 춤을 췄다. 의장비서실 관계자가 김 의장을 무대 아래로 내려오게 하자 종업원들이 비서실 관계자에게도 율동을 권유해 비서실 관계자도 함께 율동을 했다. 이어 김동근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장이 노래를 한 곡 부른 뒤 식사가 끝나 자리를 파했다. 이날 오찬에는 북한식 음식과 맥주, 들쭉술 등이 반주로 나왔다.

김 의장은 이에 앞서 행사 축사에서 “금강산 관광 사업과 개성공단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은 핵무기나 유엔 결의문과는 직접적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 의장은 자신의 개성공단 방문을 둘러싼 당 안팎의 비판여론을 의식한 듯, “북한을 비롯해 모든 당사자들은 지금의 상황을 악화시키는 어떠한 추가적인 조치도 해서는 안 된다”며 “북한의 2차 핵실험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덧붙였다. ‘방북 춤’을 두고 비난이 빗발치자 김 의장은 이날 오후 서울에 귀환한 뒤 당 비상대책위원들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하면서 “내가 실수한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오랫동안 춤을 추고 무대에서 내려온 이미경 의원은 기자들에게 “딸 같은 아이가 나가자고 해서 잠시 따라 나갔다”며 “엄중한 때에 그럴 수 있나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당시 분위기를 이해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김 의장의 처신이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대다수이며 일부에서는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의원은 “개성공단 방문 결정부터 오늘까지 김 의장의 행동은 경솔과 편협의 연속이었다”며 “어차피 김 의장의 지도력에 대한 기대를 접은 지 오래지만 자꾸 이런 식으로 문제만 만드니 허탈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김 의장의 ‘방북 춤’을 강하게 비난했다. 유기준 대변인은 “북한의 2차 핵실험 징후가 포착되고 있는 가운데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이 방북하더니 결국 북한 여성들과 춤판이나 벌이려고 그랬단 말인가”라며 “국가안보가 뿌리째 흔들리는 마당에 춤판이라니 도대체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개성=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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