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거래 한국기업 日과 금융거래 못할수도”

  • 입력 2006년 10월 2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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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모 기자
박경모 기자
“일본 정부가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관련된 북한의 16개 기업 및 개인에 대해 금융 제재를 취한 것은 ‘맛보기’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일본 정부가 이들 기업과 관련된 한국 업체의 명단까지 발표하면 (일본과) 한국 회사와의 금융거래도 제한될 수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주요 싱크탱크인 국제금융정보센터 특별연구원 윤민호(51·사진) 박사는 1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지금처럼 대북 정책을 펼치면 미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으로부터도 ‘왕따’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또 그는 “한국 정부가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한국이 돈을 퍼 줘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점은 여러 경제 상황이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윤 박사는 국제금융정보센터에 ‘제재 받는 북한 기업 실태’라는 내용의 6쪽짜리 보고서를 낸 뒤 한국을 일시 방문했다.

일본 국제금융정보센터는 일본의 주요 금융회사와 기업, 관련 정부부처의 대외 금융 업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1998년에는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IBCA의 횡포에 맞서겠다며 이들 회사의 등급을 매기고 나선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은행 연구원과 동서증권 도쿄(東京)지점장 등을 거쳐 1998년부터 국제금융정보센터에서 한반도 및 주변 국가 담당 특별연구원으로 활동해 온 윤 박사는 한국인 가운데 일본 내 경제계 기류에 정통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이 제재 조치를 취한 북한의 16개 기업 및 개인에 대한 실태 분석 보고서를 냈는데요.

“일본 정부는 지난달 19일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기초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계획과 관련된 15개 단체와 1명의 개인에 대해 일본 내 예금 입출금과 해외송금을 허가제로 하는 자산이동 방지 조치를 발동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실체가 모호해 금융회사에서 효과적인 제재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해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이들 기업의 실태를 조사하게 됐습니다. 예컨대 이들은 선박회사로 알려져 있어도 실제로는 무기 운반과 관련된 곳입니다.”

―이들과 한국 기업도 관련이 있다고 보십니까.

“관련성이 충분히 높습니다. 일부 종교집단과 심지어 대학까지 학술 교류 등의 명목으로 이들과 교류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형식적으로 취하던 대북 금융 및 경제 제재를 실전(實戰) 태세로 전환했습니다. 한국의 참여 여부가 한미일 동맹관계의 체크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중국도 대북 제재에 조금씩 동참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미일중 주변 3개국으로부터 ‘왕따’를 당하면 어디에 가서 도움을 청해야 할지 우려스럽습니다. 이번에 서울 시내에서 한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반대시위를 봤는데 이들이 ‘내 돈으로 만든 폭탄이 내 머리 위에 떨어지는 상황’을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한국 정부가 돈을 퍼 줘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얘기입니까.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여러 가지 경제 상황이 입증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국민총생산이 플러스로 돌아선 것은 1998년 이후입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한국 정부가 돈을 퍼 주기 시작한 시기죠. 한국 정부는 이런 걸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1990년대 초반 수해와 각종 재해로 붕괴됐던 북한 경제가 손쉽게 복구된 것은 바로 한국 정부의 퍼 주기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일본 내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한국과 일본의 시각차가 너무 큽니다. 옆집이 핵무기를 갖고 있는데 내가 안전한가에 대한 인식이 너무 다르다는 거죠. 일본 국민은 원폭 피해 경험 때문에 핵무기를 가져서도, 사용해서도 안 된다는 강한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일본의 핵무장 얘기도 흘러나오는데요.

“일본의 핵 공포감이 핵무장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얘기인데 시기상조입니다. 자위대를 군대로 전환하는 문제도 일본의 인구학적 문제(출산율 저하 등)로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다만 기존 체제 내에서 자위대를 대폭 강화하는 것은 미국도 적극 도와줄 것입니다. 단적으로 무기 판매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봅니까.

“일단은 생존을 위해 주변국과의 관계 정립이 중요합니다. 주변 국가가 돌아가는 상황을 빨리 알아야 합니다. 모르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게 되죠. 그러면 이미 늦습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일본 정부가 금융 제재 조치를 취한 북한 군 관련 16개 기업 및 개인

제재 기업과 개인소재지특징
조선연봉(용봉)총회사(옛 용악산무역회사) 관련 회사코하스AG스위스 공업품 판매 회사로 북한군 무기 부품 구입에 관여. 조선연봉총회사의 자회사인 용왕이 지분의 절반 소유.
야코프 스타이거스위스 코하스AG 사장. 64세.
조선연봉총회사평양북한의 대표적인 군수회사. 미사일 수출 담당.
조선광성무역회사평양금속제품 수출입.
조선연하기계합영회사평양

조선용광무역회사평양광산물 수출, 전자제품과 화학제품 수입.
조선국제화학합영회사(조선국제화공합영회사)함흥

조선총합설비수입회사(옛 조선해금강무역회사)평양방직품, 화섬, 기계 설비, 선반 수출.
조선부강무역회사평양전기제품, 기계 및 그 부속품 수출 등. 자회사인 부강제약사는 한국에 판매점을 갖고 있음. 중국 등 10개국에 지사 보유.
단천상업은행(옛 창광신용은행)평양조선연봉총회사의 대외결제전문은행. 재래식무기와 탄도미사일 등의 제조, 조립제품 금융 결제 담당.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계좌를 갖고 부적절한 거래를 한 혐의.
조선광업무역회사(옛 창광신용무역회사) 관련회사조선광업무역회사평양1990년대 중국 이란 파키스탄과 미사일 거래 의혹. 이번에는 재래식 무기와 탄도미사일 관련 장비 수출 혐의.
토성기술무역회사평양

조선혜성무역회사평양

일본 정부가 추가로 지정한 제재 기업조선동해해운회사평양북한 주력 선박 70% 소유.
평양정보센터평양정부 기관 관리 소프트웨어 개발. 한국 기업과 제휴해 프로그램 등 개발. 학술단체로 위장해 한국 대학과도 교류.
봉화병원(옛 봉화진료소)평양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조선노동당 일부 간부 전담 진료.
일본 정부가 추가로 지정한 제재 기업은 코하스AG를 포함해 모두 4곳. 나머지 11개 기업은 미국 정부가 이미 지난해 6월과 10월 미국 내 자산 동결 조치를 취했던 곳. 자료: 일본 국제금융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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