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만은…” 젊은 그들, 고개를 저었다

  • 입력 2006년 10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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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연세대에서 북한 핵을 주제로 열린 토론수업에 앞서 설문 조사를 했다.
17일 서울 연세대에서 북한 핵을 주제로 열린 토론수업에 앞서 설문 조사를 했다.
북한 핵실험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 위해 학생들이 손을 들고 있다.
북한 핵실험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 위해 학생들이 손을 들고 있다.
《17일 오후 4시 서울 연세대의 한 강의실. 김우상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국제관계론’을 듣는 대학생 99명이 모여 ‘북한 핵’과 관련해 두 가지 주제를 놓고 1시간 동안 설전을 펼쳤다. 두 주제는 ‘북한 핵실험은 대한민국에 위협일까’와 ‘한반도 핵무장은 통일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될까’였다. 사전에 찬반 의견을 묻고 토론 이후 다시 찬반 의견의 변화를 진단해 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라운드 - 북핵은 대한민국에 위협이 되는가

▽하주현(문헌정보학 4)=배경을 보자. 북한은 ‘핵 폐기와 체제 안전보장’을 동시에 다루는 일괄 타결 방식을 제안했고 미국은 이를 거절했다. 북한 정권 입장에서 핵은 생존을 위한 카드로 이용할 뿐이다.

▽한우석(정외 3)=배경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성향을 알아야 위험도를 파악할 수 있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한 국가다. 체제 존속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핵을 보유하는 것은 통제 불능의 위협 요소다. 그들이 전쟁의 가능성을 접지 않는 거라고 장담할 수 있나.

▽오유림(정외 2)=북핵이 협상용 카드라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이 가져오는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감 자체가 위협이다.

▽이정주(정외 3)=미국이 제기하는 위협론의 허구성을 모르나. 강자가 약자를 약탈할 가능성을 두고 위협이라 한다. 북한과 미국 간에는 국력 차이가 있다. 북한의 국력은 자기 방어 외에 위협이 될 수 없다.

▽강진걸(사회학 3)=대상이 잘못됐다. 북-미 관계만 보는데 위협의 직접적 대상은 한국이다. 미국에 쏠 수 없는 북의 입장에서 최대 효과를 거두는 건 서울 공격 전략이다. 심리적 타격을 주면서 다른 군사력을 무력화하기 때문이다. 북핵으로 인한 일본의 재무장도 위협 요소라는 걸 간과하는가.

▽신동호(중어중문학 2)=핵으로 인해 북한 자신도 궤멸할 수 있다. 한국에 핵을 떨어뜨리면 미국과 일본의 공격을 초래한다. 한국은 현재 유일하게 북한을 이해하는 존재인데 그런 이용 가치가 높은 조력자를 없애려 하겠는가.

▽김우상 교수=참여자 대부분이 핵을 위협이라고 생각했고 토론 뒤에도 큰 변동이 없었다. 북한의 핵실험은 대학생들에게도 위험하다는 의식을 갖게 했음을 알 수 있다. 약소국이 강대국에 위협이 안 된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있다. 9·11테러 이후 작은 조직도 거대 집단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게 증명되지 않았나.

2라운드 - 핵무기 보유는 통일 한국 국익에 도움이 되는가

▽한우석=핵 개발과 유지에는 엄청난 비용이 들고 주변국의 반발을 무시할 수 있는 국력이 요구된다. 핵 감축의 국제 흐름을 역행하고 나갈 힘이 우리에게 있을까.

▽김도형(정외 2)=통일 한국은 지금보다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가능성이 높다. 핵우산을 비롯한 미국의 군사적 보호막이 줄어들 가능성을 가정하면 우리의 안보와 이익을 위해 보유해야 한다.

▽이정주=통일되면 북한의 핵무기가 우리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과연 그럴까. 미국과 중국이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을 남한에 넘어가게 내버려둘까. 그런 면에서 북핵은 오히려 통일을 방해하는 요소다. 북핵은 남북 군사력의 불균형을 가져오고, 남한이 힘의 비대칭을 극복하려면 외부를 끌어올 수밖에 없다. 북핵은 북한의 주장과 달리 민족의 자주와 통일을 가로막는 요소다.

▽변은영(정외 2)=핵 보유는 반대하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 보유에는 찬성이다. 일본은 3개월만 있으면 핵무기를 제조하지만 우리는 3년이 걸린다. 다른 나라의 위협에 언제든지 대응할 수 있는 기술적 억지력을 가져야 한다.

▽유소영(정외 2)=현재 국제관계에서 핵 억지력 효과는 의문이다. 주변국이 100기 이상의 핵미사일을 가진 상황에서 핵미사일 10기가 얼마나 큰 억지력이 될까. 핵 억지력보다 강국과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게 더 이득이다.

▽신동철(정외 2)=동감한다. 핵 보유 한반도를 미국과 중국이 그냥 지켜볼까. 통일 한국이 핵을 가지면 인접국들도 연쇄적으로 개발한다. 스웨덴이 주변국의 핵 선제공격을 우려해 핵 보유를 포기한 것을 모르나. 군비경쟁 해봐야 모두가 손해다.

▽김우상 교수=주목할 만한 결과다. 국익에 유리할 것이라는 의견이 약 12% 줄어들고 대신 불리하다는 쪽으로 움직였다. 한반도의 핵 보유에 드는 비용과 주변국의 관계를 고려할 때 국익에 저해된다고 지적한 부분이 설득력을 가진 것 같다.

글=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사진=김동주 기자 z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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