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우산 삭제 요청’ 정부해명 의문투성이

  • 입력 2006년 10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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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10월 제37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채택한 공동합의문에서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재확인하는 조항의 삭제를 제의했다 거부당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본보 17일자 A1면 참조
▶정부, 美에 ‘핵우산 제공’ 조항 삭제 요청했었다

당시 핵우산 제공 조항 삭제를 추진했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자는 물론 정부 당국자들은 16, 17일 잇달아 해명에 나섰지만 이 해명이 오히려 진위 논란까지 불러일으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미 제의 여부=당시 NSC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정부 관계자는 16일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핵우산 조항 삭제는) 실무 수준에서 검토하다 내부적으로 안 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측에 (핵우산 조항 삭제를) 제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17일 ‘국정브리핑’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미국의 핵우산 제공 조항의 일부 표현을 수정하는 문제에 관해 미국 측과 협의했다”고 밝혀 사실상 제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당시 NSC 관계자가 거짓 해명을 했든지, 아니면 사실을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핵우산 삭제냐, 표현 수정이냐=또 다른 NSC 관계자는 16일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핵우산 조항을) 한미 상호방위공약 속에 넣든지, ‘강력한 방위공약을 재확인한다’는 식의 대체 표현을 생각하다가 적절한 것이 나오지 않아 그대로 핵우산 조항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17일 공개 브리핑에서 “핵우산을 다른 표현으로 대체하려고 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미국과)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에서도 대체가 아니라 삭제 논의가 있었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말해 핵우산 표현 수정이 아니라 삭제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삭제 추진 시점 논란=이 당국자는 “지난해 6자회담 9·19공동성명이 채택된 직후 미국과 SCM 공동합의문 문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구두로 핵우산 표현을 삭제하자는 제의를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말 합의문 초안을 교환하며 협상을 벌이기 전에 조항 삭제 문제를 논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복수의 한미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조항 삭제 논의가 SCM 준비협상 초기가 아니라 최종 단계에서 이뤄졌다는 것. 미국 정부의 한 소식통은 “한국 정부 관계자가 10월 21일 서울에서 열린 SCM 개최 직전 방한한 미국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핵우산 조항 삭제) 얘기를 꺼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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