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해상 검문검색’ 中에 중재요청 가능성

  • 입력 2006년 10월 13일 03시 00분


《“한중 양국은 북한과 국경을 가장 길게 접하고 있는 나라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2일 한중 양국이 북한 핵실험 사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처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만큼 13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도 크다는 뜻이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중-일(8일), 한일(9일) 정상회담에 이은 동북아 3국 연쇄 정상회담의 대미를 장식한다.》

특히 북한의 핵실험 발표 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논의가 뚜렷하게 미국 일본과 중국 러시아 사이의 강온 전선으로 갈라지는 상황에서 한중 정상회담 결과는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정부가 중국과 적극 공조할 경우 대북제재 방향을 둘러싸고 ‘미일 대 한중’ 간 대결구도가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대응=정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 핵실험에 따라 한중 양국도 어떤 형식으로든지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양 정상이 대북제재 수위를 어떻게 조절하느냐다.

미일은 군사적 제재까지 포함된 유엔헌장 7장을 포괄적으로 원용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중국은 유엔헌장 7장 중 군사적 제재가 담긴 42조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후 주석이 11일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미국에 특사로 급파한 것도 이런 이견을 조정하려는 포석이다.

북한 핵실험 당일인 9일 강렬한 비난 성명과 발언을 쏟아내던 중국은 정작 미국과 일본의 제재 결의안 초안이 유엔에 제출되자 군사적 제재는 물론 전면적인 경제제재 수용마저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중국은 설령 군사제재가 아니더라도 미국이 검토 중인 13가지의 제재조치만 제대로 취해도 북한 체제가 흔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왕광야(王光亞)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11일 공개적으로 ‘징벌’을 언급했지만 류젠차오(劉建超)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북한 징벌을 목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수위를 낮췄다. 이 때문에 중국이 핵실험 이후 북한과 접촉해 모종의 협상 여지를 찾아낸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후 주석은 노 대통령에게 한국 정부의 협조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현재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할 것”이라는 원칙론을 표명하는 데 그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틈새에 끼인 고민스러운 상황 탓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미일 주도의 강경 제재 노선에 여전히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 제재로 북한과의 전면적 단절을 감수하기가 부담스러운 데다 대북 포용정책 공과를 둘러싸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것도 노 대통령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은 결국 제재 수위를 낮추려는 중국에 우호적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노 대통령이 11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행사에서 “제재와 대화 해결의 두 가지 방법은 유효하지만 궁극적으로 무력 사용 없이 해결되어야 한다”며 외교적 해결에 방점을 찍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해상 봉쇄=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이외에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여부도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다.

PSI는 핵무기 등을 운반하거나 운반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 등을 공해상에서도 수색 나포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로 한국은 PSI 훈련에 참관만 할 뿐 참여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 후 미국과 일본이 PSI 참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 가고 있어 정부도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은 PSI 확대가 전면적인 대북 해상봉쇄로 번지는 상황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날 PSI 참여 범위에 대해 “현 시점에선 정할 수 없고 유엔 안보리 결의가 정부 방침의 준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 수위에 따라 PSI 참여 범위를 결정하겠다는 유보적 태도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은 PSI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후 주석에게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요청할 공산이 크다.

두 정상은 또 북한 내부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면서 북한을 비핵화와 6자회담의 틀로 유인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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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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