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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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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업들, 환율에 촉각… 수출전략 새로 짠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16일 정몽구 회장이 직접 주재하는 긴급 확대수출전략회의를 열 예정이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외환 리스크(위험)가 높아지고 국가 대외신인도가 추락할 가능성에 대비해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회의에서 환율 변동 시 수출 차량의 가격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또 미국 유럽 등 주요 수출 시장에서 어떤 브랜드 전략을 택할지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할 방침이다. 이미 그룹 기획총괄본부에서는 부서별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 그룹의 한 임원은 “현대차그룹은 매출의 70% 이상을 해외 수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북핵 사태가 회사 경영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국내 주요 수출 기업들이 외환 리스크와 해외 마케팅에 대한 전략 조정에 부심하고 있다.
북핵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고 국제사회의 대북(對北) 제재 조치가 구체화될 경우 수출 기업의 이윤을 좌우하는 환율이 급변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또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이번 사태로 크게 손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해외 현지에서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전략도 세우고 있다.
LG화학은 14개 사업부별로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LG화학 측은 “수출 지원을 담당하는 해외사업팀에서 미국의 대응과 북한의 반응 등을 조합한 시나리오를 구성해 사안별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10일 ‘북한 핵실험에 따른 금융시장 동향 및 전망’이라는 내부 보고서를 작성해 임원들에게 제공했다.
이 보고서는 “북핵 문제가 악화되면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 때문에 해외조달 자금의 금리가 올라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삼성물산은 보고서를 토대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북한 핵실험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정유업계도 국가 대외신인도 하락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SK㈜ 김형건 기획팀장은 “대외 신인도 하락에 따른 영향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응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외국인 투자가 “예견된 일… 장기화땐 후유증 클것”▼
“당장 한국의 투자환경에 별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한국은 신규 투자유치 부진 등 후유증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이 외국인들의 한국 투자에 미칠 영향에 대한 대체적인 외국인들의 시각이다.
외국인 투자 지원 기관인 ‘인베스트 코리아’는 북한의 핵실험 이후 외국인 투자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들에게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웠다.
인베스트 코리아 관계자는 “자문위원은 대부분 북한 핵실험이 단기적으로는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면서도 장기적으로 위기가 지속되면 한국 진출을 고려하는 잠재적 투자가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 줘 경쟁국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회장을 지낸 제프리 존스 미래의 동반자재단 이사장은 “오랫동안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살아온 만큼 북핵 사태는 조금 시끄럽지만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장 자크 그로하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 대표는 “이미 예견된 일로 별로 놀랍지 않다”며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는 사실보다 국제사회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노르웨이 물류 회사인 오드펠터미널코리아의 롭 메이붐 사장은 “앞서 정해진 투자 계획을 수정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외국인 투자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KOTRA는 세계 51개 도시에 주재하는 무역관을 통해 긴급 조사한 ‘북한 핵실험 실시에 따른 주재국 반응’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KOTRA에 따르면 많은 해외 투자자는 이번 사태가 북한에 대한 무력 제재로까지 이어지지 않고 외교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 대한 투자 정책을 바꾸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영국의 한 바이어는 “시장은 악재보다 불확실한 것을 더 싫어하는데 이번 핵실험으로 북한의 핵 보유 여부가 명확해졌다. 국제사회의 대응 방향이 명확해지면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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