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막힌 북한, 개성공단 우리은행에 계좌요청

  • 입력 2006년 9월 1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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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국의 금융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출구를 확보하려고 개성공단 우리은행 지점에 계좌 개설을 요청했던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정부는 통일부 재정경제부 외교통상부 국가정보원 관계자가 참석하는 관계기관 회의를 열어 이를 받아들일지 논의했으나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권영세(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의원 및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개성공단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지난해 12월 개성공단 우리은행지점에 계좌 개설을 요청했다.

미국이 지난해 9월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을 북한의 돈세탁 창구로 지목한 뒤 이 은행의 북한 계좌를 동결하는 등 대북 금융제재를 강화하던 시점이었다.

총국은 당시 개성공단 남측 관리위원회에 “개성공단 남측 근로자들에게서 소득세를 징수하고 공단 북측 근로자들의 임금을 편리하게 수금하기 위해 우리은행지점의 계좌를 사용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당시 우리은행은 북측의 요구를 일단 거부했으며, 정부는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관련법안과 개성공단 우리은행지점 계좌 개설이 법적으로 배치되는 측면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미국의 변호사 선임을 추진했다.

계좌 개설이 지연되자 북측 국가안전보위부 요원은 올해 2월 개성공단 남측 관리위원회 측에 “은행지점을 폐쇄하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 문제로 3월 우리은행과 함께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었으며, 이 자리에서는 계좌 개설 불허론이 우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은 “미국의 명시적인 이해가 먼저 확보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외교부도 “미국과의 협의가 부담스럽다”며 “북한은 ‘미국의 금융제재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족끼리는 협조하기로 했다’고 선전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앞서 미국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은 1월 23일 방한해 정부 관계자들에게 북한의 위조지폐 유통 실태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북한과 우리은행이 금융거래를 할 경우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권 의원 측은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은행이 3월 북측에 ‘계좌 개설이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게 급선무이므로 계좌 개설을 허용하는 문제는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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