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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8월 1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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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사 운용에 깊이 관여했던 미국 워싱턴의 한 고위 군사소식통은 16일(현지시간) 익명을 전제로 본보와 회견을 갖고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한미연합사 시스템 구성 및 운용 절차에 대해 밝혔다.
그는 한국 청와대가 "나토는 먼저 회원국이 작통권을 넘길지 여부, 이양할 전력의 규모를 결정하는 절차를 밟는다. 전시 작전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대해 "그렇게 말하는 것이 어떤 의도에 의한 것인지, 해석의 차이인지, 이해의 부족 때문인지는 모르겠다"며 말을 꺼냈다.
"현재의 한미연합사 시스템에서도 모든 한국군이 한미연합사령관의 지휘를 받게 되는 건 아니다. 한미간에는 '포스 리스트'(Force list)가 만들어져 있다. 이 리스트는 데프콘(DEFCON·방어준비태세)의 각 단계에 따라 연합사로 배속되는 부대를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 육군의 3개 군사령부 가운데 2군 사령부(후방 담당)는 전시에도 한국대통령이 끝까지 통제권을 가진다. 그리고 수도방위 사령부의 경우 일부를 제외하곤 한국대통령이 지휘한다. 특전사도 별도의 한미 연합기구를 구성하게 되며 연합사에 자동 배속되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따져 한국군 전력의 80~85% 가량이 전시에 연합사 체제로 배속되지만 이는 한국 대통령 및 합참의장이 반대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청와대는 '나토의 다국적 지휘부 예하에는 상비군이 거의 없다'고 강조하는데.
"한미연합사도 전시에 한미 양국이 군대를 보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지휘할게 없는 시스템이다. 연합사에 배속되도록 규정돼 있는 부대의 경우에도 무조건 연합사로 배속되는건 아니다. 포스 리스트엔 'automatic'(자동배속)과 'requested'(요구에 따라)의 두 항목으로 각각의 부대들이 구분돼 있다. 'requested'로 규정된 부대는 연합사령관의 배속 요청을 한국 측이 수용해야 배속된다."
-'자동배속'으로 규정된 부대는 한국 측이 무조건 넘겨줘야 하는가.
"연합사령관은 양국 합참의장으로 구성된 '군사위원회(MC)', 그리고 그 위로는 '양국 대통령(NCMA·국가통수 및 군사지휘기구)'의 지휘를 받게 된다. 이 두 단계의 상위 지휘단계에서 어느 한쪽의 반대가 있으면 연합사령관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자동배속'으로 규정된 부대라도 한국이 원하지 않으면 연합사에 배속시키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MC와 NCMA는 모두 합의제로 운영된다."(데프콘을 평상시의 Ⅳ에서 전시 비상상황인 Ⅲ으로 높이는 것도 MC와 NCMA의 승인을 받아야 함)
-그렇다면 나토와 한미연합사 체제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인가. 한국 청와대에선 '나토와 한국은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해 왔는데.
"절차적으로 나토는 먼저 회원국이 작통권을 넘길지 여부, 이양할 전력의 규모를 결정하는 절차를 밟는데 비해 한미연합사는 '자동배속'으로 규정된 부대들은 어느 한쪽의 이의제기가 없는 한 별도의 절차 없이도 자동적으로 배속된다는 점에서 절차적인 차이가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작전권을 공동 행사한다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
-하지만 나토 회원국은 자기가 원하지 않으면 안 넘길 수 있지 않은가.
"한미연합사 체제에서도 상위기구(대통령 및 합참의장)가 원하지 않을 경우 안 넘기겠다고 할 수 있으며 개개의 작전에 대해서도 거부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전쟁이 나면 한국대통령이 국군 지휘권도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해왔고, 여권에선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아도 미국이 원하면 국군이 전쟁에 참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전시에 연합사령관의 작전 지휘는 항상 양국 합참의장과 양국 대통령의 승인하에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연합사령관은 양국이 미리 합의해 작성해 놓은 작전계획에 따라서 병력을 움직여야 한다."
만약 한국 정부의 '작전권 이양' 작업에 정치적·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지 않고 실질적으로 지휘권의 독립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굳이 현재의 작전권 체계와 연합사 체제를 해체하지 않고도 방법은 많이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자동배속' 부대의 규모를 줄이거나, '이의 제기가 없을 경우 자동배속한다'는 식의 단서를 다는 등의 방법도 있을 수 있으며 아예 나토식으로 작통권 위임절차를 강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 물론 나토나 한미연합사나 모두 '효과적인 전쟁수행을 위해 연합전력을 구성하는게 바람직하다'는 대전제에서 만든 것임을 감안할 때 "한미연합사는 세계에가 훨씬 더 효율적이고 신속한 시스템"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렇다면 한국정부의 목표가 '나토식도 싫다. 우리는 작통권을 단독 행사하겠다'는게 아니라면 굳이 현행 한미연합사 시스템을 해체하지 않고도 실제적으로 독립성을 확보하는 작업이 가능하다는 말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논의의 방향을 그렇게 바꾸면 되지만 이미 배는 떠난 것 같다. 정치논리가 워낙 강하니까"라고 씁쓸히 말했다.
-2020년까지 621조 원(일반 국방예산 포함)이 소요된다고 하는데 이 가운데 순수히 작통권 환수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
"그건 정확히 계산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추가비용 계산은 한국이 어느 수준까지 자주국방으로 해결하고 어느 정도를 미국의 것을 이용하는게 현명한지에 대한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자주국방을 한다해서 100% 모든걸 자기 돈과 인력으로 해결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는 그러면서 "사실 한국의 국익과 장래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을 위해 어떤게 더 좋은건지 신경쓰지 않는다면 한미 양국 군부로선 작전권 이양이 반가운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군은 국내 역학 관계에서의 위상 및 예산이 엄청 늘게 되고, 미 행정부 입장에서도 공동방위의 책임을 벗게 된다는 건 해외주둔군의 경량화, 기동군화를 지향하는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세계전략에 딱 맞는 일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미국 군수산업은 한국군 전력증강의 수혜를 많이 받게 될 것"이라며 "결국 한미연합사 시스템 대신 독립 방위를 택함에 따라 추가로 소요되는 부담은 전적으로 한국국민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 尹국방 말바꾸기에 의원들 어리둥절
“일부에서 자주권 침해니 하는 것은 이해하지 못하겠다.”
“침해에 가깝다.”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같은 질문에 대해 말을 바꾸거나 정반대로 답변해 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당했다.
이날 오전 윤 장관은 “한미연합사 체제로 전시 작전계획을 세워 시행하는 것이 군사 주권을 침해하는 것인가”라는 이인제 의원의 질문에 “침해에 가깝다. 군사주권, 자주국방과 관련 있다”고 답변해 야당 의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이에 열린우리당 소속 김성곤 위원장은 “주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했는데 제한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윤 장관은 그제서야 “정정하겠다. 자주국방이 제약을 받는다고 말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회 후 이어진 오후 질의 시간에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이 “주권 침해에 대한 장관의 입장이 뭔가”라고 묻자 “안보 환경이 어려울 때 선의에 의해 서로 나눈 것이기 때문에 일부에서 자주권 침해니 하는 것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정반대의 답변을 해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는 또 “주권하고 직접적 관계가 있는 것으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도 했다. 이어 그는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대통령은 주권, 자주권 침해를 얘기하는데 그럼 대통령이 잘못 얘기한 것 아닌가”라고 묻자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대통령의 말은 말 그대로다”라며 다시 말을 뒤집었다.
한편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군은 양국 협의하에 공동방위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이는 주권 제한도 주권 침해도 아닌 주권 수호”라며 “안보책임자로서의 자격이 없는 윤 장관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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