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前차관 “청탁거절 조사받은 증거 보관…靑 발뺌 못할것”

  • 입력 2006년 8월 12일 03시 01분


유진룡(50) 전 문화관광부 차관은 자신에 대한 청와대의 직무감찰과 관련해 “신문유통원 건 이외에는 모두 인사 청탁을 왜 안 들어줬는지가 조사의 세부 항목이었다”며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직무감찰에서 인사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질문도 없었다”는 청와대 측의 해명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유 전 차관은 11일 새벽 본보 기자와 만나 “6월 말경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에 파견된 검찰 수사관이 나를 찾아와 ‘홍보수석비서관실에서 직무감찰 의뢰가 들어왔으니 조사를 해야겠다’고 조사 항목을 밝혔다”며 “청와대의 인사 청탁을 안 들어준 배경에 대해 집중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수사관이 ‘조사 항목에 대해 답변서를 보내 달라’고 요구해 답변서를 써 수사관에게 e메일로 보냈고 이를 보관 중”이라고 답변서 작성 과정을 공개했다.

그는 “수사관에게서 감찰 사유를 구두로 통보받긴 했지만 내가 조사를 실제로 받았고, 문화부 직원들에게도 당시 ‘이러이러한 일로 조사받았다’고 말했던 만큼 청와대도 발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나를 곧바로 경질하지 않고 조사를 한 이유는 공직사회에 ‘덤비면 죽는다’는 것을 보여 주려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유 전 차관은 직무감찰 답변서와 관련해 “조사 당시 그쪽(청와대)에 ‘나를 파렴치범으로 몰거나 문화부 후배들이 다치면 바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혀 답변서 공개 여부를 놓고 고민 중임을 시사했다.

청와대는 이날 홍보수석실의 인사 청탁 문제에 대해 “정상적인 업무 협의이며 이백만 수석, 양정철 비서관 등이 유 전 차관과 통화한 것 자체가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한편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이달 중 열리는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와 다음 달 국정감사를 통해 이 문제를 철저히 추궁하고 그래도 미진하면 국정조사를 실시해 현 정부의 낙하산 인사 실태를 파헤치겠다”고 말해 유 전 차관 경질 논란이 향후 정국의 새로운 불씨로 작용할 전망이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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