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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7월 26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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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향된 외교안보관?”=김대중 정부의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최성홍 씨는 노 대통령이 예시한 내용이 대미 자주의 입장으로 비치는 것들이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최 전 장관은 “자주 외교는 외교를 잘 모르는 사람이나 하는 말로 외교라는 냉엄한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다. 제대로 된 자주를 하겠다고 하면 동맹도 조약도 다 없애고 유엔에서도 탈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비록 예시라고는 하지만 ‘미국은 오류가 일절 없는 국가라고 생각하느냐’, ‘북한의 목을 조르라는 것이냐’고 말한 것 자체가 외교안보관의 편향성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최 전 장관은 “안보를 지키고 있는 메커니즘을 스스로 흠집 내고 부정하고 발길질하는 게 어떤 이익이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아무리 이상이 좋다고 하지만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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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무례?=김대중 정부 때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이정빈 씨는 “노무현 정부는 사사건건 입장을 표명해 문제를 크게 만들고 있다”면서 “차라리 침묵을 지키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외무부 장관을 지낸 A 씨는 “외교는 어느 나라든 파장이 길기 때문에 준비된 답변을 해야 한다. 말을 잘못해서 파장이 길어지면 대외관계 회복이 어려운 게 외교다”라며 “외교문제는 한번 내뱉으면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으며 감정적으로 언급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상대국의 문제에 대해 정부 당국자가 공개석상에서 언급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하는 게 국제관계의 기본이라는 지적이다.
▽언급 방식도 문제=최 전 장관은 “(대통령의 말은) 장관들에게 국회에 나가 막 얘기하라는 것 아니냐. 그렇게 얘기하는 국가원수가 어디 있느냐”면서 “노 대통령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불을 붙이고 하는 것은 아무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외무부 장관을 지낸 B 씨는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발언은 어린애들끼리 말싸움을 할 때나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국정을 논의하는 국무회의에서 그렇게 말하면 그건 정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이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국회 답변을 옹호하는 맥락에서 나왔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A 씨는 “통일부 장관이 민감한 외교사안에 대해 언급한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인데도 이를 지적하지 않고 오히려 두둔해 외교 안보라인에 혼선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일부 장관이 대외문제에 대해 왜 자꾸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들도 통일부 장관의 외교사안 언급을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 전 장관은 “시정인이나 하는 소리가 아니겠느냐”고 결론을 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전직 외교 수장은 “노 대통령의 발언은 한마디로 정신 나간 소리”라고 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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